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의 한계를 끊임없이 확장하면서 인생의 희로애락을 압축해 담아내는 영화는 그 자체로 소우주다. 두 시간 속에 인생을 압축하고, 감동과 재미를 조율해내는 영화감독은 한마디로 ‘소우주의 주인’인 셈이다.
<공공의 적> 시리즈를 비롯해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실미도>의 감독 강우석.
그의 영화들을 보면서 처절한 현실을 특유의 유머코드로 풀어내는 저 감독은 분명 여성적이고 섬세한 감정선의 소유자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대뜸 “남자들만 나오는 영화를 만들지만 내면은 여성적일 것 같다”고 했다.
“어떤 현상을 보고 분노하거나 슬퍼하는 감정선이 보통 사람들보다 예민하죠. 예전에 제동씨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내가 대답한 느낌이 들 정도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데요?”
한국영화를 움직이는 거물 감독님이 나와 비슷한 표현법과 감정선을 가졌다니 나로서는 황송할 따름이다. 그러나 강 감독을 만나 갖게 된 희망은 다른 데 있다. 강 감독이 나이 서른여덟에 14세 연하의 부인과 결혼, 세 자녀 낳고 알콩달콩 산다는 사실. 서른일곱 노총각인 나에게 최고의 ‘멘토’였다.
경향신문 본지사진 (강윤중기자)
강 : 열렬한 팬입니다.
김 : 이 의자가 직접 연출하실 때 앉는 건가요.
강 : 현장에서 앉는 거죠
김 : 직접 뵈서 영광입니다. 감독님 영화 좋아해요. <공공의 적> 시리즈를 좋아했어요.
강 : 이승엽은 싫어하던데. 아무리 영화지만 부모를 죽여도 되냐고.
<번지점프를 하다>란 영화가 있었어요. 동성애 코드가 있죠. (이승엽과 내가) 보수적인 대구 남자 둘이서 그걸 보고 얼굴이 화끈거려서. 극장에 불이 밝혀졌는데 남자 둘이 온 커플은 우리 밖에 없는거 예요.
그때 승엽이는 알려져 있는 사람이었죠. 승엽이가 내 손 잡고 일어나면서 “형, 우리는 뉴질랜드는 가지 맙시다.” (김제동)
강 : 속 좀 상하겠어요. 이승엽 때문에.
김 : 지금 2군에 있는데 낙천적인 아이라. 2군에서 계속 홈런 치더니 하는 말이 “형, 전 2군 체질인가봐요” 속상하죠. 워낙에 해 놓은게 많은 아이니까. 그 정도 했으면 뭐.
강 : 그래도 우리 입장에선 전설적인 기록 만들어내는 것 보고 싶은데.
김 : 안쓰러워요. 그래도 통화하면 그런 얘기 안합니다. 여배우 중 누가 제일 예쁘냐. 그러면 나도 모른다 이 자식아. 방송국 안가본지 오래됐다고 말해요(웃음).
강 : 제동씨 이러다가 분명히 여배우와 결혼합니다. 분명히 할 것 같습니다.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배우랑 할 것 같아.
김 : (기자에게) 이 얘기 반드시 넣어주세요.
강 : (송)윤아 얘기 나올 때나 지난번 고현정씨 대담도 그렇고, 그렇게 하다보면 미래의 누군가가 오고 있는 거예요. 누군지 모르겠지만. 돈 많이 벌어놓으세요. 기부 너무 많이 하지 말고
김 : 여배우랑 결혼하면 돈 많이 써야 돼요?
강 : 옷도 사주고 해야죠.
김 : 그쪽에서 저한테 조금만 맞춰주면.. 근래에 들었던 얘기 중 가장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얘기네요.
김 : 새로 들어가신 영화가 <글러브>죠.
강 : 충주 성심 청각 장애인 야구단을 그립니다.
김 : 제가 사회인 야구를 하거든요. 잘 안 들려도 야구하고 무슨 관계 있냐는 분이 꽤 계시는데, 외야수는 “깡” 하는 소리 듣고 스타트 하거든요. 타구음을 듣고. 안 들리는데 야구하는 건 어렵습니다.
강 : 투수, 타자들이 (못 듣는 이들이 야구하는 게) 말이 안 된다더라고요. 타자가 치면 외야수가 덕아웃 보고 있다가 청기 들면 좌익수, 홍기 들면 우익수 하는 식으로 연습해요. 영화 후반부 가면 내가 격해지고 빨려들어가요. 단순히 야구 영화가 아니라 그 가족들, 일반인들에게도 이런 사람들 얘기가 따뜻하게 전해져서 사람을 쳐다보는 영화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김 : 야구 얘기 안에 들어있는 사람 얘기군요. 제가 이승엽 선수하고 청각 장애인 선수들 만난 적 있습니다. 용품 기증해주고 그랬는데, 그때 본 아이들의 눈빛을 잊지 못합니다. 승엽이 바라보던 그 눈빛.
