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가수 김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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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보기=====/김제동의 똑똑똑

(13) 가수 김C

세상은 지축을 중심으로 돈다지만 김C, 그에게 세상은 자신을 중심으로 돈다. 운전자가 안전벨트를 매든 말든, 그런 사소한 것까지 국가가 나서서 관리 감독하고 벌금을 매기는 일에 심한 거부감을 느낀다는 그는, 내가 보기에 극단적 자유주의자이자 개인주의자다.
그도 부정하지 않는다. 한술 더 떠 자신은 무정부주의자라는 그가 난 참 부럽다. 싫은 일은 절대 안하며, 남 눈치를 보는 법도 없이 자신의 마음과 감정에 대한 솔직함이.
그렇지만 그의 외모는 전혀 부럽지 않다. 얼마전 트위터에 자신의 외모가 나보다 우월한 걸 증명하겠다며 턱도 아닌 셀카를 찍어 올리는 일을 자행했지만 결국 팔로워들에 대한 민폐로 귀결됐다. 나? 이래봬도 서래마을 (꼬마)요정, 패셔니스타다. 그를 만나기로 한 시간은 오후 1시. 여전히 부스스한 머리에 검은 선글라스를 쓴 그는 몹시 피곤한 표정으로 아이패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 지면에 실린 기사 원문은 여기에 


(서성일기자)




제=미안해요 형 하산이 늦었어요.
C=산에 갔다왔어?
제=응. 아니 근데 뭘 이런걸 켜놓고 있어.
C=야  이 아이패드 아이폰이랑 쓰면 최고의 궁합이야. 네가 누리고 싶은 모든 정보를 누릴 수 있어.
제=난 집 컴퓨터 위에 올려놨어.
C=아이폰 쓰잖아. 함께 써봐. 정말 최고야. 이삼일만 갖고 놀아봐.
제=그런데 내 아이패드 어디서 받았는지 알아? 칠순잔치 사회보러 갔는데 그거 선물로 주시더라. 복분자는 몇번 받아봤는데 아이패드 받아보는 건 처음이야. 정말 진보적인 칠순잔치 아냐? 그나저나 어떻게 지내요.
C=(두분 친하고 자주 보는거 아니냐고 묻자) 꽤 친한 줄 아는데요, 아녜요.

제=형 연극할 때 보고. 그게 5월이었으니까 두달 됐네. 같은 소속사라고 해서 매일 보거나 자주 만나는 건 아녜요.
그런데 형. 조만간 나랑 만날 일이 있을거야.
C=너 그거 알어? 나더러 보자면 두려운 사람이 몇 있어. 그 중 너가 하나야. 며칠 전에 길이가 전화가 왔어. 태어나서 나랑 전화한게 두번째야. 왜 그러냐고 했더니 그냥 울컥해서 전화했대. 그냥 했대.
제=어, 그래?  길이 왜 그러지? 나보고도 한번 보자 그러던데.
C=길이가 이제 그런 시기가 오지 않았나 싶어. 어느 정도 일정 수준이 되면 누구나 그렇잖아. 일하면서 마음이 그런거... 그런 때가 된거 아닌가?
제=그래? 나한텐 동생들끼리 모여서 나를 손보기로 했다는데.
C=후후. 어쨌든, 누구든 그런 시기가 온거지.

제=1박2일 그후... 그건 안 물어볼 수 없잖아. 뭐 이미 보도도 많이 됐고 알려졌는데. 그런데 지금 와서 멤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니 심경이니 물어보기도 뭐하네. 다 했을 텐데.
C=난 그거 관련해서 인터뷰 한 적 한번도 없고 내 입으로 뭐라고 대답한 적 한번도 없어. 하고 싶은 이야기도 전혀 없어. 알아서들 마음대로 쓴 거지.
제=그렇다면 잘 됐네. 1박2일 보기는 봐?
C=글쎄. 요 근래 파업도 했고. 난 보지는 않는데 주변에서 이런 저런 들리는 이야기들은 있으니까. 요즘은 좋은 이야기가 없잖아. 그러니 마음도 편치않고 좋지는 않지. 호동이 형한테는 그냥 가끔 문자해. 덥네요. 수고 많으시다고. 작가한테도 그렇게 문자 보내고. 작가들한테는 엄청 원성 들어.
제=그래도 1박2일 잘 되고 있잖아.
C=몽이한테도 힘내라고 문자하고.

