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을 듣다]마틴 그루빙거 ‘드럼 ‘앤’ 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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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을 듣다]마틴 그루빙거 ‘드럼 ‘앤’ 챈트’

이로사 기자

ㆍ타악기로 성가 연주…현대적 음악 재탄생 

마틴 그루빙거(Martin Grubinger)는 1983년생, 오스트리아 출신의 젊은 타악기 연주자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요즘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천재’ 퍼커셔니스트다. 
 
유튜브엔 편안한 옷차림으로 서서 ‘온갖 악기’를 자유롭게 두드리는, 신기에 가까운 그의 연주 영상이 떠돈다. 

<드럼 ‘앤’ 챈트>는 제목 자체에서 알 수 있듯 그루빙거가 6~7세기의 그레고리안 성가에 타악기 연주를 입힌, 그의 데뷔 음반이다. 속은 텅빈 뻔한 ‘퓨전’ 음반이라거나, 1000년 전 성가라니 지루할 것이란 편견은 접는 게 좋다. 전자음은 하나도 나오지 않지만 이 음반은 최근 출시된 어떤 음반보다 첨단에 서 있다.

수록된 트랙리스트의 제목을 보자. ‘인트로이투스: 주여, 왕되신 주께서 오소서’ ‘코무니오: 성스러운 빛의 가운데’ ‘안티포나: 우리들 몸 되신 십자가를 예배하고’…. 물론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음반에는 이 모든 것이 라틴어로 기록돼 있다. 라틴어로 부른 그레고리안 성가는 다양한 타악기 연주 위에서 현대적인 음악으로 재탄생했다. 

특히 그루빙거는 던던, 아펜테마, 젬베, 밸러폰 등 아프리카 타악기를 동원한다. 여기에 터키의 이슬람 수피 성가까지 등장한다. 다양한 문화권의 이질적 요소들은 겹겹이 쌓은 퍼커션 연주와 조응해 그 자체로 새로운 독창성을 획득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음반 속 그레고리안 성가가 새롭게 녹음된 것이 아닌, 1980년대 녹음한 음반에서 가져온 것이란 점이다. 현대의 언어로 말하자면 ‘샘플링’인 셈. 새롭게 녹음작업을 하지 않은 것이 의도된 것인지, 성가를 부른 독일 뮌스터슈바르자크 수도원 성가대의 반대에 부딪힌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어찌되었든 신앙이나 의식에 관계없이 성가들 중 어떤 레코딩을 ‘골라왔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자칫 고루해 보이는 이 음반이 사실은 지극히 현대적 작법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모든 설명엔 귀를 막아도 좋다. 아무 것도 모른 채 듣기에도 이 음반은 아름답고 혁신적이다. 그는 엄숙한 성가를 팝이나 재즈음악을 만지듯 호방하게 다루고 있다.

유니버설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