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을 듣다]글렌 굴드 ‘The Secret live ta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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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을 듣다]글렌 굴드 ‘The Secret live tapes’

백승찬 기자

ㆍ‘개성 강했던 피아니스트’ 미공개협주곡·실황 연주

글렌 굴드는 누구와도 닮지 않은 개성의 피아니스트였지만, 다른 말로 ‘독불장군’이기도 했다. 숱한 명반을 남긴 연주자였지만, 지휘자 및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춰야 하는 피아노 협주곡 레퍼토리가 드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굴드는 평생 15종의 협주곡만을 연주하거나 녹음했다고 한다. 그중 세 곡은 단 한 번만 연주했다. 그는 50여명의 지휘자와 협연했는데, 주빈 메타, 조지 셀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지휘자들이다. 심지어 레너드 번스타인은 굴드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한 직후 청중에게 “지금 들은 해석은 제 의도가 아니다. 피아니스트의 의도다”라고 불쾌감을 표현하고 퇴장했다. 

굴드의 미공개 피아노 협주곡들이 묶여 발매됐다. 암스테르담 콘테르토헤보(지휘 드미트리 미트로풀로스)와 협연한 1958년 찰즈부르크 페스티벌 실황 녹음인 바흐 건반 협주곡 1번, 버팔로 필하모닉(지휘 요제프 크립스)과 협연한 60년 버팔로 실황 녹음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등이다. 

굴드의 바흐 연주는 빠른 템포로 유명하다. 그러나 빠르기로는 미트로풀로스도 만만치 않았다. 둘이 협연하니 템포는 더 빨라졌다. 찰즈부르크 실황 1악장 연주 시간은 6분 53초인데, 여느 연주는 8~9분에 이른다. 굴드는 특유의 스타카토로 끊어치는 기술로 건반을 쉴 새 없이 두드린다. 

크립스는 굴드와 호흡이 잘 맞는 몇 안되는 지휘자였다. 굴드는 크립스에 대해 “같은 세대 지휘자들 가운데 가장 과소평가된 지휘자”라고, 크립스는 굴드에 대해 “우리 세대의 가장 위대한 음악가 중 하나”라고 평했다. 둘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여섯 번 함께 연주했는데, 이 음반에 실린 1960년 실황연주가 현재까지 유일하게 남은 기록이다. 피아노 독주 부분에서는 멜로디를 따라하거나 리듬을 맞추는 굴드 특유의 입버릇도 들린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굴드는 64년부터 무대를 떠나 스튜디오 녹음에만 전념했다. 이 음반은 협주곡이라는 점, 실황이라는 점에서 굴드에게선 보기 힘든 음반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