2년 전이니까 저도 그떄는 꽤 유명했는데 저를 밀치면서 승엽이에게 달려가더라고요. 야구하는 사람들에게 야구선수는 신이니까요. 그래서 <글러브>라는 야구 영화가 들어간다는 얘기 듣고 어떻게 만드실까 궁금해요. 누구는 사인도 수화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하시는데, 소리가 안 들리면 야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거든요. 진짜 대단합니다.
김: 트위터에 강 감독님 만나러 간다고 글을 올렸더니, 누가 묻네요. ‘마초’시냐고.
강 : 아니예요.
김 : 영화 본 사람들은 그렇게 느끼기도 하나봐요.
강 : 본인도 모르게 영화 형태가 변해가니까요, 아는 사람들은 오히려 반대로 얘기 많이해요. 지금 손대는 영화도 같은 맥락에 있는건데요. 저보고는 엄숙하지 않은데 엄숙해 보인다고 하고. 제동씨도 정치적으로 해석 많이 받잖아요. 이번에 지역구 결정했어요?
김 : 아, 제발 그러지 마세요. 감독님까지 그러시면. (쓰러져 우는 표정)
강 : 당선 가능성 높다던데
김 : 이거 감독님 인터뷰라고요.
강 : 왜 영천서 출마 안하고.
김 : 차라리 강남에 한나라당으로 출마하려고요. 흥행적 요소 갖추려면 그렇게 해야... 감독님은 오히려 여성적이고 섬세하다는 느낌을 받는데요.
강 : 저 되게 예민해요. 여성적이다고까지는 몰라도 슬퍼서 격해지는 적이 많아요.
김 : 슬퍼서 격해지는 것이 여성성인데요, 제 누나들 보면 그렇던데.
강 : ‘저러면 안되는데’라고 생각할 때 치미는게 남들보다 세죠. 예전에 조선일보에 제동씨가 기부에 관한 인터뷰 봤을 때 참 나하고 비슷하다. 내가 인터뷰하면 이런 표현 썼을 것 같은데 이런 느낌이 들었어요.
김 : 어떤 현상을 보고 분노하거나 슬퍼하거나 하는 감정선이 보통 사람들보다 예민하다는 얘기죠. <공공의 적>도 그런 맥락이죠.
강 : <실미도>도 그렇죠. 사회 현상을 영화로 만들면서 소리를 심하게 질러서 욕을 먹는 셈인데. <강철중>도 “애들을 깡패로 만들어?” 이 생각에서 여기서 출발한 영화고.
신인으로 돌아가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도 그래요. “아 애들이 공부 때문에 자살을 하냐” 이런 생각에서. 난 내가 약하다고 느끼는데 사람들은 내가 어마어마하게 센 사람인줄 알아요. 여기 백 기자도 내가 절대강자인 줄 알고 상처줄 때 있는데.
김 : 더 약한 사람이 강한 척 하려는 기제가 있잖아요, 기 안 죽으려고.
예전에 영천에서 대구로 처음 전학간 6학년 때 제가 고경 체육관 태권도 추리닝을 입고 있었어요. 말 한 마디 안하고 벽에 가서 주먹으로 치기만 하고....이게 나쁜 얘기가 아니라 영화의 이면에 보면 공분하고 흥분하는데, 영화가 아닌걸로는 타격할 방법이 없으니. 감독님은 영화로 말을 하는 것 같아요.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강 : 성장하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참고 지나가면 되는데 못 참고.... 영화계에서 대박 쳤다 그러면 개인이 번 줄 알아요. 다 회사가 벌었는데.
회사가 200억 벌면 난 2억도 안 가져가는데. 영화 찍느라 다 쓰고. 그게 보면 분배주의까지는 아니더라도 같이 벌었으니까 영화로 공유하자는 사고를 더 심하게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주변에서는 “당신 바보냐” 그러는데, 난 그래도 먹고 살만큼 있다, 내가 직접 찍은 영화의 보너스만 받아도 부모님께 효도할만큼은 된다, 성 같은 집은 아니지만, 웬만한 사람 5~6명 와서 놀아도 되는 집 있다. 이런 생각이 나이 들수록 심해져요.
가끔 내가 왜 이렇게 돈을 날리고 있지 이런 생각 들지만 어느 순간 재미가 붙었어요. 연출만 하겠다고 발을 빼기 전에는 이런 습관을 못고칠 것 같아요. n분의 일로 나눠주진 못하지만 “자, 이 돈으로 영화 찍어라” 이러죠. 어느 해는 영화 열 몇 편 찍은 적도 있어요.
제가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은 영화 몇 편 연출하고 5~6편 제작하기 바쁜데요, 누가 네이버 들어가서 제 영화 보니까 연출한게 17편. 찍게 한 게 130편이라군요. 저도 “내가 그렇게 많이 했어?”했어요. 제작, 배급으로 그만큼 들어갔어요.
