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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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블라블라/정태춘의 붓으로 쓰는 노래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_ 410×210㎜ _ 화선지에 먹 _ 2020



何生平生問(하생평생문)

何人不如此(하인불여차)

어떻게 살 것인가, 평생 묻네

누군들 이러하지 않겠는가


나는 거의 전통사회의 시골에서 태어나 유소년기를 보냈다. 전기도 없고 일상에서 화폐 유통도 드물던 시대. 이후 급속히 근대화가 진행되었고 청년기에 도시로 나왔다. 그래서, 집 전화 신청을 하고 2년여를 기다려야 개통되던 시대를 지나 스마트폰과 무선 네트워크, 다시 탈현금의 초현대에까지 왔다. 또, 강고한 남성 중심의 가부장 사회에서 페미니즘이 풍미하는,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남자가 하나도 없는 시대에까지 왔다.


고등학교 때 나하고 가까웠던 한 친구는 고향에서 공무원이 되었고, 나이 들어 거기 면장을 했고, 퇴직을 해서 지금도 그 고향에 살고 있다. 그도 나와 같은 세상의 급속한 변화와 그 혼란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나, 나는 그가 부럽다. 그는 아마도 ‘어떻게 살 것인가’를 나보다 조금은 덜 고민했을 것 같아서다. 이렇게 말하면 그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할 게 뻔하지만 아무튼 나는 그가 무척 부럽다.


우린 너무 많은 시대를 살았고, 그것으로 피로하다.


그런데, 작금은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한꺼번에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고 있다. 인간이 서로 철저하게 거리를 두어야 하는 불안 공동체, 문명의 위기 앞에서 노년은 가장 취약하고 피로하다.


<정태춘 싱어송라이터·시인 jtcs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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