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 없이 개봉… 대부분 품질불량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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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생각꺼리

시사회 없이 개봉… 대부분 품질불량 탓

백승찬 기자

영화산업에는 ‘콜드 오프닝’이란 말이 있다. 개봉에 앞서 시사회를 열지 않는 경우를 뜻하며, 이는 영화의 품질에 자신이 없는 배급사가 악평을 막기 위해 내놓는 최후의 방책으로 꼽힌다. 근래 한국에서는 <10000 BC> <투어리스트> <해프닝> 등이 시사회 없이 개봉했고 예상대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제작비 2억달러를 들인 블록버스터 <그린 랜턴: 반지의 선택> 역시 언론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 없이 지난주 한국에서 곧바로 개봉했다. 홍보사 측은 “미국으로부터 필름 수급이 늦어졌다”며 영화 품질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과연 그럴까.

영화 그린랜턴

 

한국 관객의 반응은 냉랭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 영화는 지난 주말 동안 관객 11만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6위를 차지했다. 메이저 스튜디오의 여름 블록버스터로서는 초라한 수치다.

미국에선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개봉 이튿날인 토요일에는 첫날에 비해 관객수가 22% 감소해 향후 흥행 전망을 어둡게 했다. 평단의 반응은 더욱 차갑다. “설명적인 대사와 딱히 특수할 것도 없는 특수효과의 조합”(AP), “<그린 랜턴>은 그럴 듯해 보이려고 의도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감각적인 특수효과로 관객을 공격하는 빛과 소리의 쇼가 되기를 의도한다”(로저 에버트) 등의 평가가 이어졌다.

영화는 우주를 수호하는 그린 랜턴 군단으로부터 선택받은 지구인 할 조던이 자신의 운명과 힘을 깨닫고 악을 물리치기 위해 나선다는 내용이다. <카지노 로얄>의 마틴 캠벨이 연출을, 주목받는 남우 라이언 레이널즈가 주연을 맡았다.

그러나 주요 인물이 온갖 콤플렉스를 갖고 있고, 배경에 사회적 의미까지 담아내는 최근의 슈퍼히어로 영화들에 비하면 <그린 랜턴>은 지나치게 밋밋하다. 명확한 선악의 이분법은 1980년대 <슈퍼맨>의 세계관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주인공의 연인이 가면을 쓴 슈퍼히어로를 단번에 알아보는 등 기존 슈퍼히어로 영화를 패러디하기도 하지만 효과가 크지는 않다.
영화는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도중 2편을 암시하는 영상을 내보내기도 하지만, 계획대로 2편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평단이나 언론의 중재 없이 관객과 ‘직거래’하겠다는 의도인 콜드 오프닝. 그러나 요즘 구매자는 눈이 밝아서 판매자의 의도를 훤히 꿰뚫어 본다. 최고의 마케팅 수단은 역시 상품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