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 송중기 박유천... 그들이 있어 행복했네
본문 바로가기

TV 블라블라

현빈 송중기 박유천... 그들이 있어 행복했네

 올해의 드라마들도 되짚어 봅시다. 다들 완소드라마가 있었겠지만 저는 올해 저를 가장 행복하게 했던
드라마가 뭔지 떠올려봤습니다.

 그 첫번째 자리는 <성균관 스캔들>에게 주고 싶네요.
샤방한 젊은 연기자들이 알콩달콩 달달, 재미나게 엮어가는 로맨스, 여기에 묵직한 역사적 의식까지 얹히면서 오래도록 기억되는 아련한 드라마가 됐습니다. 



올 초 방영됐던 <파스타>도 어떠셨나요? 톡톡 튀는 사랑이야기가 맛깔난 이태리 요리와 어우러졌지요.

먹는 이야기가 나오니 <제빵왕 김탁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올해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객관적 성적 역시 가장 뛰어난 드라마입니다. 선굵은 시대극으로 많은 남성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던 작품으론 <자이언트>가 있습니다.



민망했던 드라마도 있습니다.

많은 돈을 들이고 초호화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던 <로드넘버원>입니다. 드라마 제작발표회 당시 편집본을 보면서 가졌던 기대감과 본방송과의 괴리감이 무척이나 컸습니다. 아울러 연출력과 편집방식의 차이가 얼마나 큰 결과의 차이를 가져오는지 여실히 보여준 드라마로 기억되네요. <대물>역시 용두사미처럼 돼버렸고, <도망자>도 여러모로 아쉬움을 많이 남긴 드라마지요.


사극에서는 <추노>가 두드러진 작품이었죠. 호쾌한 액션사극이라는 새 장을 열었던 이 작품은 한장면 한장면이 영화나 광고화면을 보는듯한 세련된 질감을 전해줬습니다. 시도 때도없이 ‘벗어제끼는’ 남자배우들의 근육질 몸매 무한경쟁도 벌어지면서 눈도 호강했던 것 같습니다. 

앞서 말한 성균관스캔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새로운 형식의 사극이 주목을 끌었다면 정통 사극은 침체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현재 방영중인 <근초고왕>도 그렇고 <명가>, <김만덕>, <김수로>  등은 소리소문없이 쓸쓸하게 끝났던 사극이죠.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개인의 취향> <인생은 아름다워> 등도 나름의 마니아층을 양산했던 드라마였습니다. 

신예 배우들이 대거 등장했던 <나쁜 남자>는 새로운 시도와 접근법 등 나름대로 의미있는 드라마였음에도 안팎의 여러 이유들로 주목을 덜 받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비운의 드라마였다고 정리하겠습니다.



드라마 이야기가 나온 김에 최고의 명장면은 무엇이었을지 한번 꼽아보죠.
전 지금도 그장면을 떠올리면  헛헛함, 배신감에 가슴이 서늘해지고 머리가 싸하게 아파오는 것이 한동안 겪었던 극심한 후유증이 떠오릅니다.


바로바로바로 올 초 끝났던 <지붕뚫고 하이킥>의 마지막 장면. 세경이와 지훈이의 마지막 모습입니다.
흑백으로 멈췄던 그 화면 기억하시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충격과 경악으로 몰아넣었는지는 말 안해도 아실듯합니다.

그럼 이번엔 연기자들을 볼까요. 
먼저 샛별처럼 떠오른 신예스타로는 <성균관 스캔들>의 송중기와 박유천을 꼽겠습니다. 두 말이 필요없죠.
연기경력이 꽤 된 유아인도 재조명됐고 하지원과 너무 닮은 전태수도 주목받았습니다.
<제빵왕 김탁구>의 윤시윤, 주원은 무명 신인에서 일약 주연급으로 발돋움했습니다.
<검사프린세스>와 <역전의 여왕>에 출연한 박시후 역시 존재감을 확인시켰고 <자이언트>의 실장님 주상욱도 입지를 굳힌 것 같습니다.

드라마 자체의 흥행을 떠나 재발견된 배우들도 있습니다.

전 그 첫번째에 <여우누이뎐>에 출연했던 한은정을 놓겠습니다. 도회적이고 감각적 스타일의 탁월한 신체적 조건 때문에 차도녀 역할, 혹은 비련의 여주인공 역할을 주로 해오던 그는 <여우누이뎐>을 통해 모성본능을 선보이며 깊고 충만한 연기력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 초반 미니시리즈 <산부인과>에서 단독 주연을 맡았던 장서희 역시 배우로서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그동안 복수극전문 연기자라는 꼬리표를 벗었을 뿐 아니라 40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미니시리즈 원톱주연을 꿰차고 10살 가까이 어린 남자배우들과 로맨스 연기를 무리없이 펼쳐 보였다는 점에서  무한 영역에 도전해가는 배우로 꼽힐만합니다.



 
혼신의 열연을 펼쳤지만 드라마가 주목받지 못하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배우들도 있습니다.
<제중원>의 박용우나 시트콤 <볼수록 애교만점>의 최여진, <장난스런 키스>의 정소민, 이태성이 우선 떠오르네요.
 
중견배우들이 미친 존재감을 발하며 빛을 낸 드라마도 많았습니다.
그들의 연기 내공에서 풍겨져나오는 포스는 드라마 전체의 격을 높이고 생기를 불어넣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김갑수(신데렐라 언니, 성균관스캔들), 이재용(성균관 스캔들, 대물), 이미숙(신데렐라 언니), 김혜옥(나쁜 남자), 성동일(추노,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전인화(제빵왕 김탁구), 조성하(성균관스캔들), 정보석(자이언트), 류승룡(개인의 취향) 등이 기억납니다.

팍팍한 현실을 잊게 해주고 대리만족과 환상의 날개를 펼치도록 도와주는 드라마.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드라마를 사랑하고 또 많이 만들어지는 거겠죠.
어쨌든, 올해의 현실세계는 우울함과 잿빛으로 가득했지만 이분들 때문에 그나마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