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KAIST 정재승교수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읽으면서 ‘이 사람은 1969년생인데 어떻게 이렇게 많은 것을 알까’ 하는 의구심과 놀라움이 교차했다. 정재승 교수는? 한술 더 떴다. 놀라움과 함께 분한 마음도 들었다. 
아직 마흔도 안된 이 천재과학자는 스물일곱에 KAIST 교수가 됐다. 과학과 인문학, 대중문화 등을 아우르며 맛깔나는 글로 펼쳐내는 놀라운 재주도 가졌다. 학문적 성공과 대중적 인기,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게다가 우아한 형수님과 토끼같이 예쁜 세 딸까지 뒀으니….
얼마 전엔 소설 <눈 먼 시계공>까지 내면서 새로운 장르에도 손을 뻗쳤다. 도대체 못하는 게 없는 이 사내. 그와 새벽까지 이어진 술자리에서 ‘입 하나 믿고 사는 나 김제동’은 영락없는 ‘고민남’이 됐다. 궁금했던 걸 물으면 매번 명쾌하고 속시원한 대답이 돌아왔다. 한마디로 ‘열등감’조차 느낄 수 없는 ‘엄친아’였다.

[김제동의 똑똑똑](8)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  - 신문 기사는 여기에

정재승 교수는 똑똑하다. 스물일곱에 KAIST 교수가 된 수재다. 그런 그가 우리 교육은 잘못됐다고 했다. 

아이들이 자기 스스로 호기심을 갖고 뭔가 배우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 교육의 핵심인데 

대학을 졸업하는 순간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김문석 기자)

김=알랭 드 보통의 책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에요. 그 분은 69년생인가 그렇던데 지식의 전 분야를 통섭하고 있잖아요. 분한 생각이 들거든요. 도대체 이사람은 어떻게 해서 이런 지식을 갖추고 책을 쓰는 사람이 됐지? 라고 말에요. 그런데 교수님을 보면서 그런 비슷한 생각이 들었어요. 비슷한, 분하다고 해야 하나? 

정=하하. 알랭 드 보통으로 시작하면 저는 할 얘기 없어요. 전혀 아니고요.
전 특별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고 특별하지도 않았어요. 학교마다 전설이 많잖아요. 누구는 얼마나 잘났다더라, 얼마나 똑똑하다더라.

저는 우수한 학생이라는 평가를 받기는 했지만 탁월하고 특별한 학생은 아니었어요. 굳이 말하자면 특이한 학생이었죠. 되도록이면 다른 사람과 다른 길을 걸으려고 노력했지요.
단적으로 말해 저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국가에서 치르는 시험을 한번도 본 적이 없어요. 연합고사 안보고 과학고에 갔고 대입학력고사 보기 싫어서 카이스트 갔고. 나와 같은 해에 학교 다니는 사람들과 함께 전 국민적인 관심속에 어떤 시험을 봐야 한다는 것이 너무 답답하더라구요. 남들이 안 하는 것 하고 싶었어요. 운전면허 시험을 대학 졸업하고 나서 딴 거죠. 

　
전 특목고를 갔지만 입시 명문이어서 갔던게 아니에요. 학교에서 입시 교과서를 배운게 아니었죠. 학력고사나 수능시험을 잘 보게 하기 위한 것과는 다른 교육을 받았거든요.
수학과 과학에 목숨을 걸었는데 과학고 가서 다른 친구들이 다 하는 것처럼 과학과 수학에 목숨 걸고 공부하고 있는 제가 싫더라구요. 전 과학고에서 국어와 음악을 제일 잘하는 학생이었어요. 굉장히 열심히 했구요.
카이스트 가서도 그랬어요. 도서관에 가서 올 방학에 읽어야 할 책을 리스트를 정해서 읽었죠. 과학분야가 아닌게 훨씬 많았어요. 특이한 학생이었죠. 물리학과를 간 것도 평범한 건 아니었어요. 다들 전자공학, 기계공학을 공부하는데 물리학과는 카이스트에서도 현실감 떨어지는 친구들이 했어요. 그중에서도 천체물리학. 다들 밥벌이 어렵다고 걱정하던 차에 뇌를 연구하는 물리학을 공부해보자고 생각했어요. 당시 우리나라에선 저 혼자만 하는 분야였죠.
그래서 미국에 포스닥을 하러갈 때 의대의 정신과로 갔어요. 갔다 왔는데 갑자기 세상이 달라져서 통섭이니 융합이 중요하다며 나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나같은 사람이 없었어요. 특별한 것처럼 보인 거죠. 사실은 그게 아닌데. 

