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TV에선]‘돌아와요 아저씨’, 왜 아저씨만 돌아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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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TV에선]‘돌아와요 아저씨’, 왜 아저씨만 돌아오는가

SBS 수목극 <돌아와요 아저씨>는 억울한 죽음을 당한 두 남자의 2개월간의 환생기를 그린다. 백화점 외벽의 세일 홍보 플래카드를 고쳐 걸다 추락사한 만년과장 김영수(김인권)와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고 이제 막 새 인생을 시작하려던 순간 비명횡사한 전직 조폭 한기탁(김수로)이 환생의 주인공이다. 이들은 각각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을 위해 안락한 “천국행 티켓”도 보류하고 현세로의 짧고 위험한 귀환을 선택한다.

이 가운데 좀 더 무게 있게 조명되는 것은 김영수의 사연이다. 드라마는 그의 삶이 얼마나 치열하고 피로한 것이었는지를 상세히 묘사한다. 직장에서는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그를 무시하는 상사에게 치이고, 가정에서는 일밖에 모르는 그를 원망하는 가족에게 소외감을 느끼는 김영수의 모습은 우리 시대 가장들의 측은한 초상처럼 그려진다. 그 연민은 저승사자 앞에서 절정에 달한다. 40대 초반에 뇌경색, 심근경색, 간경화, 고혈압 등 지병을 열다섯 가지나 지닐 정도로 건강을 방치했다는 저승사자의 책임추궁에서는 도리어 김영수 생의 힘겨움이 도드라진다. 그 대가는 천국행 표로 돌아온다.

문제는 드라마의 연민 어린 시선에도 불구하고 김영수보다 그의 배경으로 물러나 있는 아내 신다혜(이민정)가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드라마는 회사 일로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김영수의 사정은 공들여 그리지만, 미혼 시절 백화점 홍보모델로 뽑힐 정도로 반짝반짝 빛나던 신다혜가 결혼과 동시에 억척스럽고 촌스러운 아줌마가 된 사연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오랜만의 외식 자리에서 상사 친척 장례식에 호출당한 남편을 도와 불평 한마디 없이 음식을 나르고 ‘술 한 잔 따르라’는 옛 상사의 폭력을 묵묵히 참는 에피소드에서도 신다혜의 심정이 아니라 ‘빈처’로서의 미덕과 그런 아내에게 미안해하는 김영수의 시점이 더 강조될 뿐이다.


돌아와요아저씨 배우 정지훈_경향DB


그 미안한 마음에 아내를 위로하기 위해 환생을 택한 뒤의 이야기마저도 철저히 남성 중심의 판타지로 전개된다. 머리숱 허전하고 배 나온 중년 아저씨였던 김영수는 생전에 동경하던 ‘몸짱 꽃미남’으로 변신해 돌아와 아내의 곁을 맴돈다. 그가 환생한 이해준(정지훈)은 외모와 능력을 겸비한 재벌 후계자로, 말하자면 트렌디 드라마 남주인공의 전형적 특징을 모두 갖춘 캐릭터다. 얼핏 보면 신다혜의 판타지 같기도 하다. 하지만 신다혜가 이해준에게 끌리게 되는 것은 ‘남편과 다른’ 외모나 자상함 때문이 아니라, 그가 계속해서 남편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그를 밀어내는 이유도 같다. 순정을 바치는 꽃미남 재벌을 거절하고 자신에게 고생과 상처만 안겨준, 그것도 이미 세상을 떠난 남편에게 정절을 지키는 아내의 모습이야말로 ‘휴먼 판타지 코믹 드라마’를 표방하는 이 작품 최대의 판타지요, 코미디다.

생각해보면 그동안의 대중문화는 힘겨운 시절마다 가장의 위태로운 자리를 조명하며 그들의 복권에 힘을 실어왔다. 외환위기 당시의 ‘아버지 신드롬’을 비롯해 근래 KBS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을 중심으로 불어온 부성애 코드 열풍이 대표적이다.

<돌아와요 아저씨> 역시 소외된 가장의 명예 회복 프로젝트처럼 보인다. 그들이 끊임없이 복권되는 상황에서도 여성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주변의 배경으로만 머물러 있다. 왜 자꾸 아저씨만 돌아오는가.



김선영 | TV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