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강변에 나가지 마세요 _ 650×350 _ 화선지에 먹 _ 2018
勿出夕江邊(물출석강변)
傷心月與風(상심월여풍)
저녁 강변에 나가지 마세요
달빛 바람에 마음 다쳐요
코로나19 사태가 한참인데 너무 한가한 얘기일까, 언젠가 광나루 건너편 물가에서 달 떠오는 강변 사진을 찍고 있었다.
저녁 강변은 더없이 한적하고 스산한 바람이 키 큰 갈대 숲을 흔들고 있었다.
그 너머 멀리로 인간의 거처 시멘트 건축물들이 공제선을 형성하고 있고. 내가 여기에 왜 나와 있을까, 나는 정말 현실에 존재하는 사유체일까, 그 존재감은 왜 이리 쓸쓸할까…. 그 뒤, 다시는 저녁 강변에 나가지 않았다.
요즘 거리에 사람이 줄고 특히 노인들 만나기 쉽지 않다. 젊은 사람들도 가능하면 집 안에 머물고 가까운 지인들과의 만남도 미룬다. 하여, 처음 등장한 용어 ‘사회적 거리 두기’.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출근하고 움직이는 사람들이야 실감이 덜하겠지만, 모두 고립감 같은 것들을 느낀다고 한다. 답답함과 함께.
그러나 행여 저녁 강변에 나가지 마시라. 거기 더 사람 없고, 문명의 우울까지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정태춘 싱어송라이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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