제=나같으면 쉽지 않았을거야. 내가 예능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렇게 중간에 그만두는 거. 형,그런데 엑스맨에서 나랑 처음 예능 시작한거 알지? ㅎㅎㅎㅎ 그때 형이 투덜대던 모습이 아직도 생각 나.

C=그렇지. 난 거기 내가 왜 있어야 하는지 아직도 이핼 못했어. 그렇지.. 그때는 그랬어.
제=그런데 나같이 예능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게 비칠 수 있었어. 입장이란게 원래 누구에게나 다 다르거든. 이건 정말 나에게 중요하고 소중한 일인데 다른 사람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을거야. 예능이 뭐? 예능이 어때서? 그런데 웬지 자칫 잘못하면 예능 전체를 무시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거지.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말야. 난 그 점에 대해 형이 할 수 있는 말이 있을 것 같아.
C=무시라기 보다...
제=안 맞는거야?
C=뭔가 일을 하면 즐거움도 오고, 물론 즐거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일도 6년을 했어. 내가 6년 예능을 했으면 적응도 되고 함께 묻혀 잘 굴러가야 되는데 6년이 지나도록 나 스스로에게 계속 물어보는 상황이 되니까. 이게 아닌가보다. 이런 생각이 들었지. 아 이게 내 길 맞어? 맞나? 아닌가? 계속 이런 자문 자답을 하더라고. 그래서 오랜 시간 생각하고 마음을 먹었지. 훅 하고 결정한 건 아니고 오랜 시간동안 그만두기로 마음먹었어. 그리고 정리한거지. 그런데 다들 해석들이 많더라고.

난 내가 뭘 할 때 가장 즐거워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봤어. 그랬더니 내가 뭔가를 만들고 있을때 즐거워하더라고. 창작적인 일, 그리고 거기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렇다고 나 절대로 예능 안해라고 선언하는건 아냐. 난 대중예술하는 사람이야. 그럼 대중과의 접점이 항상 있어야지. 그리고 그게 필요할 땐 해야지. 그런데 그걸 고정적으로 하면서 대중과의 접점을 예능에서, 대중의 만남의 고정적인 고리를 예능으로 삼아야겠다고 하는 건 아니야. 그건 날 옭아맬 장치인거야. 사실 생활고에 시달려서 내가 이거라도 안하면 안될 상황이 올 지 어떻게 알아? 그리고 또 그 때가선 다른 변명거릴 찾을 지 모르지. 그래도 현재로서는 그리고 그동안 고민했던 것은 그러지 말아야 하는 생각이 크네. 다시 말하지만 나는 대중과의 접점을 예능에서 고정으로 찾지는 않겠다는 것이지.


제=낮에, 그것도 형이랑 술 없이 이렇게 만나서 맨정신에 이런이야기 하려니 정말 어렵다. 내 인터뷰 역사상 가장 어려워.
C=너도 뭐 좀 마셔.