김=웬지 반골기질이 다분해 보이십니다. 금서 읽는 것 좋아하시나요

정=좋아하지 않으나 갖고는 있어요. 전 대학을 기점으로 그 전과 후의 삶이 무척 달라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는 세상이 시키는 대로 충실하게 교과서적인 삶을 살았죠. 완벽히 순종적인 인간으로, 사회가 하라는 대로 살았어요. 대학교 4학년 때 처음 오락실 가봤어요. 

김=갤러그 한번도 안해봤나요?

정=테트리스는 대학원 가서 했어요. 술 담배는 지금까지도 안하고. 커피도 안 마셨어요. 
그런데 술자리는 좋아해요. 안주만 먹죠. 전 안주만 축낸다고 핀잔을 들었죠. 비싼 안주 먹고 끼려면 돈내라고. 그래서 전 술값 계산하기 위해 열심히 과외했어요. 

김=전 술만 먹는데. 대학 때 돈 없이 얻어먹다 보니 안주까지 축내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에. 그렇게 살다보니 지금도 제가 술 사는 자리에서도 안주를 안 먹게 되더라고요. 

정=기존 시스템에 대해 강한 저항감과 분노를 느끼게 되면서 ‘삐딱’해진 것은 대학교 4학년때 실연을 하고나서였어요. 뭐랄까, 전 연애를 하면서도 상대를 재미있게 해주려고 계획을 세우고 마지막에 어디쯤에서 작별인사를 한다는 것 까지 정해놓고 미션을 수행하는 기분으로 만났죠. 흔히들 남녀의 연애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과는 달랐죠. 그런데 헤어지기 전까지 다른 사람들은 나같지 않다는 것을 몰랐어요. 청정지대였죠. 여튼 그 때 어른들이 하라는대로 그대로 사는 삶은 불행한 삶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모범적인 시스템을 충실히 따라오며 살았는데 그게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완전히 세상의 위선에 적대적인 감정을 갖게 됐죠. 이후 4, 5년간 방탕의 끝을 달리면서 굉장히 반사회적인 행동들에 탐닉했어요. 

김=늦게 배운 도둑질이었네요. 

그런데 박사님, 교수님 이라는 이 타이틀은 전형적인 우리 사회의 모범적인 틀입니다. 본인은 그렇지 않은 성향이라면서 서 있는 틀은 모범의 전형. 서로 양 극단에서 어떤 고민과 어떤 생각을 하실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누구나 보기에도 교수님은 전설이시거든요. 

정=저는 대학을 졸업할 무렵까지 내 삶을 챙기기도 벅찼어요. 우리 사회안에서 내가 어떤 존재인지 살펴보는 것도 벅찼는데 졸업하고 글쓰고 사회적 발언을 하기 시작하면서 그런 역할을 부여받아왔던 측면도 있어요. 진보나 보수나 이런 전형적인 포지션에 서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는 지난 몇년전까지만 해도 어디에도 끼기 어려운 위치에 있었어요. 내가 살아온 삶은 굉장히 모범적이고 경쟁을 이겨온 사람이죠. 과학하는 사람은 대개 보수적이게 마련인데 제가 지지하는 정당은 보수적인 대중의 지지를 받지 않고 과학을 하면서 과학에 대해 비판적이에요. 전형적으로 교수가 해야하는 역할도 부정하죠. 지도교수라는 말을 흔히 쓰지만 전 학생이 제 밑에서 지도를 받는게 아니라 우린 함께 일하는 동료라고 생각해요. 학교갈 때도 반바지나 캐주얼 차림을 많이 해요. 양복은 상가갈 때 말고는 입은적이 거의 없어요. 

