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직설]‘소사이어티 게임’과 게임 밖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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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직설]‘소사이어티 게임’과 게임 밖의 사회

<소사이어티 게임>은 tvN의 정종연 PD가 <더 지니어스>에 이어 기획·제작한 서바이벌 예능이다. 나는 <더 지니어스>에 그랬듯 또다시 <소사이어티 게임>에 과몰입 중이다. 정종연 PD, 당신의 재능은 대체….

 

tvN <소사이어티 게임>의 참가자들은 대립되는 두 가지 사회 중 한 곳을 선택한 뒤 소속원이 된다. 두 사회는 각각 매일 리더와 탈락자를 참가자의 투표로 선출하는 ‘높동’, 리더에게 대부분의 권한이 집중되며 반란을 통해서만 리더를 교체할 수 있는 ‘마동’이다.

 

서바이벌 버라이어티 <소사이어티 게임>이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온다. 22명의 참가자들이 통제된 원형 마을에서 2주간 합숙하며 각종 미션을 통해 최후의 생존자를 가려낸다.

 

출연자들은 2주간 일상에서 완전히 격리돼, 세트장에서의 챌린지를 매일 수행한다. 패배한 팀에서는 탈락자가 배출되고, 마지막까지 생존한 이들 중 3명이 ‘파이널 챌린지’에 참가한다. 최종 승리 팀의 소속원들은 각자에게 누적된 만큼의 상금을 가져갈 수 있다.

 

촬영 당시의 하루는 한 회의 방송 분량으로 압축돼 한 주에 한 번씩 시청자들에게 보여진다. <소사이어티 게임>의 출연자들은 일상에서 고립되어, 덥고 습한 날씨 속에서 매일의 챌린지를 수행한다. 이 때문에 소속감과 몰입감, 분노 등의 감정이 매우 고조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덕분에 권력의 향방과 갈등 구도의 변화는 드라마틱해진다. 총괄 PD가 제작발표회에서 “우리 프로그램은 전체적으로 긴장과 갈등, 불편함을 제시한다. 우리 프로그램은 스릴러 영화”라고 밝힌 대로다.

 

가학적인 촬영 환경으로 인해 출연자들은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는 선택을 하고, 카메라나 시청자를 의식하지 않는 듯 투명할 정도로 이기적이고, 분란을 일으키며, 저열한 모습마저 드러낸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인간군상을 구경하는 재미가 요즘 내 삶의 낙이다. 친구들과 이에 대해 수다 떨면 기쁨 두 배일 텐데 왜 내 현실 친구들은 <소사이어티 게임>을 안 볼까? 아쉬운 대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의 소사이어티 게임 관련 인기글을 탐독하며 주말을 보낸다. 그렇게 주말의 많은 시간을 허비한 뒤 주말이 끝날 때쯤 ‘현자타임’을 맞이하는 것이다.

 

<소사이어티 게임> 관련 인기 글들은 대개 출연자들로부터 ‘캐릭터’를 추출해 내어 희화화하고, 그주의 영웅에 대해 칭송하거나 악당에 대한 증오를 드러내고, 글쓴이가 현실 사회에서 접한 사람들을 투사해 인물 분석 및 논평을 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 역시 내가 겪었던 불쾌한 경험을 상기시키는 출연자에게 창의적으로 악의적인 별명을 지어 붙여 찰지게 욕하는 게시물을 보며 쾌감과 대리만족을 느낀 적 있음을 고백한다. 또한 반성한다. 문제적 인물을 접한 뒤 자신을 돌아보거나 구조에 대해 고민하는 것보다 해당 인물을 ‘극혐’함은 평소 내가 경계하고 비판하는 태도였다는 점에서.

 

어떤 환경에 속한 개인이 모두 같은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특정 환경이 특정 행동을 도출시킬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은 사회학적 상식이다. 행위의 맥락을 보지 않고 개인을 쉽게 타자화하고 욕하는 것이 소모적이고 공허한 이유다. 문제적 인물의 등장에 대해, 사회적 맥락을 분석하고 제도를 정비해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하여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사회를 위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만 문제를 일으킨 이에게 엄벌이 가해지기를 갈망하고, 가능하다면 그가 사회에서 영원히 사라지기를 기원한다.

 

예컨대 강력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에 공분하며(교육 제도 및 억압적 환경에 대한 점검 및 피해자의 회복에 대한 고민은 부재한 채) 성인과 동등한 형사 집행을 주장하거나, 피의자의 인권은 고려할 필요 없다며 과감하게 얼굴을 공개하는 언론사에 환호하는 것(한 번 후퇴된 인권의 선이 다시금 전진하기 위해서 얼마나 지난한 분투가 있어야 할까?)과 같은 납작한 분노들….

 

사회에서 개인을 방출시키는 것으로 ‘해결됐다’고 믿고 쉽게 통쾌해지는 것은 사회 자체를 바꾸려는 고민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매회 탈락자를 결정지으며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프로그램을 <소사이어티 게임>으로 작명한 것이 기만에 가까운 이유다.

 

하지만 너무 자극적이고 재밌기에 나는 이번주도 <소사이어티 게임>을 볼 것이고,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관련 글을 탐독할 것이며, 최후의 승자가 누군지 궁금해 하겠지. 분하다. 다만 잊지는 않기로 한다. 구조를 설계하고 연출한 이들이 있고, 많은 것이 그들 뜻에 의한 결과라는 사실을.

 

<최서윤 아마추어 창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