C=나 솔직히 너랑 인터뷰하는거 정말 싫었어. 그중에 제일 큰 이유가 너랑 할 이야기가 없고, 뭣보다 너랑 이야기를 하고 싶지가 않다는 거야. 왜인줄 알아? 너랑 만나면, 너랑 자주 통화한 적도 없지만 항상 너랑의 대화는 반갑지 못한 상황에서만 이뤄졌어. 서로 뭔가 상처받고, 아프고, 괴롭고, 힘들 때만 만난거지. 우리 그런 거 알어? 내가 전화를 해도 너 괜찮니? 하고 전화한 것 밖엔 기억이 안나. 그러니까 널 만나는건 기쁜 일이 있는 게 아닌거지. 기쁠 땐 나 말고도 네 옆에 많은 사람들이 많으니까. 생각해봐. 네가 나 만났을 땐 너는 항상 상처받고 힘들고 괴로운 상태였어. 만나서 유쾌하게 깔깔거리고 그랬던 적이 없어.
제=맞어. 듣고보니 그러네 형. 도현이 형하고는 또 달라.
C=우리가 친하다고 묻는다면 좀 다른 개념이지. 네가 아파한 것을 보게 되고 너 나름대로 상처를 밖으로 표출하고 싶어 울부짖고 투덜거리고 땡깡부리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깝고 괴롭고. 그런데 나도 그런 시기가 있었고 나도 그 마음을 아니까. 그 상황에 만나서 이야기하면 괴롭고 그러니까. 김제동을 만나는 건 좋은 일이 아닌거지. 아픈일이지 나에게도. 너는 상처가 많은 앤데. 너랑 내가 만나서 신문지면에서 즐거워지는 척 하는 것도 어려운거야. 그런 모습 보여주는 것도 싫고. 참 비관적이야. 우린 그치?
제=그래 비관적이야. 그리고 이 인터뷰 그렇게 꾸미고 뭔가 보여주고 할 필요없어. 우리 우리대로 보여주고 그냥 이야기하면 돼. 우리 상태를 전하면 되는거야. 근데 뭐 거기서 거기지 뭐.
C=찰리 채플린 있잖아. 웃긴데 되게 슬퍼. 참 많이 봤어. 그 영화. 외롭고 슬프고 쓸쓸하고 복잡한 심정이잖아. 

제=요번에 형 음악(음반 '시소') 들어봤는데 형 음악이 되게 많이 바뀌었더라. 우리도 개그하는 사람 입장에서 어느날 코드가 바뀔 때 감이 있거든. 그런데 형 음악 저변에 깔린 것은 모르겠지만 대중 입장에서는 음... 그러니까 뭐랄까.. 형 뭔 일 있었어? 하는 느낌이 왔어. 몇년간 형의 콘서트를 들으면서 음악을 들어왔는데 이번엔 좀 그런 느낌이 들었다는 거지. 어떻게 생각해?
C=이번 앨범은 확실하게 컨셉이 있었고 어떻게 가겠다는 것이 프로모션까지 명확하게 내 머릿속에 있었던 거야. 뜨거운감자라는 내가 속한 밴드가 여태까지 하던 것과는 다른 거야. 그런데 운 좋게 사람들에게 잘 먹혔고 좋은 역할을 했지. 그게 내 머릿속에 있었던 거야. 뜨거운 감자가 여태까지 하던 것과는 다른거야.
그런데 아마 뜨거운 감자로서는 우린 다시 시소 앨범을 답습하진 않을 거야. 뜨거운 감자로 돌아가 살거야. 살면서 한번씩 다른 방향으로 가보고 싶은데 이번이 그런 경우에요. 이번엔 내 역할이 되게 컸던 거고 내가 방향을 설정했던거지. 결과적으로 좋았으니까 당위성이 있는거야. 안됐으면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앨범이 됐을 거야. 다행스럽네. 그런데 어쨌든 이제 뜨거운 감자로 돌아가야지. 전국 콘서트도 뜨거운 감자로 하는 거고.