내가 영화를 할만큼 했으니까, 이제 효율적으로 해서 잘 해보자 하는 생각이에요. 연출력이 개판이면 못 밀어주지만, 잘 만들어도 실패한 애들은 밀어주죠. 내가 신인 때 실패해본 적 있잖아요. 내게 기회 준 제작자인 이장호 감독님 같은 분 없었으면 내가 있었을까 싶어요. 그래서 제가 이런 인터뷰할 때라도 “그 감독 된다”고 많이 얘기해요. 실제로 된 적 있고요. 내가 너무 멋있는 척 했나? 역겹지 않아요?
김 : 저도 그런 말 많이해요. 한참 말하고 “저, 재수없지 않나요” 해요.
강 : 제가 마초냔 질문에 되게 당황했네, 아니라고 설명하면서 별 얘기 다하네요.
경향신문 본지사진 (강윤중기자)
김 : “이 감독 꼭 된다”고 말씀해주실 분 있으시면.
강 : 그런 감독들은 이미 잘 되고 있어요. 하나 만들었는데 안 된 감독이 예를 들어 원신연. <구타유발자들> 만들었죠. 이후에 <세븐데이즈>로 솜씨 보였드만요.
지금은 <로버트태권브이> 실사판 준비한다던데. 김상진 감독한테 <투캅스3> 줬는데 완전히 망가뜨렸어요. 내가 1,2편으로 전 국민에게 사랑받았는데, 그걸 망가뜨리더라고. 그래도 <주유소습격사건>과 <신라의 달밤>으로 해내더라고. 윤도현씨가 제동씨에게 ‘가자 서울로’ 이랬잖아요. 어차피 될 사람인데 길잡이가 없으면 늦잖아요. 선배로서 격려해주는거죠.
김 : 이번 영화 말씀 안하실 수 없잖아요. 평이 엇갈리는데요.
강 : 원작 가지고 시비 걸거나, 그동안에 했던 경쾌한 사회풍자나 통쾌한 영화 만든 사람이 왜 예술 감독으로 대우받으려고 하냐, 왜 섬세한 척 하냐, 그림 신경 안쓰던 사람이 왜 갑자기 미쟝센 좋아졌냐, 해외영화제 가고 싶냐 이렇게 공격하는데. 오히려 다수는 색다른 영화를 본 것에 대한 신선함이 있어요.
일반 관객은 더 객관적인 평을 할 거예요. 장르가 재밌다고 할 건 아닌데, 일반 관객 입장에선 재밌는 영화죠. 으스스하고 긴장감으로 조여 오지만 재밌게 봤다고 하면 내 영화 중에 또 한 편으로 자리매김하지 않겠는가 싶어요.
김 : 원작 있는 작품이 힘드시죠.
강 : 다신 안하고 싶어요. 시나리오는 아무리 잘써도 감독과 영화사 사람밖에 몰라요. 아주 단순한 기대치밖에 없고 선입견도 없어요. 원작이 좋으면 그 기대치를 갖고 사람을 평가해요. “왜 이걸 니가 찍으려고 해”라고.
찍기 전에 욕 얻어먹은 건 처음이에요. 왜 이렇게 나한테 욕을 하지 싶었어요. 그동안 내 영화가 그렇게 허접했나 싶고. 이렇게 입체감 좋고 당신이 찍어본 적도 없는 걸 왜 억지로 당신 장르로 옮겨 훼손하려고 하느냐고도 해요.
이 벽을 내가 넘어가면, 오히려 씹으려고 작정했거나 안될거야 못해낼거야라는 사람의 기대치만 넘어가면 대박이다고 생각했어요. 그 짓눌림 속에 오랫동안 시달렸어요. <이끼>란 만화에 왜 열광하느냐고 궁금해 들어가니까 아무 상관없는 내가 씹혀있더라고요.
김 : 충분히 이해합니다. 전 은평을에 산 적이 없거든요. 진부한 얘기지만 관객 입장에서 날카롭게 말씀드린다면 제가 <공공의 적> 시리즈도 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나오기만 기다리는 사람입니다. 2편인 ‘검사편’은 실망했고요.
1편은 제가 대사를 줄줄이 외웁니다. “형이 오늘 기분이 안좋거든....” 승엽이가 이거 듣고 “형 그거 흉내함 더 내봐” 해요. ‘검사편’에서는 조금 거부감 있었어요. 제가 감정이입을 해놓은 강철중이 양복 입은 순간부터.
참, 희한하더라고요. 이 말씀 드린 이유는 <이끼> 사랑한 사람이 그럴 거예요. <헤드윅> 출연한 (윤)도현이 형이 그러더라고요. 앞에 조승우가 너무 잘해놔서. “아 씨발 내가 무슨 죄가 있어 씨발”(웃음). 그 분들도 분명히 보러 올꺼예요. 분명 더 욕을 하든지, 입을 다물든지 그런 느낌일 것 같은데.
