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기억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지만, 더군다나 유년의 기억은 더욱 아득하지만, 그래도 자꾸 그때 기억 몇 자락이라도 끌어내고 싶은 이유가 있다.
다른 문명이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다를 수 있을까. 혹시, 내가 만들어낸 기억은 아닐까 아니면, 전생의 기억?
나의 유년. 거긴 기계 문명이 아니었다. 기술과 자본의 문명이 아니었다. 현금이 아니라 대체로 물물교환이었고 그러니 은행과 주식시장도, 청년실업이나 노동의 차별도 상상할 수 없는 세계였다.
그런 세계가 있었으니 지금 이 산업문명도 절대적일 수는 없다. 하여, 진화에 희망을 걸지 않는다.
또 다른 문명을 꿈꾼다.
아무튼, 내 유년의 이야기. 어린아이 같은 글씨에 성냥불 같은 횃불을 그리고….
<정태춘 싱어송라이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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