제=형이 개인적으로 음악한다면 이런 음악을 추구하는거야?
C=살다 보면 너도 작곡을 직접적으로 할 수 있을 수 있는 게... 너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있는데 이 세상에는 없는 노래. 그런 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을 거야.
제=흐흐흐. 글쎄 노래는 많이 흥얼거리지만 대부분 표절일 걸.
C=운좋게 노래가 나왔는데 세상에 없는 노래가 나올 수 있지. 운좋게 이번엔 그런 거지.
제=어쨌든 형의 한 모습이었으니까 나왔어. 한 부분이었던 거지. 그런데 밴드로서의 음악, 개인으로서의 음악. 차이는 분명히 있는 거지?
C=분명히 있지. 밴드를 하려면 내가 하고 싶은게 60 정도라면 20만 해야해. 전체를 위해서 더 많이 배려해야하고 이게 조화로워지려면 밴드 멤버 나가기도 하고 찾아가기도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크지만 적게 하면서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도록. 접점 잘 찾는게 중요하지. 밴드는 내 역할에 넘지않게 충실하면 되는거야.
제=아니면 충돌하는 거야?
C=충돌이나 박탈감을 느끼면 방향을 잃는 거야. 만일 그렇게 되면 김C와 뜨거운 밴드들. 혹은 김C와 뜨거운 감자가 되는 거지.

제=그래도 중요한 건 형이 투영된 뜨거운 감자거든. 그런거에 대해서는 멤버는 뭐라고 생각해? 아무리 친해도 뭔지 그런게 있을 거 같은데.

C=어릴 땐 치기어린 그런게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고생하는구나. 프론트맨으로. 그런 마음이 있고 내가 예능하고 하느 것들이 어떤 결과가 오는지 알고 있으니까. 내가 창문은 아니야. 나는 대문이야. 나를 열고 들어오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는 거지. 나를 보고 공연에 와서 마네킹 된 사람 많았어.
제=형한텐 그러니까 우리 음악을 알리기 위해 예능은 불가피하게 선택한 것이다. 이거네.
C=당연히 그걸로 시작했지. 어떻게 라디오에 나올까. 출연하면 틀어준대. 출연해야지. 뮤직비디오? 틀어주니까 그래서 나가는 거지. 정작 불렀던 사람은 별로 재미 없고 나는 재미있다고 하고. 그러다보니 6년. 얻어 걸린 거지. 스스로 내 입김이 생기고 하다보니 난 그거 안할래요 하는 마음이 생긴 거고. 그리고 그거 이해하는 회사고...




제=일부에선 그런 이야기해요. 음악으로 승부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음악 알려졌으니 그만두는 거야. 의리 없는거 아냐? 라고 이야기 할 텐데.
C=난 아티스트의 덕목 중 하나는 이기적인 것이라고 생각해. 난 내가 아침에 애들이 학교 가는 거 못 보더라도 자야돼. 내가 중요해. 그게 내 본질이야. 대신 내 본질은 음악을 만들어 불특정 다수의 감성을 울려야 해. 그게 나의 본질인 거지. 난 이기적이야. 맞어.

제=난 형 같은 성격이 되게 부러워. 누가 맞고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지.

C=우린 다른 거야. 너랑 나랑은 다른 거니까. 제동인 제동이고 나는 나. 난 그 학문 정말 싫어해. 그거 도덕. 도덕이란 학문. 그걸 물어서 가르친다고? 할머니가 무거운 물건을 들고 계시면 도와드리라는 것을 가르치라고? 그거 뻔한 것 아니야? 획일적으로. 할머니가 타면 비켜줘야 한다. 이거 학교에서 가르치는 나라가 여기 말고 어디 있냐고. 난 도덕이란 과목이 너무 싫어. 도덕책. 어디 있냐고. 사람들의 마음을 가르치려고 하는 것. 획일적으로 만들려 것이지.


