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으로 흐르는 강변 갈대밭_ 330×450㎜ _ 화선지에 먹 _ 2014
북으로 흐르는 강변 갈대밭
하얗게 하얗게 눈이 쌓인다
종일 인적이 없다. 외진 펜션 현관 앞까지 고라니들이 더러 다녀가고 멀리 강변 갈대밭에 눈이 쌓인다.
펜션 거실에서는 일 없는 사내가 오후 내내 창가에 서성이다가, 붓글씨 몇 자 쓰다가, 그 적요를 깨는 요란한 색소폰을 한참을 불다가, 어두워지기 전 현관을 나와 차에 올라 북쪽 도시 서울로 돌아간다. 그 좁은 도로 위의 차 바퀴 자국을 천천히 하얀 눈이 지우고 펜션도 다시 차갑고 고요해진다. 또, 몇 년 전 이야기다.
올겨울, 서울에 눈이 얼마나 왔던가. 오래오래 소란한 겨울 도시에 눈 대신 바이러스의 불안이 쌓이고 있다. 이번 것은 얼마나 오래갈 것이며 그다음 것은 언제 또 올 것인가. 이 첨단 과학 문명의 시대에….
<정태춘 싱어송라이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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