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개그콘서트’는 물이 오를 대로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방송이 끝난 후에도 끊이지 않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걸 보면 모든 코너가 어느 것 하나 뒤처지지 않고 고른 사랑을 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이가 바로 최효종이다. ‘애정남’과 ‘사마귀 유치원’ 코너를 오가며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그는 누구나가 인정하는 개그계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일상 속 간지러운 고민 해결사
영화관에서 자리에 앉아 음료를 내려놓으려는데 이미 양쪽 팔걸이에 다 음료가 꽂혀 있을 때, 줄줄이 이어지는 친구와 동료들의 결혼 ‘러시’에 통장 잔고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데 오랜만에 연락한 옛 친구가 다음 주말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할 때, 다 같이 모여 여러 메뉴를 시켜놓고 음식을 먹는데 딱 한 조각이 남아 있을 때…. 괜히 잘못 행동했다가는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을 것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괜히 나 혼자만 손해 보는 것 같기도 해서 어떻게 할지 곤란할 때가 종종 있다. 머릿속에 온갖 생각들이 떠오르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멈칫거리게 되는 때.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만 이렇게 사소한 일에 고민하고 곤란해하는 걸까.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사는 것일까.
하지만 이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감히 그 누구도 풀지 못했던 일상 속 소소한 문제들을 속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애정남’의 ‘매뉴얼’이 있으니 말이다. KBS-2TV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애정남’ 최효종(26)은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라는 뜻 그대로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 걱정해봤을 법한 ‘애매한’ 상황을 명확하게 정리해 해답을 제시한다.
사실 속으로는 수십 번도 넘게 고민하면서도 어쩐지 좀 쪼잔한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그런 주제들이 매주 다뤄진다. ‘애정남’ 최효종이 부릅뜬 눈으로 단호하게 기준을 제시할 때마다 “맞아, 맞아”라며 나도 모르게 ‘격하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건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사실 속으로는 수십 번도 넘게 고민하면서도 어쩐지 좀 쪼잔한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그런 주제들이 매주 다뤄진다. ‘애정남’ 최효종이 부릅뜬 눈으로 단호하게 기준을 제시할 때마다 “맞아, 맞아”라며 나도 모르게 ‘격하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건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평소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이번 코너도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뭘까를 생각하다 아이디어가 떠오른 거예요. 요즘 시대는 ‘상식의 파괴’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잖아요. 우리가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밖으로 끄집어내서 기발하지만 이유 있는 새로운 상식을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코너를 구상하기 시작했어요.”
원래 ‘애정남’의 출발은 법정에서 재판을 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법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지만 도덕적으로 뭔가 잘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재판을 통해 처벌을 내리는 내용이었다. 예를 들면 음식이 무척 맛있어서 발길을 끊고 싶지는 않지만 장사가 잘되니까 손님들에게 불친절하게 구는 식당 주인에게 다른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나름의 ‘복수’를 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막상 대학로 소극장에서 코너를 선보였더니 대부분의 관객들이 심판 결과 자체보다는 차마 겉으로는 말하지 못했던 상황을 대신 이야기해준다는 데 더 큰 반응을 보였다. 아마도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었구나’ 하는 든든한 동질감과 혼자서 어찌할 수 없었던 상황을 가볍게 뒤집어 바꿔볼 수 있는 데서 오는 짜릿함을 느꼈기 때문일 것.
그렇게 해서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답답한 문제들을 정해주자’는 컨셉트의 ‘애정남’이 탄생하게 됐고, 반응은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첫 녹화 때부터 그야말로 ‘빵 터진’ 것은 물론 매주 방송 때마다 호응이 뜨겁다. 방송에서 정한 약속들은 이른바 ‘애정남 법칙’으로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적용되고 있기도 하다.
“처음보다 갈수록 반응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이 코너가 사람들이 사실은 속으로 원하면서 누구도 먼저 나서서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정해주는 거잖아요. 누군가의 마음을 대변한다는 뿌듯한 마음도 들고, 사람들이 ‘내 마음을 어떻게 그렇게 딱 읽었어요?’라고 할 때 기쁘기도 하고요. 요즘은 실생활에서 ‘애정남’이 정해준 대로 행동했다고 얘기해주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특히 저 덕분에 결혼식 축의금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고들 하세요.”
매주 모든 내용에 대한 반응이 좋지만 아무래도 누구나 겪는 보편적인 주제일수록 그 영향력이 더 크다. 영화관 좌석 팔걸이 사용 문제, 연애할 때의 스킨십 허용 기준, 여자의 ‘민낯’ 규정 범위, 축의금의 공정한 가격 결정 등은 특히나 뜨거운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민감한’ 문제들이었다.