제=나도 그래요. 사람들의 마음을 획일적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 너무 싫어요. 형 극단적 자유주의자지. 아나키스트 아냐?
C=정치적인 면에서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난 그냥 무정부주의자야. 이것도 저것도 싫어. 내가 싫으면 안해. 내가 하고 싶은것만 해. 그래도 나도 바보는 아니니까 공공을 위해 해야하는 것, 공공을 위해 해서는 안 되는 것. 그런 것은 나도 하지. 누가 돌아가셨는데 추모하는 의미에서 노래 한 곡 못해 줄 리는 없잖아? 노래? 그게 뭐라고. 누가 돌아가셨다고 하면 애도를 표할 일이잖아. 알량하게 노래 한 곡 불러주는 것 그거 왜 못하지? 그걸 갖고 그 사람이 죽었는데 거길 갔네, 여길 갔네, 이렇게 말하는 거 . 난 그런 시각이 너무 싫어. 그 사람의 행동에 대해 다른 의미에서 너무 한쪽으로 꽂혀 있으니까. 난 내가 원해서 노래한거거든. 그런데 제동이 너 거기서 사회봤다고. 나는 노래했고. 그런데 난 방송3사 다 나갈 수 있는데 넌 왜 안 되는 거야?
제=뭐야 형. 나도 방송3사 다 나갈 수 있어. 내가 안 나가는 거야.
C=아냐, 넌 안 되잖아. 나랑 달라.
제=왜 이런 어이 없는 상황이 됐을까.
C=몰라. 그걸 뺨맞은 사람에게 물어보는 거야? 그런 상황을 만들어 본 사람에게 물어봐야지. 왜 방송3사 다 나갈 수 없는지.
난 내 목표가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는 거야. 그러니까 영향력 있어야 해. 경향신문. 경향신문도 영향력있는 언론이 되셔야 해요. 그런데 요즘 다들 그러쟎아. 신문? 누가 신문 믿냐고. 예전엔 무슨 얘기만 하면 너 그거 어디서 들었어? 이러면 신문에서 봤다고 하면 오~하면서 다 수긍하고 인정하는 분위기였잖아. 그런데 지금 신문에서 봤다고 이야기하면 그러잖아. 누가 요즘 신문을 믿냐고.

제=나 담배 좀 피우고 올게. 나 하루에 2갑 반 피워. 끊어야 하는데. 형은 어떻게 끊은 거야?
C=난 체인스모커였어. 끊은 게 아니라 잠시 참고 있는 거야. 금연 해야하는 룰도 약삭빠르게 어겼지. 심지어 공연 앞두고 담배 피우는데 아저씨가 여기서 담배피우면 안 된다고 뭐라고 하시는 거야. 그래서 내가 그랬지. 내가 지금 담배 안 피우면 공연 망칠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 그럼 어떡하냐고. 그러니 그 엄하고 무서운 경비아저씨도 빨리 피우고 들어가라고 하시더라구.
나 정말 담배 사랑했지. 그런데 2013년 8월1일 되면 다시 피울 거야. 그 때 아이가 10살 되는데 그 정도 되면 말귀도 알아듣고 이야기하면 합의해 줄 것 같아. 그때 아이와 합의해서 다시 피울 생각이지. 지금은 안 피우고 있지만. 담배를 끊으려면 목적의식이 있어야 해. 산에 가든 뭘 하든 목적의식이 있어야 모든 것이 그때부터 가능해져.
제=그럼 형은 어떻게, 무슨 목적의식으로 담배를 끊은 거야?
C=너 지금 담배피우고 들어왔잖아. 그럼 너에게서 나는 담배냄새가 있어. 담배 피우면 누구나 그런 냄새가 나잖아.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어느 순간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옆 사람이 담배 피우고 들어오는데 냄새가 확 나는거야. 그리고 그 냄새가 나에게서 나는, 다른 사람이 느끼는 내 냄새이겠구나 싶더라고. 난 얼마나 심했겠어. 정말 많이 피웠는데. 그래서 나도 늘 이런 냄새가 나겠네 하는 생각이 들었지.
좀 있으면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를 내가 안아줘야 하는데 아이가 이 냄새를 맡아야 한다.... 이런 생각에 미치니까 이건 아닌 것 같더라고. 그래서 담배를 참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지. 아이가 태어나기 세달 전에. 그래서 참기 시작했어. 그리고 지금은 아이가 10살이 되면 설명해주고 담배를 피워도 되냐고 합의해서 피울 생각이야.
 




