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수 엔터테인먼트부장
지난 주말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펼쳐진 <세시봉 콘서트> 현장에서 송창식의 ‘생목소리’와 만났다. 환갑을 훨씬 넘긴 나이에 펼쳐보인 송창식의 무대는 십수년 전보다 더 깊고 넓어져 있었다. ‘고래사냥’을 부르며 대한민국 최고의 기타리스트 함춘호와 주고받은 기타 배틀, 전혀 늙은 기색이 없는 싱싱한 보이스에 이르기까지. 단박에 감동과 전율이 밀려왔다.
주말 저녁에 만난 MBC <나는 가수다>의 임재범 역시 듣는 이를 소름돋게 만드는 건 마찬가지였다. 록적인 창법에 솔적 느낌을 더해서 트로트곡 ‘빈잔’을 그토록 멋지게 부를 수 있다니….
송창식과 임재범은 누구인가. 그들은 ‘세시봉’과 ‘나가수’ 열풍 속에서 만들어진 깜짝스타가 아니다. 이전부터 자신의 음악세계를 가다듬어온 ‘노래의 장인’들이었다. 이들이 대중과 멀리 있었던 건 ‘남들과 똑같이 살기’를 거부해온 기행도 한몫한다.
가수 송창식 (경향신문DB)
송창식과 오래 일해온 지인은 “미사리에서 노래하던 시절 중요한 방송출연이나 콘서트를 제의해도 ‘나를 보러 라이브클럽을 찾는 손님을 실망시킬 수 없다’면서 사양했던 분”이라고 말했다. 이날 함께 무대에 올랐던 ‘세시봉 트리오’의 원년멤버 이익균은 “요즘 세시봉 열풍 때문에 ‘먹고살 만큼’ 이상의 돈이 들어와 걱정하는 이가 송창식”이라고 했다.
가수 임재범. (경향신문DB)
임재범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 시절 그는 기행과 잠행으로 유명했다. 콘서트를 앞두고 사라지거나 절에 들어가 몇 달이고 두문불출 하고, 술자리에서 노래하는 후배들을 몹시 혼냈다는 얘기도 들렸다.
두 사람이 뒤늦게 미디어에 의해 ‘재발견’된 건 다행스럽다. 이들은 포크와 록 등 서구에서 수입된 음악으로 시작하여 한국적 가락을 덧입히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그러한 노력들 덕분에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반성도 뒤따른다. 미디어 종사자로서 시류에 편승하여 유행만을 좇아 얘깃거리 만들기에 골몰해온 게 아닐까 하는 자괴감이다. 송창식의 생활한복이 참 편해보이고, 임재범의 빡빡 깎은 머리가 멋스러웠던 주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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