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왈 처왈 _ 600×6400㎜ _ 화선지에 먹 _ 2011
我曰, 半讀千字 半開心門(아왈, 반독천자 반개심문)
妻曰, 讀五百字 風增二倍(처왈, 독오백자 풍증이배)
내가 말하기를, 천자문 반을 읽으니 마음의 문이 반이 열리네
처가 말하기를, 오백자 읽더니 뻥이 두 배로 늘었네
코로나19가 얼마간 잦아들어 골라낸 글이다.
한문 공부를 하겠다고 천자문을 펜으로 쓰기 시작했고, 붓을 잡거나 한시를 쓰리라고는 생각도 안 했었다. 그냥 한문을 좀 써보고 싶었다. 그런데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한시가 나오게 되었다. 나왔다고 말하는 것은, 천자문 반쯤 쓰고 그걸로 한시를 쓰리라 작정한 바는 없었다는 말이다. 정말 그냥. 장난 삼아…. 지금의 한시도 뭐 대단히 깊어진 바 없지만 저런 농담도 할 수 있어서 그 재미로 또 주욱 써 왔다.
그런데 2020년 봄이 되어 세상이 심각하게 달라졌고 모두 이런 가벼운 농담도 함부로 꺼내기가 어려운 상황, 거기에서 아직 온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시 유쾌한 농담으로 서로의 근심이나 긴장, 우울을 덜어내 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세상엔 농담이 필요하고, 나도 농담을 좋아한다.
“추 선생님, 뻥을 한자로 뭐라 하면 됩니까?” “허어, 풍이지요 뭐…. 바람 풍.” 이 가르침도 농담이었을까.
<정태춘 싱어송라이터·시인 jtcs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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