제=딸이 싫다고 하면 어떡할 거야.
C=잘 설명해 봐야지.
제=딸을 제압하려고 노력하려는 거야? 어, 형 벌써부터 딸 눈치보는데.
C=담배피울 때 그 담배가 주는 유대감이 얼마나 좋은데. 건강문제만 아니라면 담배만한 연대의식과 릴레이션십이 없어. 나랑 같은 것을 공유하는 것. 담배한대 필까? 하고서 함께 피워무는 그것. 난 그 느낌이 너무 좋아.
제=그래서 학연 지연보다 흡연이 더 무섭다잖아.

제=
그나저나 이번이 첫 전국투어인데 어때?
C=해보고 싶었던 거야. 그리고 그게 가능하게 되서 너무 기뻐. 작은 규모지만 다음 목표를 위한 첫번째 중요한 일 중 하나지. 다음 목표? 월드투어지. 다른 나라에 가서 우리 문화를 소개하는 기회가 주어지면 너무 좋을 것 같고 우리 문화를 소개하는 기회가 주어지면 너무 좋을 것 같아. 공연하다보니 느끼는 것은 우리가 진짜 사람들에게 많이 다가갔다는 것을 느껴. 그전에 우리 음악을 이해시키기 어려웠다면 지금은 수월해졌어. 우리가 인천에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했는데 뜨거운 감자가 최대 관객을 모았다는 것은 굉장한거 아냐? 우리에겐 큰, 기분 좋은 일이었고 성과였지.
 
제=형을 보면 그럴 때가 있어. 난 착한척 해야 하는 컴플렉스가 있는 사람이잖아. 그래서 힘들기도 해. 우린 왠지 착하게 보여야 하고 까칠하게 보이거나 하면 지금까지 사람은 누구나 하면 지금까지 사람은 누구나 다른 얼굴이 있음에도 한가지 얼굴을 보여야 하는 사람쪽에 가깝잖아.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에 비춰 보면 형은 대중예술을하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그 이면의 대중에 대해서 선이 확실한 것 같아. 나의 음악을 사랑하고 콘서트에 와주고 자리를 메워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갖지만 일반적으로는 격하게 사진촬영이나 사인요청을 거부하잖아. 그러면서도 난 내가 좀 더 많은 사람을 위해 뭔가 창작해야해 하면서 집중하는 것을 보면 양쪽에 모순이 있는 것 같다고나 할까? 성립할 수 없는 요건 같은것. 난 사실 형이 그렇게 편하게 사는게 부럽긴 해.

C=난 내가 봐도 이기적인 사람이야. 내가 기분 좋으면 하고 아니면 안해. 어떤 공간에서든 상대의 예의가 느껴진다면 다르지. 예의와 존중이 느껴지면 최선을 다해서 해. 난 나의 자존감을 굉장히 중요시해. 그리고 그게 무시를 당한다고 느끼면 철저히 응징하지. 난 내가 존중 받아야 남을 존중해. 그렇지 않으면 안 해. 왜? 난 이기적이니까.
내가 만드는 아트에 대해 당당함과 자부심이 있는 대중예술가거든. 그래서 내 작품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언제든 정당하게 맞설 준비가 되어 있어. 나는 최선을 다한 거거든. 요즘 봐봐. 선진국, 선진국 이러면서 선진국 되겠다고 발버둥치잖아. 그런데 말이지 우리가 알고 있는 나름의 선진국에서는 대중 아티스트들이 정말 존중받아.
지금 세상. 난세잖아. 좇같은 세상이야. 이 때에 이 촉박한 이 상황에서 감성적으로 위안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박수받아야 할 사람 아닌가? 이 연주, 이 노래, 연기, 개그 등등 모든 작품 하나가 자기 고통을 갉아먹으면서 창작해서 감성적 위안을 주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들을 존중하는 것 아닐까? 고흐의 그림을 보며 위안을 받고 감동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물론 그네들은 오랜 역사가 있지만 우린 시작이 너무 달라서 예우가 무척 많이 모자라.
감성적으로 풍부해져야 지금 모든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변화시킬 수 있고 우리를 위해서 하는 일을 찾을 수 있어. 이건 정치랑도 다 연관 돼 있어.


제=건방짐과 당당함은 구분해야 하나?

