D-86. 2019년 서울국제도서전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전시를 원하는 출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얼리버드 신청이 며칠 전에 마감되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일반 참여를 위한 길은 열려 있다. 깜빡, 신청을 놓쳤다면 지금이라도 늦지는 않았다. 이번 도서전의 주제는 ‘출현’이다. 2017년에는 ‘변신’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출판이 사양 산업이 아니라 미래를 짊어질 콘텐츠 산업의 핵심이라는 것을 선언했다. 작년에는 실제로 책에서 출발한 콘텐츠들이 ‘확장’이라는 주제 아래서 어떻게 다른 영역들로 넘어가고 상호작용을 하는지 보여주려고 했다. 올해는 이렇게 다시 정의한 출판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 눈앞에 등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프로그램들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책의 미래를 보여주고 싶다. 무엇이 ‘출현’할까? 무엇이 우리를 찾아올 것인가?
서울국제도서전의 얼굴인 포스터를 준비하면서 독자들에게 어떤 말을 건넬 것인지 많은 생각을 했다. 올해의 포스터에는 세 사람의 얼굴을 담았다. 김형석, 한강, 한현민. 100세 철학자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김형석 선생은 고령화의 길에 접어든 우리 사회의 상징이다. 그가 100년간 독서하고 글을 써 온 모습은 긴 인생의 여정에서 책이 얼마나 좋은 친구가 되어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를 통해 ‘외로움’이 화두로 떠오르는 미래에 책을 친구 삼아 함께 길을 떠나자고 청하고 싶었다. 한강 작가는 이제, 수식어가 필요 없는 세계적인 작가이다. 해외 각국에서 열리는 도서전에 가면 그 나라에서 가장 초청하고 싶어 하는 한국 작가이다. 그만큼, 그의 작품이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어 있고 많은 독자들을 확보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가, 그리고 그의 동료들이 이룬 문학적 성취를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한현민 모델은 책보다 다른 매체에 익숙한 새로운 세대를 대표한다. 최근에 크게 성장을 하고 있는 오디오북이나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다른 매체로 옮기는 작업들은 책이 낯선 세대와 소통하려는 출판계의 노력이다. 태어나서 100세까지, 책과 함께 가는 인생의 여정이 얼마나 재미난 것인지, 책에 의지한다면 인생의 어려움과 외로움을 어떻게 덜 수 있는지, 다양한 독자들이 답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수백개의 출판사들과 수십만명의 독자들이 참여하는 2019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수천개의 프로그램들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여름, 첫 책’ 프로그램을 위해 도서전에서 처음 판매되는 책들을 많은 출판사들이 정성껏 준비하고 있다. 올해도 한정된 부수만 발행되는 ‘리미티드 에디션’에 실릴 작품들을 10명의 작가들이 쓰고 있다. 학생들을 위해서는 전통적인 인쇄부터 인공지능까지 다양한 매체와 기술들을 체험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연인들을 위해서는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로맨스를 쓴 작가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무대가 기다린다. 맛집을 찾고 먹방에 눈을 뺏기는 미식가라면 올해 도서전을 놓치지 말기를. 유명 셰프들이 도서전에 오픈 키친을 꾸린다. 세상의 요리책들을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소리와 맛으로 즐기는 요리들도 맛볼 수 있다. 세상의 구석구석에 호기심이 많은 여행가라면 도서전에서 계획을 세워보면 어떨까? 아프리카, 아메리카, 유럽과 중동까지 세계 구석구석의 책과 문화와 관련된 세미나와 콘퍼런스가 풍성하다. 여러 나라의 독립서점들이 그 나라의 가장 독특한 출판물들을 골라 들고 도서전을 찾는다. 전자책과 오디오북, 그리고 영상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즐기는 최첨단의 매체와 기술에 대한 가장 앞선 모습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출판의 자유’에 대한 시상식과 세미나를 무엇보다 정성껏 준비하고 있다. 국제출판협회에서 제정한 볼테르상 수상자와 국제신문발행인협회에서 제정한 골든펜상 수상자가 모두 국제도서전에 온다. 이들은 자유로운 의사 표현 때문에 탄압을 받은 모든 이들을 대표한다. 볼테르상 수상자를 서울에서 발표하기 위해 심사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출판인들은 아직도 피투성이이다. 사실을 이야기하고 억압에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이들을 지지하고 기리는 모임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열린다. 출판의 자유 없이는 ‘변신’도 무망하고 ‘확장’은 꿈도 꿀 수 없다. 존중과 대화가 사라진 갈등의 상황은 독재만큼이나 자유를 억압한다. 새로운 것의 ‘출현’의 바탕이 되는 ‘출판’과 ‘표현’의 자유를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시점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책과 콘텐츠 축제이며 책을 통해, 우리와 세계를 잇는 유일한 플랫폼인 서울국제도서전에 당신을 초대한다. 6월19일이다.
<주일우 이음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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