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을 듣다]펄 잼 ‘라이브 온 텐 레그스’(Live on Ten Le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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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을 듣다]펄 잼 ‘라이브 온 텐 레그스’(Live on Ten Legs)

이로사 기자 

ㆍ데뷔 20주년 기념 록 전설과의 만남

펄 잼이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두 번째 라이브 음반이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의 투어 실황 중에서 골랐다. 첫번째 라이브 음반인 1998년 <라이브 온 텐 레그스>에 실리지 못한 펄 잼의 대표곡과 최근곡까지를 두루 담았다. 

상당수는 펄 잼이 최근까지 음반을 내고 활동하고 있단 사실에 적잖이 놀랄 것이다. 이들은 이미 많은 음악팬들에게 ‘옛날 사람’이다. 펄 잼은 너바나와 함께 1990년대 초반 시애틀 중심의 얼터너티브 록 전성 시대를 열었다. 펄 잼 대 너바나의 관계는 비틀스 대 롤링스톤스의 라이벌 구도에 비교되곤 했다. 너바나는 짧고 강렬하게 타올라 먼 과거의 전설이 돼버린 지 오래다. 반면 펄 잼은 (불행히도) 아직 살아 있다.

이번 음반에는 데뷔 앨범 <텐>에 수록된 대표곡 ‘제레미(Jeremy)’와 ‘얼라이브(Alive)’ 등이 수록됐다. 2009년 발매된 최근 음반 <백스페이서(Backspacer)> 중에서도 3곡이 들어가있다. 한 때 분노와 저항의 상징이었던 이들에게서 한창 때의 혈기를 느끼긴 힘들다. 보컬 에디 베더의 목소리는 다소 힘이 달리고, 연주에서 역시 과거의 터질 듯한 열기가 휘발됐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현실에서 이들 공연을 보고 들을 수 있다는 건 록 팬들에게 즐거운 일이다. 더구나 이들은 라이브 무대를 누구보다 중요하게 여겨온 밴드다. 91년 메이저 데뷔 이후 한 해도 투어를 거른 적이 없다. 음반 해설지에 적힌 바로는 공식 라이브 음반이 6장, 미국과 유럽지역에만 한정 발매된 ‘오피셜 부틀렉(공식 해적판)’ 라이브 음반만 지난 10년간 282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