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혜 기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SBS <김연아의 키스&크라이>에 딱 맞는 말이다.
피겨퀸 김연아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첫 예능 MC 도전에 나선 프로그램. 가수 아이유·손담비·동방신기의 유노윤호·에프엑스의 크리스탈, 개그맨 김병만, 탤런트 박준금, 스케이트 선수 이규혁까지 한자리에 모은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제가 됐다.
기획 의도도 신선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연아를 배출했지만 피겨 전용 빙상장도 없는 열악한 대한민국의 상황을 짚어보고, 피겨스케이팅 활성화와 빙상 스포츠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지속시키겠다는 것이 목표였다. 이를 위해 SBS 일산 탄현 제작센터에 세트장을 통째로 얼려 아이스링크까지 만들었다.
제작비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김연아와 10인의 스타 출연료를 비롯해 아이스링크 건설비, 유지비를 합하면 결코 적지 않은 제작비를 들인 대작이다. 오는 8월 김연아의 아이스쇼에 함께 설 우승자가 가려질 때까지 3개월 남짓 방송되는 프로그램에 SBS는 거액을 투자한 것이다.
김연아의 기대감도 컸다. 김연아는 “많은 분들이 피겨에 관심을 갖고 있고, 피겨를 시작하는 어린아이가 늘어나고 있다. 피겨를 보는 것만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3회가 방송된 <키스&크라이>는 기대보다 실망이 컸다. 김연아의 예능프로그램 등장은 신선했지만 피겨에 대한 관심보다는 ‘위험한 운동’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김병만은 피겨를 연습하다 발목 부상을 당했고, 이아현은 허리에 통증을 호소하며 촬영을 중단했다.
화려한 캐스팅의 출연진은 피겨스케이트를 난생 처음 타는 초보지만 단시간에 사람들 앞에서 ‘쇼’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린다. 유노윤호는 “2주째 밤을 새워도 스케줄이 끝이 없다. 월드투어와 일본 활동으로 짬이 없어 새벽에 연습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키스&크라이>를 보면 피겨는 전혀 즐거운 스포츠가 아니다.
에 출연하는 가수 손담비'>
또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출연자들의 사연에 초점을 맞췄듯이 <키스&크라이>도 연예인들 각자의 스토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아현의 가정사나 김병만의 부상 투혼, 손담비의 눈물 고백 등이 강조되면서 정작 피겨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피겨 현실이 얼마나 열악한지, 피겨 꿈나무들을 위해 어떤 시설이 필요한지는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 “피겨에 대한 관심 고취라는 거창한 목표가 홍보성 멘트로밖에 안 보인다”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스포츠와 예능의 접목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본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제작진의 진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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