(이날도 반바지에 편한 티셔츠 차림으로 왔음.)

김=수직적이고 억압적인 것에 상당히 과민하게 반응하시네요 

정=늦게 배운 도둑질이라 그런 것 같아요. 

김=저도 어릴 때부터 수직적 틀에 대해서는 굉장히 거부감을 느꼈어요. 제가 자라온 환경이 전형적인 경상도의 보수적인 분위기인데 

정=저희 부모님도 경북 영천 출신이신데요.

김=저도 영천인데. 영천이 워낙 촌이라 잘 만나기 쉽지 않아요.

김=크로스라는 책에서 웃음에 대해 분석해 놓으신 글을 봤어요. 전 그런데 괜히 거부감도 느껴지더라구요.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 입장에서 웃음이라는 이 영역 정도는 과학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남겨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달표면에 아폴로호를 타고간 인간이 찍어놓은 발자국을 보면서 토끼를 상상할 수 없잖아요. 사랑의 화학작용 이런 것도 그렇고. 뭔가 상상의 영역으로 둘만한 것은 좀 분석 안해주시면 좋겠어요.

정=사랑에 대한 분석. 그거 제 다음 책이에요. 하하. 

김=그런거 다 분석하시면 저희는 뭘로 웃기고 사나요.

정=그래서 지난 2000년간 놔뒀고요. 이제 시작하는거에요.

과학도 하나의 측면이 될 수 있어요. 어떤 행동이나 감정이나 현상을 두고 이건 사회학, 혹은 심리학의 영역이고 관심이야. 혹은 인문학, 철학적 분석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과학은 그런 틀의 하나에요. 사랑이든 감정이든 웃음이든 코미디든 인문이나 사회학이 아닌 과학이라는 측면에서 새롭게 바라볼 수 있고 새롭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거죠.  과학이라는 삭막한 틀로 이런 영역에 메스를 들이대서는 안돼. 라고 하는 분야를 저는 과학적으로 보고 싶어요. 예를들면 영화도 그렇고 사랑, 의사결정 등 다양한 부분이 포함되죠. 과학콘서트를 비롯한 제 책들은 그런 시각과 분석을 담은 것이죠. 

김=괜히 과학은 생소하고 어렵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과학이 이런것까지 손대면 안돼 하는 질투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전 과학과 수학을 몹시 싫어했는데 지금이라도 후천적으로 노력하면 잘 할 수 있겠습니까?

정=안됩니다. 굳이 한다면 180년 정도 걸립니다. 

김=이 대목에서 담배를 피우고 와야겠습니다. 제가 20분마다 한대씩 피웁니다. 

정=제가 요즘 연구하는게 중독입니다.

김=과학 대중화의 전도사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

정=전 과학의 대중화라는 말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과학은 정말 어려워요. 대중이 누구나 쉽게 할 수도 없어요. 문제를 푸는 과정이 굉장히 고통스럽고 힘들어요. 그런데 그렇게 어려운 것을 풀어내면서 깨달음에서 오는 경이로운 기쁨을 맛보고 나면 공유하고 싶어져요. 제 책과 글은 그 벅찬 경이로움의 체험을 주체하지 못해 이야기하는 거죠. 그 경험을 나누고 싶어서 책을 쓰는거에요. 과학이 쉬운거니까 내가 쉽게 설명해줄게 하는게 아니에요. 우주와 자연의 진실을 엿보는 자의 자존감. 이런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저는 과학이 굉장히 특별한 학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과학을 하는 제가 자랑스럽고요.