“최근 개그맨들 결혼식이 많이 있었는데, 고민하지 않고 ‘애정남’이 정해준 대로 ‘성수기 3만원’을 적용했단 동료들이 있었어요. 주변 사람들도 그렇고 네티즌분들도 그렇고, 축의금 문제를 특히 재미있어 하더라고요. 역시 ‘돈’이 얽힌 문제라서 그런가(웃음). 아마도 다들 그동안 축의금 때문에 골머리를 많이 썩었나 봐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갑자기 궁금해졌다. 이 남자는 과연, ‘애정남 약속’을 스스로 얼마나 지키고 있는지. 얼마 전 결혼한 김원효·김진화 결혼식에서 축의금을 얼마나 냈는지 물었다.
“30만원이요.”
3만원이 아니라 30만원이라. 순간 왠지 모를 배신감이 쫘르르 몸을 관통했다. 지키지 않는다고 경찰이 출동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끼리의 약속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라고 말했으면서 어쩌면 이럴 수가.
“원효 형 부모님이 제 이름 아시거든요(웃음). 그래서 10만원, 그리고 진화 누나랑도 무척 친한 사이기 때문에 10만원, 나머지 10만원은 예전에 제가 빚진 게 있어서 갚은 거예요.”
역시 ‘애정남의 약속’은 유효했다.
성실하게 쌓아놓은 아이디어 곳간
인터뷰 일정을 잡는 데까지 한 달여를 기다려야 할 정도로 최효종은 요즘 그 어느 때보다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알아보는 사람들도, 팬들도 부쩍 늘었다. ‘애정남’ 외에도 ‘사마귀 유치원’ 코너에서 경찰 되는 법, 선생님 되는 법, 국회의원 되는 법 등을 조언해주는 진학 담당 ‘일수꾼’으로도 출연하고 있는데 이 또한 매번 굉장한 화제가 되고 있다. 어쩌면 그렇게 핵심을 속 시원하고 명확하게 조목조목 짚어내는지,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정신없이 웃다가 문득 뭔가 뜨끔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에게 ‘천재 개그맨’이란 말이 괜히 붙은 게 아님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요즘 ‘인기를 실감하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런 건 잘 모르겠어요. 다행히 지금까지는 그런대로 잘하고 있지만 대중의 평가는 냉정하고, 감독님 역시 능력 위주로 기용하는 거니까 제가 앞으로도 계속 활약할 수 있을지는 모르는 거잖아요. 다만 주어진 상황에서 언제나 최선을 다할 뿐이죠. 사람들을 대하는 거라든가, 마음가짐이라든가, 저는 아무것도 변한 게 없어요. 신인 때부터 지금까지 쭉 똑같이 행동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 솔직히 후배들이 많이 들어오니까 조금 나태해진 면이 없진 않네요(웃음).”
‘애정남’ 이전에도 ‘봉숭아학당’의 행복전도사, ‘남보원(남성인권보장위원회)’, ‘트렌드쇼’ 등 내놓는 코너마다 히트를 치며 인기를 얻은 최효종은 무엇보다 ‘트렌드에 맞는 공감개그’를 선보인다는 것이 특징이다. 거창하진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척이나 중요한, 그래서 누군가와 공감대를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을 웃으면서 함께할 수 있게 만든다. 아까부터 계속 살살 간지러워지는 등 한가운데를 누군가가 딱 좋은 압력과 세기로 시원하게 긁어주는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개그를 짤 때 전체적으로 폭넓게 보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특히 ‘트렌드가 뭔가’를 고민하는 편이에요. 요즘 사람들은 무슨 생각하고, 무엇에 열광하고, 무엇을 걱정하는지 등이요. 그래서 평소에 관찰을 열심히 해요. 그리고 동료나 선후배들과 자주 이야기하면서 최대한 다양하게 확장시켜봐요. 저는 회의를 마다하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새벽이든 밤이든 누가 아이디어 회의하자고 하면 웬만하면 참여해요. 같이 머리를 맞대고 짜다가 잘 안되는 경우에도 그 안에서 분명 얻는 게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애정남’과 ‘사마귀 유치원’의 아이디어도 대부분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관찰과 분석을 통해 쌓아뒀던 데서 얻은 것이다. 평소에 성실하게 그만의 ‘아이디어 곳간’을 채워 넣어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빼서 쓰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가까운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그들과의 에피소드 등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20대 중·후반 남자들이 모여 만드는 ‘애정남’이 연인 사이의 ‘애매한’ 것들을 많이 다루게 되는 데도 그런 이유가 있다.
