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찬 기자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제작한 영화 <생텀>의 시사회가 상영시간을 넘기면서 결국 취소되는 소동이 지난 26일 있었다. 홍보사 측은 “미국에서 입혀온 3D 한글 자막이 한국 극장 시스템과 맞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페이스 퓨전 3D 카메라 시스템’이니 ‘빔 스플리터 카메라’니 발음하기조차 어려운 최첨단 기술을 동원했다는 영화가 정작 자막 때문에 상영되지 못했다는 건 아이러니다.
이번 해프닝은 3D 영화의 수용을 둘러싸고 성급하게 달려가는 영화계의 현재를 보여주는 한 사례다. 캐머런 감독은 2009년 말 <아바타>를 내놓으며 3D 영화의 원년을 선언했다. 3D 기술 측면에서 확연한 진보를 보여준 이 영화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며 영화계에 충격을 던졌다.
영화 아바타. (경향신문DB)
이후 할리우드에선 3D 영화가 우후죽순 쏟아졌다. 그러나 <아바타>의 후광을 업고 급히 나온 3D 영화는 많은 경우 관객에게 실망만 안겼다. <아바타>처럼 애초부터 3D로 찍은 것이 아니라 2D로 찍어 3D로 변환한 작품이 많았기에 “자막만 3D”라는 비아냥을 듣는 영화가 많았다. <카사블랑카> 같은 고전을 3D로 변환하겠다는 소식도 들렸다. “그럴 필요 있느냐”는 고전영화팬들의 목소리는 스튜디오의 떠들썩한 발표에 묻혔다.
3D 영화는 돈이 된다. 한국의 경우 3D 영화의 관람료는 2D보다 1.5~2배 비싸다. 지난해 한국 극장 관객수는 2009년보다 줄었으나 수익은 오히려 늘어난 것도 3D 영화의 본격적인 도입과 관련이 있다. 한국에서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3D 영화가 나온다. 여름 성수기를 겨냥한 <7광구>가 대표적이다.
영화 7광구의 한 장면. (경향신문DB)
휴대폰 같은 첨단 전자제품의 순환 구조가 생각난다. 소비자는 충분히 쓸 수 있는 제품인데도 약정 기간이 끝나기 무섭게 새 휴대폰을 구입한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이전 휴대폰에도 있었던 전화, 문자 등 기초적인 기능만 사용한다.
3D 영화는 과연 새로운 영화 체험을 제공했는가. 3D 영화는 더 많은 돈을 지불한 뒤 2시간 동안 불편한 플라스틱 안경을 쓰고 볼 만한 가치가 있는가. 이 모든 3D 영화의 붐은 결국 입장료를 올려받기 위한 생산자의 술책 아닌가. 관객과 영화인 모두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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