김=지금 이대로 기술과 과학을 남용하면서 지구와 인류의 미래에 대한 회의가 나오는데요. 과학이 미래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정=과학기술이 저지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옛날로 돌아가자. 이런건 안되겠죠. 굉장히 호기심 많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창조적이 뇌를 사용하고 싶어 안달이 난 존재가 67억명이나 되는 지구에서 이런 일은 쉽지 않을거에요. 과학기술은 좀 더 성숙한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요. 이런 것은 자연스럽기도 하지요. 문제는 목적이에요. 인간이 예전에는 노동을 대체하고 편하게 살아보자, 풍요롭게 살아보자는 방향으로 자신의 뇌를 창조적으로 써왔어요. 그런데 그것에 대한 반성은 있어야 해요. 과학기술이 인간적 가치를 높이는 기술,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것에 대한 합의가 있고 과학이 그것에 기여하도록 해야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질주하는 과학을 멈추는게 아니라 질주의 방향을 바꾸게 하는 것이 필요해요. 전 인류의 인간적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과학이 기여하도록 하는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은 자본과 결탁돼 있고 권력에 순응하는 속성을 갖고 있어요. 돈을 대는 사람이 원하는 연구를 할 수 밖에 없어요. 그러다보면 권력과 돈을 가진 자가 원하는 것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이건 인간적 가치를 높이는 과학과 다르잖아요. 거기서 독립돼 인간적 가치를 높이는 과학을 어떻게 하느냐... 그게 제 개인적인 관심이에요. 과학을 국가의 성장동력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합리적 사고이자 방법론으로 보고 싶어요. 

김= 전 전문대 11년 다녔어요. 너 의대다니냐고 저희 어머니가 그랬어요. 지금 성공회대 3학년. 

어머니는 절대로 과부아들 이라는 이야기 들으면 안된다면서 엄하게 키우셨어요. 잘못하고 들어왔을 땐 대추나무에 걸어서 2시간 이상 맞고. 

서른 넘어서 돈을 벌게 되면서 억압이 싫어졌어요. 그리고 가난이나 불평등이 우리의 노력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외부구조의 틀 속에서 어쩔 수 없다는 것. 지금은 모두 경쟁으로 밀어넣고 보이지 않는 계급의 벽은 그대로 있고.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너희들 탓이라고 하는 구조 아닌가요? 교수님이 가진 이력은 모든 경쟁이 추구하는 이력이지만 오히려 정반대의 말씀을 하시네요.

정=20세기와 21세기는 다릅니다. 예전엔 사람들을 비교했죠. 남보다 1.2배 똑똑해져라, 그러면 더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다. 실제로 그랬죠. 그런데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어요. 남보다 1.2배 똑똑해서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 시대죠. 대신 나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 100명을 설득할 능력을 가진 사람이 필요해요. 자신이 아는 것을 개방하고 공유하고 협동해야만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어요. 패러다임이 바뀌었어요. 혼자 똑똑한게 중요한게 아닙니다. 그렇다고 경쟁이 필요없다거나 쓸모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경쟁을 붙이는 방법으로 20세기가 굴려져 왔다면 지금 펼쳐진 문제들은 사람들을 경쟁시켜 해결될 문제들이 아니라는 거죠. 협력과 공유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 말입니다. 

김=종적인 질주가 아니라 함께 가는거네요. 그런데 왜 교육은 경쟁으로 자꾸만 달려갈까요?  갈수록 아이들이 경쟁을 향해 첨예해집니다.

정=현 정부가 잘못하고 있는게 그거에요. 시대착오적인 방법으로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어요. 상당히 걱정되는 부분이 많죠. 학교 수준을 높이고 공교육이 사교육만큼 경쟁성있게 만들겠다는 일을 계속하고 있는데 그런 지식이 이젠 중요하지 않다는 거에요. 그리고 그런 경쟁을 하면 안돼요. 정답이 없는, 여러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교육이 필요하죠. 대학 서열도 없애고 아이들을 한줄세우기 해서도 안돼요. 

김=그럼 어떻게 해야하나요. 학부모라면 어떻게 해야하죠?