강 : 그렇죠. 정확히 그럴 것이고 과거에 만화를 옮긴 영화에 실망한 만화 지지층의 후유증이 온 것 아닐까. 만화 그렇게 많이 보는줄 몰랐어요. 윤태호 작가를 윤신(神)이라고 하더라고요. 윤신의 만화를 왜 당신이 망치려느냐. 난 왜 ‘당신’이란 소리 듣고, 작가는 ‘신’이란 소리 듣고....
전 그 선을 넘어가고 싶었어요. 잘했는지 못했는지 다음 주면 평가 받을텐데요, 이런 욕망은 있죠. 제가 20년 연출하면서 한국 영화 관객과 부대끼면서 욕도 먹고 좋은 평도 들었는데, 20년 연출한 사람이 당신들 생각만큼 허접하게 만들었겠냐. 영화인들이 그렇게 욕먹을만큼 멍청하진 않다고 말하고 싶어요. 제가 영화계에서 몇 안되는 오야붕 소리 듣는데, 만일 쟤가 저 정도면 딴 사람은 뭐냐, 이런 얘기 들으면 안되죠.
이번 <이끼>는 이전 16편 다 더한 것 보다 더 힘들었어요. 제가 <이끼> 현장에서 웃어본 적이 없어요. 항상 인상 썼어요. 제가 혹시 드라마를 못 풀까봐, 푸는게 잘못됐을까봐.
지금도 박해일같은 배우는 뒤늦게 얘기하길 “어휴, 현장에 안 오고 싶었어요. 감독님이 쳐다보시지도 않고...” 말합니다. 제가 좀처럼 “다시 가자”고 하지 않거든요. 다 주연급 스타니까. 제가 그렇게 짜증을 내고. 한번 찍으면 배우들이 다 도망가고...
심지어 한 배우를 두고는 “쟤 원래 연기 저렇게 하냐?”고 화내고. 굉장히 신경 이 날카로워졌어요. 절대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제동씨도 그렇게 고민하고 있으면 프로가 되겠어요. 30% 찍을 때까지는 힘들었어요.
경향신문 본지사진 (강윤중기자)
김 : 풀린 계기가 있나요.
강 : 내가 만화를 너무 좇으니까 영화를 못 풀더라고요. 여자 캐릭터를 뒤집고, 남자 두 명을 다르게 만들고 자신있게 하니까, 배우들도 똑같이 변해요.
박해일은 배에 송곳 맞는 순간부터 눈이 돌아서 연기하는데.... 그때부터 해일이한테 너무 미안해서, “나한테 시간 좀 내줘라”고 했어요. 담배도 서로 나눠 피고. 이것(담배)만큼 사람을 다운 시키는게 없어요. 1년 끊었다가 이 영화 하면서 다시 피웠어요. 피워도 입담배 한 번 피고 버렸는데, <이끼> 후반되니까 연기가 쭉 나가요.
김 : 영화는 아직 못봤지만, 원작하고 조금 달라졌다는데 대해 벌써 얘기가 많아요.
강 : 100% 자신 있어요. 원작자한테 내가 “이거 말 안된다” 이렇게 주장했어요. 엔딩에서 이렇게 문을 열어버리면 만화 독자들은 상상으로 “아 그렇지, 묘한 뉘앙스가 좋고 여운이 있네” 하지만 결말 보러온 관객에겐 “뭐냐?” 이런 소리 듣거든요.
영지란 인물이 엔딩에 나와야 되고 유해진 캐릭터는 정상인으로 가야하고. 둘 다 동의 구했어요. 아이러니한게 작가가 “만화 완성하기 전에 이 엔딩 알았으면 이렇게 갔다”고 하더라고요. 윤태호 작가가 직접 엔딩을 썼어요. 원작자가 많이 도와줬어요.
김 : 어떻게 보면 원작을 감독님이 바꾸고 수정했다기보다는, 원작자와 회의해서 또다른 작품 만들어냈다는 거군요.
강 : 만화로 못 옮긴걸 영화로 옮긴 부분이 있어요.
김 : 원작자가 합의하는 부분에서 새로운 엔딩으로 바꿨네요.
강 : 엔딩에 맞게 초반의 인물을 다 만들어서 올라왔어요. 머리 속에 다 맴도는데, 원작자 찾아 이 부분 이렇게 변형되야 하는데 하면서.
결국 작가한테 “당신 다이얼로그가 나보다 좋지 않냐”고 말하니까, 그때마다 원고가 날아왔어요. 난 10줄이면 될 것 같은데, 5장이 날아와요. 괜히 부탁했다 싶었죠. (웃음) 윤태호 작가가 대사를 굉장히 잘써요. 비현실적인 대사 같은데 굉장히 좋아요. 원작자가 동의하지 않고 방관했으면 삑사리 났을 거예요. 제가 창작은 잘 못해요. 줄이는 건 잘하는데.
