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 기자
한때 한국 인디음악의 산실 역할을 했던 홍대앞 ‘클럽데이’가 중단된다. 클럽문화협회는 2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10년 만에 클럽데이를 잠정 중단키로 했다”면서 “치열한 내부 논의와 반성을 거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홍대앞 클럽데이는 28일 개최되는 117회차 분을 끝으로 일시 휴지기를 갖는다.
지난 2001년 3월 처음 시작된 클럽데이는 매월 마지막주 금요일 젊은이들이 통합티켓으로 라이브 클럽을 순례할 수 있게 한 공동마케팅 행사였다. 인디음악인들이 일하는 홍대앞의 소규모 라이브클럽 업주들이 연합하여 대중음악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젊은이들에게 음악적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에는 젊은이들의 탈선 온상이 된다는 이유로 단속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추모하기 위해 한 차례 취소됐을 뿐 발전을 거듭하면서 ‘홍대문화’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금요일 밤이면 일대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클럽데이’는 젊은이들의 ‘해방데이’였다
협회는 “작은 성공에 취하고 매너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동안, 외부 유입 클럽 및 유사 클럽 공간, 밤문화와 결합된 이태원 및 강남지역의 클럽들과 차별화하지 못한 채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 됐다”고 고백했다. 이어 “타 지역에 비해 규모나 자본 등 모든 측면에서 영세한 클럽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혁신과 노력이 요구된다”고 중단 배경을 전했다.
경향신문DB
그동안 클럽데이가 홍대앞 땅값을 올리고, 음악적 환경을 퇴보시킨다는 비판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클럽데이의 자양분을 먹고 자란 가수들은 척박한 대중음악환경의 ‘빛과 소금’ 같은 존재들이었다. 얼마전 지병으로 사망한 인디음악인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진원)처럼 ‘대중음악=상품’의 시대에 역행하면서도 음악정신을 키워온 언더가수들도 많았다.
협회의 말처럼 치열한 논의를 거쳐 “가야 할 방향성과 새로운 대안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하여, 홍대앞이 새로운 문화혁명의 저수지 같은 특구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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