“여자친구와 연애하면서 겪는 상황이나 생각했던 점들을 발전시켜서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죠. 특히 여자분들 마음을 콕콕 잘 짚어내니까 실제로도 제가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그렇지는 않아요. 여자 마음을 먼저 잘 읽고 알아서 행동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제 여자친구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가까이 있으니까 더 잘 모르겠어요. 제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좀 빠릿빠릿한 성격인데 여자친구 앞에서는 엄청 어리바리해요. 거짓말하면 족족 다 걸리고요.”
첫눈에 좋아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2년 반여를 만나온 여자친구는 이제 옆에 있어줘서 항상 고맙고 힘이 되는 존재로 자리하고 있다. 한동안 여자친구네 집이 재벌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었는데. 확인 결과 여자친구 집이 주유소를 하는 걸 두고 동료들한테 장난으로 ‘석유 재벌’이라고 했던 말이 돌고 돌며 커져버린 것이라고 한다. 어쨌든 예쁘게 잘 만나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도 계속 그에게 마르지 않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주시길 바란다.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남자가 대세
2007년 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이후 다양한 코너를 선보이며 쉬지 않고 달려온 그가 지금의 이 자리에 선 비결을 두고 주변 사람들은 ‘성실한 자세’를 이야기한다. 선후배를 막론하고 많은 개그맨들이 그와 함께 코너를 하고 싶어 하는 이유도 그의 ‘열심’을 믿기 때문이다.
“데뷔하고 1, 2년간 동기들이 한창 잘나갈 때 제게 힘들지 않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한 번도 그런 걸 크게 의식해본 적이 없어요. 아주 가끔 ‘내가 재능이 없는 편인가’라고 자문해본 적은 있지만요. 그렇다고 해서 그만두고 싶다거나 조급한 마음을 가진 것도 아니었어요. 오히려 저는 특별히 어려운 시절 없이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해요. 제가 매 순간 성실하고 최선을 다해 살면 힘들 일이 생길 수가 없다고 봐요. 힘들어도 힘들 틈이 없는 거죠. 스스로 자신을 컨트롤하는 고삐를 늦춰버리면 힘들어질 일이 자꾸만 생기게 되는 것 같아요.”
노력하는 만큼 바로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은 다 잘 풀리는데 나만 정체되어 있는 것 같을 때 상처도 받고 좌절도 느낄 법한데 그는 ‘슬럼프도 어찌 보면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라며 자신을 다스렸다고 했다.
그렇게 확고한 자신만의 줄기가 있었기 때문에 아직 완전하지는 않으나 그래도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으로서 이만큼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믿는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자세와 생각은 변하지 않고 지켜나갈 것이다.
“다음번엔 더 잘해야 한다, 꼭 웃겨야 한다, 이런 부담은 갖지 않으려고요. 앞으로도 저와 같은 시기를 겪었던, 그리고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과 공감을 나누면서 함께 웃을 수 있는 즐거운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예전에는 개그를 짤 때 하나하나에 지나치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전체적으로 흐름을 즐기는 요령이 조금은 생겼어요. 시야가 넓어졌다고나 할까요?”
식상한 표현이지만 일이 아닌 ‘즐기는 일’로서 개그를 대하고 있다는 그는 앞으로 누구든 코미디 프로그램을 만들 때면 ‘최효종이 꼭 출연해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쓰임새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물론 다방면으로 재능이 있어서 활약하면 좋기도 하겠지만, 일단 자신은 버라이어티나 다른 분야에는 썩 소질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현재 시점에서는 스스로 즐겁고 자꾸만 더 열심히 하고 싶은 ‘개그’를 더욱 갈고닦는 것이 자신이 정한 최고의 목표다.
“이제껏 다른 데선 이런 이야기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이제는요, 저 같은 스타일이 ‘먹히는’ 시대예요. 얼마 전에는 누군가가 ‘소개팅에서 최효종 닮은 사람 나오면 대박이다’라고 트위터에 써놓은 글을 봤어요. 뭔가 ‘똘똘이’ 같은, 센스 있는 느낌이래요. 평범한 듯한데 묘한 매력이 있는 거죠(웃음).”
이 귀여운 자신감이라니. 이토록 매력적인 ‘천재’ 개그맨의 이야기에 어찌 웃지 않을 수 있을까. 효종씨 앞으로도 쭉 지금처럼 잘 해주는겁니다잉.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이성원 ■헤어 / 손민정(The 0809, 02-518-7766 ■메이크업 / 남지민(The 0809, 02-518-7766) ■의상 협찬 / 지이크·토미힐피거(02-546-7764), 탐스 아이웨어·탐스 슈즈(070-7785-8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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