김 : 원작자가 애정을 가지고 새 작품 만든 걸 영화에 담았네요.
강 : 윤 작가가 “자기 글이 이렇게 옮겨질지 몰랐다”며 너무 좋아서 울었어요. 내가 얼마나 눈치를 봤겠어요. 만약 “이 사람이 이걸 찍으려고 내 책 가져 갔냐” 이렇게 한 마디 해버리면.... 편하게 마음먹은 사람에게도 “영화 이상하대”하는 선입견 줄 것이고.
편집 끝나자마자 보여줬어요. 강풀같은 동료도 데려오고. 보고 나서 “진짜 너무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하더군요. 그때부터 제가 업이 됐다. 산이 있다면 하나는 넘어간 것 아닌가. 그때부터 사운드 집어넣고 잘 하면 관객이라는 거대한 산 편하게 맞이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김 : 관객의 오해가 상쇄될 수 있겠네요.
강 : 이제 만화 본 사람은 겁 안나요. 작가가 좋다고 하니까.
김 : 요즘 감독님 영화 보면 여자 배우가 안나와요.
강 : <공공의 적> 1편 때문에 그래요. 그전까지 안 나온 사람 없어요. 데뷔작부터 하면 최수지, 박현숙, 이미연... 최진실은 많이 했고, 심혜진, 황신혜, 김성령... 여배우 나오는 영화 진짜 많이 했는데 어느 순간 제작자와 투자자로 선회하면서 3년을 쉬었어요.
다시 감독으로 돌아온게 <공공의 적>인데, 이 영화는 구조상 여배우가 나와봐야 어머니로나 나올까. 이렇게 한번 하고 나니까 “여배우가 없어도 영화를 나름 풍성하게 꾸밀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 다음 영화가 <실미도>였는데요, 이게 면회라도 되면 왔다갔다 하겠는데 고립된 섬이니까.... 또 다음 영화가 <공공의적 2>이었어요. 그래서 주인공이 검사였는데 그냥 총각으로 가자고 했어요. 그러니까 습관처럼 여배우가 안나와요.
<이끼>는 만화 속의 여자가 주인공은 아니지만 묘한 캐릭터예요. 약한 조연이자 성적 대상인데 영화는 이러면 안된다 싶었어요. 원작자 동의 아래 ‘소리 지르는’ 주관 뚜렷한 여자로 갔어요.
해보고 나니까 왜 여배우 안 나오는 영화 찍었지 싶어요. 그 풍성함이 다르더라고요. 중간에 영화에 긴장감 주되, 색감이 달라져요. 굉장히 따뜻하고 부드럽고, 남성 영화에서 못하는게 여배우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씬이 만들어지데요.
<실미도>, <공공의 적> 이후 여배우가 제게 인사를 안해요. 김윤진은 “감독님, 이제 안 기다려요. 어차피 여배우 안쓰시잖아요”라고 말하고.
이번엔 여배우들이 <이끼> VIP 시사회 나와서 다 인사하던데요.
김 : (기자에게) 이 얘기 많이 쓰세요. 처음 말한게 성취되야죠.
강 : 제가 51살인데요, 마누라가 37살이예요. 내가 38에 결혼해서 40에 애를 낳았으니까. 마누라가 24살에 결혼했어요. 지금 보면 조금 더 나이 차이 나야 하는거 아닌가 싶어요. 부인이 왜 이렇게 나이 들어 보이는지... (웃음) 더 차이 나도 돼요, 임권택 감독님이 16년 차이 나는데, 그 정도는 나야 되는거 아닌가.
김 : 이 얘기 나가면 지금까지 악플 확 덮힙니다. 다 사모님을 사랑하시니까.... 제가 포장 잘하죠?
요번에도 여배우가 나오는데요, 전 이제 24살 여배우를 찾아봐야겠네요. 제가 어떤 영화, 연극, 공연의 VIP 시사를 보면 돈 내고 또 봅니다. <글러브>는 승엽이가 시즌 중일텐데, 아, 2군이니까 올 수 있겠다. (웃음)
감독님 영화 보면 자학까지는 아니지만 참 아픈 대목인데 슬쩍 뒤집어서 웃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어요. <강철중>도 어린 애들 조폭 만드냐는 거고, 정재영씨가 칼 하나 들고 적진에 갔다가 나오면서 덜덜 떠는 장면이 “조폭은 이런 애들이야. 동경하지마” 그런 메시지를 강하게 줘요. 그게 웃기기도 하고. 그게 없으면 <첩협쌍웅> 같은 느와르가 되는건데.
강 : 제가 반대로 질문 드릴게요. 웃음을 강박관념처럼 유발하는 거하고, 웃음 속에 뭐 하나 던지려는 욕구하고 그런 두 가지 느낌이 다르지 않아요?