C=난 어려서부터 건방지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 말 좋아해. 당당하면 건방져 보일 수 있지. 그런데 비슷하게 쓰이는 말 중 싸가지 없음은 다른 말이지.
제=어쨌거나 형은 어릴때부터 남달리 건방졌다는 이야기네.
C=그런데 그 건방이 남과 다르다는 그런 의미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쾌감이 느껴지더군. 내가 야구선수인데도 다른 친구들과는 다른 모자를 쓰고 있었고 신는 신발도 뻔한데 남들과 다른 거 신는 거 좋아했으니까. 다 같이 밥먹을 때 자장면 통일 이라면 너무 싫은거야. 획일적, 권위적 이런 단어 어릴 때부터 거부감을 느끼며 살았어. 그냥 나는 내가 먹고 싶은 거 먹고 너는 네가 먹고 싶은 거 먹게 해주면 안되는거야?
제=그럼 형은 난 대중이 날 안 좋아해도 상관 없어. 나를 좋아하는 대중을 위해서만 최선을 다할 거야. 이거네?

C=패러다임이 변하는 걸 어떡할 거야. 그렇지만 본질은 듣는 거야. 라디오는 들어야 맛인 거야. 그런데 그걸 사람들에게 비위 맞추려고 보이는 라디오를 만드는 거야. 그건 본질을 트는 바보같은 짓이지.
사연을 엽서로 신청하다 인터넷으로 신청하는 것 그건 패러다임의 변화지. 그렇지만 라디오를 보이게 만든다? 이건 본질의 변화지. 사람들이 오게 만들어야지 내 본질을 비틀어가면서 다가가다보면 질서가 깨지는 거야.



제=그러니까 형은 본질을 지키고 살고 싶은 거지?
C=그러고 싶어.
제=그런데 현실은 녹록치 않지?
C=그런 것 같아. 음악을 하는데 자문자답하게 돼. 뭐가 문제인가 하고. 음악을 하는 행위자체로 충분한 것은 순수예술이고 그런 활동을 하면서 존재하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분들이 인간문화재이지만 우린 아니잖아. 난 뜨거운 감자 3집이 그게 왜 인기를 못 끌었는지 이해를 못하겠어. 내 작품 한점의 부끄러움이 없는데. 설명을 해보라고, 뭐가 문제냐고 따져봤지. 그러면서 내가 사람들이 뭘 좋아할까 하고 쫓아갔으면 어떻게 됐을까 싶어. 난 다른 사람보다 내가 뭘 좋아할까를 집요하게 고민하고 집중했어. 그게 내 자존심이야.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음악을 했는데 그게 이번(시소)에 얻어 걸린 거야.

재=난 내가 뭘 하면 사람을 웃길까, 만족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끊임없는 고민이 노력이라고 생각해. 프로가 안되면 제작진의 잘못도 누구의 잘못도 아닌 내 잘못이라고 생각해. 그러면서 나를 괴롭히고 철저하게 우울해지는 스타일이야.