정=일단은 아이들이 자기 스스로 호기심갖고 뭔가 배우고 싶도록 만들어야해요. 이게 교육의 핵심인 것 같아요. 그것만 주면 아이들은 평생 스스로 공부해요.
지금은 대학을 졸업한 순간 더이상 공부하지 않아도 괜찮아 행복하다.. 이런 생각 갖는 아이들을 만들어 세상에 내보내고 있잖아요. 최악이죠. 아이들은 질문으로 가득찬 아이들로 만들어야 해요. 자신의 질문에 원하는 해답을 찾고 그런 경험을 가진 아이들이 세상에 나오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그럼 그렇게 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은 평생을 훨씬 많은 것을 스스로 공부할 거에요. 그런 점에서 우리 교육을 정 반대죠. 이런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이런 시스템에서 이기고 선택됐던 사람들이 계속 유지하려는 거잖아요. 평생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같은 시스템은 더욱 공고해질테고.

김=그게 교육의 문제만은 아니죠. 지금있는 사람들에게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에게 그렇게 가야 하고 사람들에게 자기의 성향. 최대한의 자유. 남에게 피해끼치지 않는 한에서. 그런 사람들 모여 자기 색깔 내고 인정하고 합쳐서 횡으로 가는 것 그런 분위기 중요한 것 아닌가요? 다 똑같을 필요 없잖아요.
기득권. 사실 저도 기득권입니다. 소수의 사람들. 교수도 기득권 중 소수파. 기득권 가지면 변하고 지키려고 안주하고 자신의 기득권에 반하는 이야기를 하면 또라이로 몰고 사회부적응자로 몰고.
지금 현재가 그렇지 않나요. 모든 사회가. 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런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 왜 일정부분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나누어야 하는건가요.

정= 우선은 지식인이 뭐하는 사람이냐 하면 내가 속한 계급의 이익을 벗어나서 우리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누구나 사람은 많이 배우지 못하고 내 밥벌이를 위해 힘들게 사는 사람일수록 내가 가진 것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성찰하고 큰틀에서 바라보는 시야를 잏어버리기 마련이죠.
그런데 책보고 공부하고 배운사람으로 인정받는 사람은 그렇게 될수록 내가 속한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고 더 많은 사람, 나와 상관없는 사람,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대변하고 성찰하는 용기를 가진 사람. 그런 사람이 지식인입니다. 지식인은 당연히 많이 배웠고 자신이 해야할 일이 있는 사람, 그렇기 때문에 그런 사람에게 우리 시스템은 권력을 줬어요.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더 많이 하도록. 그들은 기득권을 행사해야 해요.
날 위해 행사하는 사람이 있고 내가 속해 있는 집단을 위해 행사하는 사람이 있고 사실 이 권력은 내가 내 이익을 넘어서는 사람을 위해 행사하도록 주어진 것이죠. 그래서 아무에게나 주어진 것 아니라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기득권을 부정하거나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회적 역할을 하도록 위치지어졌다면 그렇게 생긴 권한과 책임이 있는데 그걸 나는 누굴 위해 행사할 건가. 그게 중요해요. 
내가 부자면 부자를 위한 정책 만드는 것 아니라, 내가 속한 집단의 대통령이 아니라, 더 전체 집단을 위해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지식인이고 그런 상식을 가진 사람이 그 자리에 있어야 하지요. 그런데 그런 상식을 가진 사람이 그 자리에 있지 않기 때문에 문제예요. 자신을, 자기자신이 속한 집단을 위해 행사하는 사람들이 그 자리에 있어서 문제죠.
노무현 대통령 같은 분이 훌륭하다고 느끼는 것은, 그분이 했던 굉장히 좋은 일들 중에 인정 받아야 하는 일은 이거예요.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을 대변하는 것으로 그동안 권력은 행사돼어왔어요.
그리고 자신이 그랬으면 무난했을 텐데.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놓고, 권위를 놓고 지금껏 대통령이 하지 않았던 일을 기꺼이 하고. 경박하다, 품위없다는 말 듣더라도 자신이 아닌 다른 계급 위해 쓰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 같은 사람이 지식인이죠.
최소한의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사람이 지식인이라고 자리에 있으니까 그게 문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