김 : 방송에서의 웃음은 조금은 제약 있죠. 왔다갔다 하면서 이쪽도 배려되야 하고. 요즘도 ‘토크 콘서트’ 하면서 그런 느낌 드는데, 시 쓰거나 영화 만들어도 다양한 감정의 선이 있잖아요. 전 <굿 윌 헌팅> 보면서 로빈 윌리엄스가 맷 데이먼한테 “니 잘못이 아니야” 하는 장면 보고 펑펑 울었어요. 돌아가신 아버지가 투영되더라고요. <라이언 킹>에서 새끼 사자가 아빠 죽음 알면서도 시체로 파고 들어가요. 거기서 아버지 산소 찾는 제 모습이 투영됐어요.
이 양반이 아무 것도 못해주는데도, 거기 갔다오면 힘이 나요. 저도 모르게 아버지 돌아가신게 제 잘못인 것 같은 거죠. 어릴 때 할머니가 저 자는줄 알고 하신 말씀이 “쟤가 지 애비 잡아먹은 놈”이라는게 기억나는데. 웃음도 정확히 제 의도를 가지고 웃겨야 되겠다가 있고, 안웃어도 좋은데 “제 의도 아시겠죠” 하고 툭 던지는 유머가 있어요. 사람들이 웃는 표정 보면 알거든요.
<아바타>에서 식물과 나비족이 합일되듯이, 그런 유머가 있으면 관객이 그냥 ‘허허’ 웃는게 아니라 카드 섹션 하듯 웃어요. 관객이 목을 뒤로 올리면 하얘지고 배를 잡으면 까매지고. 이번에 ‘토크 콘서트’ 할 때도 우사인 볼트에겐 직선을 물고기에선 곡선을! 하고 외쳤어요. 직선에서 고기가 잘 사는 꼴을 못봤다고....
강 : 첨언하면 이번 영화를 보세요. 예전에 서경석씨가 <강철중>을 보러왔는데 뒤풀이에 왔어요. 그 친구 보자마자 제가 굉장히 반겼어요. 제가 웃음을 주려는 사람의 고뇌도 알고, 아무튼 진짜 반가워요.
정말 고민의 마지막 모습이란 사람이 웃으면서 생각하게 하는건데, 내 강박이 그거예요. <이끼>에도 굉장히 공포스러운 장면이 있는데, 그 사이 장면에서 정재영과 유해진이 코미디 했어요. 앞 컷트가 뭔지, 다음 컷트가 뭔지 아니까 스태프들이 “감독님 이거 뭐죠?”하고 물어봐요. 이게 먹히면 이 영화가 먹히는 거고, 안 먹히면 나 죽었다 하는 거죠.
웃기려고 노력했어요. 그런거 찍을 때는 정신이 거의 ‘똘아이’가 돼요. 관객에겐 죽 공포로 가면 될텐데.... 영화로 다 만들어서 보여주기 전까지는 가슴이 늘 두근두근해요. 그게 먹혀 들어가면 분명히 2~3배로 재미있어 할거다 하는건데, 썰렁할 수도 있잖아요. “얘 왜 이러냐. 왜 외줄타기를 하냐” 이러면서.
<투캅스> 때부터 가진 습관인데 “내 영화는 재미있어야 해” 하는 거예요. 어떤 장면에도 유머가 들어가야 한다는 것. 처음에 <이끼>는 한 컷트도 웃음 없어 가겠다고 얘기했는데, 막상 크랭크인 하니까 웃음에 대한 갈증이 생겨요. 관객이 그 웃음을 받아줄 때, 웃음의 형태를 보면 웃는 건지 웃어주는 건지 알거든요.
난 시종일관 영화 속에서 그 게임을 하니까 두렵죠. <투캅스> 1, 2편 찍을 때 똘아이 되는줄 알았어요. 2편에선 1편에서 가장 많이 웃겼던 안성기씨가 안 나와요.
김보성은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에서 제가 데뷔시킨 배우예요. 보성이한테 그랬어요. “내가 시킨대로 해주라. 안해주면 죽인다이” 버디 무빈에 내가 중훈이한테는 “야, 내가 너는 안 본다. 나 쟤 봐야 해” 했어요. 테이크 14까지 가면서 보성이만 잘해주면 오케이야. 중훈이한테 “너 어땠니?” 하면 중훈이는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되물어요.
만일 중훈이가 테이크 2에서 잘했는데, 그때 보성이는 안 좋다고 하면 테이크 14로 가는거예요. 그렇게 보성이한테 공을 들이니까 어느날 보성이가 배우가 되더라고요. 지금도 보성이는 아버지 다음엔 저예요. 뛰어와서 인사해요. 그때 보성이한테 “너 코미디 잘하는 배운데 허둥대지 마라. 니가 웃기지 말라. 내가 해줄게” 했어요.
