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찬 기자
ㆍ자유분방한 바흐와 조우
바흐의 음악은 현대의 초고층 빌딩처럼 수학적이고 구조적일까. 2007년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자비로 녹음해 미국 클래식 차트 정상에 올린 피아니스트 시모나 디너스틴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바흐의 음악은 낭만주의가 아니라 바로크다. 악보에 쓰여진 대로 연주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디너스틴은 “바흐의 음악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계산적이지 않다”고 되받는다.
<바흐: 이상한 아름다움>은 바흐의 건반 협주곡 제1번과 제5번, ‘영국 모음곡’ 제3번,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편곡 아이라 헤스), ‘주 예수여, 당신을 소리쳐 부르나이다’(편곡 페르치오 부조니) 등을 담았다. 디너스틴의 공언대로 그의 어떤 연주는 바로크가 아니라 현대의 재즈를 연상케 할 정도로 자유분방하다.
음반 속지에는 디너스틴이 기자와 나눈 대화가 게재됐다. 디너스틴은 “바흐의 음악에 자주 등장하는 싱코페이션과 엇박을 보면 바흐는 엄격한 박자와 마디에 갇혀 있는 음악이 아니다”라며 “나는 역사학자가 아니라 음악가이다. 나는 음악이 내게 말을 걸기 때문에 지금의 나, 지금의 음악가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들(원전 연주자)이 연주하는 방식이 바흐 시대와 동일한지 아닌지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음반에 실린 두 곡의 건반 협주곡에서 디너스틴의 개성있는 연주는 더욱 두드러진다. 현악 반주는 길 정중앙을 걷는데, 피아노 연주는 지그재그로 걷는 느낌이다. 이 곡들은 건반 협주곡 중 가장 오래된 축에 속한다.
‘이상한 아름다움’이란 제목은 “비율상 완벽한, 절대적인 아름다움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의 말에서 따왔다. 디너스틴은 바흐의 음악 속에서 규칙적으로 보이지만 실은 끝없이 변화하는 패턴을 느꼈다고 한다. 디너스틴은 연주회장이 아닌 장소에서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는 일을 지원하는 한 재단의 후원을 받아 요양원, 학교, 교도소 등지에서 피아노를 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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