C=너랑 나랑 확실히 다른 것은 너는 무형의 뭔가를 만드는 것이고 나는 유형의 뭔가를 만드는 거지. 나를 지금까지 오게 한 것은 자뻑이 대부분이야. 누가 내 앨범 보고 후졌다고 하면 난 논쟁할 준비가 돼 있어. 예전에 어떤 술자리에서 음악평론가와 받아친 적 있지. 결국 그 말의 당위성에서 나를 납득시키지 못하더군. 내 결론은 당신을 위해 만든 것 아니니 드시던 술이나 계속 드시라고 했지.
제=술집에서 시비 붙으려면 죄책감들거나 두렵지 않아?
C=물론 나도 해놓고 너무 재수없게 보인 거 아냐? 하는 죄책감도 들어. 그런데 난 여태까지 술집에서 한번도 누군가가 나에게 거슬리게 한 적 없는데.
제=난 거의 매일 있는데. 와서 술한잔 받아라, 사진찍자 이런건 좋은데 정말 인간적인 모욕감이 느껴지는 애완견 취급하는 거. 그럴 땐 욱한적도 있어. 그런데 그렇게 욱한 감정을 품거나 표현하고 나면 집에 와서 죄책감을 느끼는 거지. 한마디를 하는데 가슴에 박히도록 하는 거지.
나도 혼자 술마시고 싶어 왔는데 자꾸 한잔 하라는거야. 그 분은 지금 나가야 한다면서. 그럼 거의 먹어야지 뭐. 열에 아홉은. 그런데 한번은 낮에부터 제어 돼 왔던 뭔가가 확 순간에 올라오는 것이 느껴질 때가 있어. 그럴 땐 동시에 여기서 내가 실수하면 연예계 생활 끝난다는 강박관념이 드는 거지. 가끔씩. 그런게 신경 많이 쓰여.
보편적으로 연예인을 존중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나와의 첫 만남에서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켜달라고 하고 싶은거지. 형은 훅 지르는 스타일이고 나는 내재화 돼 있으니까 어쩌면 내가 훨신 위험할 것 같아.

C=착하다는 것에 대해 몇년 전에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어. 착하다는게 뭐냐. 그게 당시 나의 화두였지. 나 자신을 억누르면서 다른사람들 앞에서 불편하지 않게 하는 것이 착한 것인가? 고민했어. 그건 착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어. 우러나지 않는 것을 참고 있는 것이지. 나의 착함의 정의는 상대에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 사람의 장단점에 대해 기분나쁘지 않게 이야기 해줄 수 있는 것. 그런게 착한 거야.
제=형은 나쁜 사람은 아닌데요. 편한 사람도 아니야. 그런데 형 그래놓고 아무 생각이나 집에 가서 고민이 없어?
C=왜 없어. 있지.
요즘 내 머리안에 있는 화두는 시작이 다른 거야. 출발이 다르다는 것. 나는 되게 오만하고 이기적인 직업군에 있는 예술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살아. 그렇지만 잘못된 권위를 부리는 건 아니야. 또 권위를 가지지 않아야 할 집단이 날 누르려는 것이 느껴지면 싫어져.
제=맞아요. 대학에 강의갔는데 강의 시작 2분 전에 총장실 들러 차 마시라고 하면 정말 싫다고 안한다고 해요. 그런 쓸데 없는 권위가 생활 곳곳 요소요소에 있는 거야.
C=나 같이 살면 참 피곤해. 그런데 이상해. 그런 데 대한 제재가 없어. 내가 원래 그런 인간인 줄 아는 거지. 그래서 행복해.
제=우이씨. 난 내가 조금만 그러면 막 뭐라고 해. 지랄들이야.




C=그래 이상하더라. 사람에게 도랑이 생기면 위험한 거야.

제=무슨 도랑?
C=넌 나름의 도랑이 생긴 거야. 물이 떨어지면 어디로 흘러갈 지 아는 거지. 너는 어떤 타입의 사람이라는게 주입된 거야. 너에게 있는 것이지. 그런데 난 그게 없어. 제동이는 늘 착하고 따뜻하고 기부 좋아하고 없는 사람 위해 뛰는데 난 늘 불평하고 투덜대고 오만방자하고 버릇없고 또라이고.... 이게 돼 버린 거지.
제=나도 그 두 가지 다 있는데.
C=그렇게 인식되는 것은 니 몫이지. 그런데 오늘 너 나 인터뷰 하러 온 거 아니었어? 니가 하는거야 내가 하는거야?
제=이거 새로운 인터뷰 기법이지. 서로의 이야기를 치열하게 하면서 속내를 터놓고 밝히는 것. 알아 나도 끝낼거야. 형 연습하러 가야 하는 것 알아. 마침 시계를 보니 세시였어. 안 그래도 끝낼려 했어.
C=까마귀 날자 배떨어진다는거야? 난 속담 좋아해. 정말 멋진 것 같아. 이렇게 멋진 말들을 어떻게 만들어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