이렇게 웃음의 강박관념이 쌓이는 거예요. 그래서 <투캅스> 3편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못한다고 했어요. 조용히 조감독 하던 김상진 꼬셔서 “대박 안 해볼래?” 하니까 김상진은 “감사합니다!” 그래요.
그거 먹고 죽었죠. (웃음) 여기 제동씨 있어서가 아니라 제가 색깔과 깊이있는 웃음 만드는 사람을 존경합니다. 지금도 <개그콘서트> 보면 자동으로 웃어요. 다 수준있는 코너는 아니겠으나 애들이 환호하는 연기자가 있으니까. 지도자도 유머 가진 지도자가 돋보이는 것처럼, 웃음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어서 괴롭지만, 웃음은 반드시 있어야 해요.
김 : 웃음에 강박관념이랄 정도로 하는 집착 느끼는 이유가 있나요? 사람 사는데 있어 웃음이 중요한가요?
강 : 절대적이에요. 집에 갔는데 애들이 웃지 않거나 와이프가 웃지 않으면 “왜 이래. 이거!” 한 마디 해요. 와이프 옆 모습 보고 표정이 안좋으면 “왜 이래?”하면 와이프가 나를 보면서 웃어요. 가정에 웃음이 있어야지. 가정도 못 웃기는데 제가 누굴 웃겨요.
제가 어릴 때부터 골목대장 노릇하고 잘난척 하니까 나로 인해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사람들이 뭐하면 좋아하지?” 하다 보니 좋아하는 걸 웃음으로 확인해요. 오늘도 술자리 있는데 다 같이 웃는 분위기 되면 더 오래 있을 거고.
제 주위엔 불문율이 있는데 강우석 감독하고 있는데 주사 부리면 바로 아웃이라는 거예요. 연기자에게 미리 경고해요. “주사 있으면 부려봐라. 내가 바로 아웃시킬게.”
캐스팅 전이거나 조금밖에 안찍었는데 주사 있으면 제작부에서 바로 그 배우에게 얘기해요. “다른 영화 알아 보시는 게 좋을 거예요.” 아무리 잘나도 왜 지 때문에 다른 사람이 피해 봐요. 자식이 잘못 가면 매질 하겠지만, 나 때문에 여러 사람이 피해보거나 쟤 하나 때문에 분위기 좋았는데 이상하면 바로 그 사람을 뽑아내요. 그거는 용서 안해요. 술자리에서도 계속 웃기다가 더 할 말 없어서 조용해지면 제가 먼저 말해요. 나 할말 없으면 먼저 가도 되냐고.
김 : 냉정하게 말해서 혼자 말하고 일찍 가면 그것도 주사입니다.(웃음)
강 : 그래도 계산은 내가 해요.
경향신문 본지사진 (강윤중기자)
김 : 전 혼자 마시다 보면 다운되더라고요.
강 : 요즘 체력이 달려서 그런거 아니에요? 일을 많이 해서?
김 : 요즘 일 안합니다.(웃음) 제가 내성적이어서, 침잠한다 그러죠. 예쁜 여자분 있으면 좀 뜨고.
강 : 이거 빨리 결혼 시켜야 되겠다. 너무 마음에 드는 여자가 많아서 한 여자에게 대시 안하는 거 같아요. 누가 제동씨를 싫어해요?
김 : 싫어하는 여자 많습니다.
강 : 나도 파워 넘버 원에 돈도 많고 그래서 결혼 안한다고 뺀질뺀질 했는데, 아무리 파워 넘버원이면 뭐해 깜깜한 집에 혼자 들어가는데. 어느날 전화해서 “(안)성기형, 성기형이 소개시켜주는 여자 아무나하고 결혼할게. 대신 성기형 형수가 소개 시켜주면 돼” 이랬어요.
그래서 대학원 1학년생과 소개팅을 했어요. 그래서 “성기형, 내가 형 얼굴 봐서 나가긴 하는데, 1시간 후에 미팅 있어서 바로 갑니다” 그랬어요.
김 : 차만 마시지 않았죠?
강 : 결국 밥도 먹고 술도 먹었죠.
바로 다음날 프러포즈하고, 1주일 뒤에 그 친구 집이 안동인데, 바로 차 몰고 내려갔어요. 안동이라니까 큰 절하고, “나이 차이는 좀 많이 납니다” 하니까 “바로 가져가라”고 하시더라고요. 1달 후에 결혼했어요. 그때도 정말 웃기려고 노력했는데 장인이 잘 안웃으시더라고요. 아무튼 지금 애기 셋 낳고 잘 살잖아요. 40만 넘기지 말아요. 마음에 남아있으면 표현하세요.
김 : 지금 그런 인터뷰가 아니잖아요.(웃음)
강 : 개인적으로 나도 신경 써볼게요. 결혼해요. 앞으로 후회할 때 있을 겁니다. 그래도 자기하고 닮은 애 왔다갔다 하는거 보면 살만해요.
김 : 나 닮은 애가 왔다갔다 하는데 살만하다고요?(웃음) 위로 16살이면 문제좀 있겠네요. 결혼 5주년이 환갑하고 겹치면.... 요번 영화도 그렇고 <글러브>도 그렇고 기대가 큽니다. 감독님 영화만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요
강 : 부담인데, 실망시킬 것 같지는 않은데, 실망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김 : 강우석이 영화로서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일, 해주고 싶은 일은 뭐가 있을까요.
강 : 사람을 살면서 위해주고 따뜻한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조롱도 하고 풍자도 하고 저 사람 영화 보면 끄덕끄덕 해주고, 감동 코드 나오면 티격태격하던 부부끼리 와서 보고 나면 손잡고 나가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김 : 저희들이 생각하는 영화감독 강우석의 입에서 나온 말치고 거창하지 않네요.
강 : 그 생각은 앞으로도 안변할거에요.
김 : 영화로서 사람들 행복해지는거, 부부 사이 좋아지는거, 잠자리 없던 부부가 잠자리 가지게 되고, 출산율 높이는 기여하고, 어떻게 하면 이거야말로 인류 본연의 임무 아닐까 싶네요. (웃음) 저희도 웃음이 직업이지만, 감독님 같은 생각이 고마울 때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웃음이 천시된 경향이 있거든요. 웃기면 가볍고, 점잖지 못하다고 하고.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지 않으면 웃을 수 없습니다. 웃는다는 것은 너를 좋아하는 걸 증명하는 원초적 증거입니다.
강 : 제동씨가 구사하는 유머 중에 그 프로가 제일 빛나는거 같아요. <환상의 짝궁>. 꼬마 아이들이 하는걸 받아서 하는데, 어느 순간에 그렇게 머리가 빨리 도는줄 모르겠지만, “저 친구 정말 대단하다” 싶어요. 그건 예능에 센 출연자 불러서 쪼다 만들어서 웃기는 거하고 다릅니다.
김 : 다음주가 마지막 녹화인데..... 시청률이 제일 무서워요. 성적이 안좋아서 아이들한테 미안해요. 아이들은 티비에 한번 나오는 것이 엄청난 꿈이잖아요.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이 동요가 아직까지 불리잖아요.
이제 연예인 집 아이 아니면 나올 수 있는 프로가 하나도 없습니다. 조금 더 잘 만들어서 장수할 수 있는 프로로 만들었으면..... 많은 아이들이 나오기 3주전부터 통과했다, 김제동, 신봉선, 조형기 봤다, 평생 두고두고 꺼내볼 수 있는 추억거리인데... 그걸 만들어주지 못 한다는게 가슴 아픕니다. 그거(정치) 하면 못 웃기지 않습니까. 인상쓰고 머리에 뭐 바르고 넥타이 매고.
강 : 쓰리랑 부부하던 김미화씨도 어느 순간 대단한 사람이 됐어요. 제동씨를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않는 사람 많아요. 외로워하지 말아요. 나도 실패하고, 흥행 감각이 갔다는 둥 별 수모가 있었는데 결국 시간이 해결해줍니다.
경향신문 본지사진 (강윤중기자)
김 : 개봉 앞두고 스트레스는 없나요.
강 : 심한데 예측가능 해요. 미리 웃고 미리 울어요. <실미도> 이후엔 어느 정도 들겠다, 이건 힘들겠는데, 이거 봐라 하는 수준이에요. 아주 슬픈 상황이 올 것 같으면 지난주 울었을 거예요. 이번엔 기본은 하겠다 싶어요. 제가 실패에 대한 공포는 없는 편이에요. 너무 많이 실패하고 너무 많이 까먹어봐서.
김 : 해본 배우하고 계속 같이 하시죠.
강 : 제가 사람을 워낙 좋아해서 이 사람이 역에 아주 안 맞지만 않으면 오래 가요. 너무 오래 가면 배우에게 피해 갈까봐 좀 멀리하고. 꼭 제 전속배우처럼 되잖아요. 설경구한테도 그랬어요. “내가 이러다 너 피해주겠다”고. 재영이도 이제 <글러브> 끝나면 경구처럼 페르소나니 뭐니 이상한 소리 들려올테니까 다른 제작자, 감독하고 하라고 해야죠. 한국에 수많은 배우, 제작자 있는데, 설경구가 시상식에서 “감독님 사랑합니다” 이 한 마디 했다가 ‘야지’가 너무 심했어요. 영화계에선 서로 등 돌리는게 어렵지 않은가봐요.
김 : 권력이 있으신데 영화에선 권력 혐오에 가까운 모습을 보입니다.
강 : 제가 권위는 정말 싫어해요. 그런 인간들한테는 제대로 받아버려요.
정리: 백승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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