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징가Z는 일본 만화가 나가이 고가 만든 슈퍼로봇 캐릭터다. ‘마징가’는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전투병기 ‘마신(魔神)’을 의미한다. 1972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마징가Z>는 후지TV에서 1974년까지 92회가 방영됐다. 로봇 애니메이션의 새 영역을 개척한 <마징가Z>는 평균 시청률이 30%에 이를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일본에선 1950년대부터 ‘만화의 신(神)’으로 불린 데쓰카 오사무의 <우주소년 아톰>을 비롯해 <철인 28호> <용자왕 가오가이가> 등과 같이 슈퍼로봇을 등장시킨 수많은 애니메이션이 제작됐다.
하지만 이런 슈퍼로봇들과 달리 마징가Z는 세계 최초의 탑승형 로봇이다. 주인공 가부토 고지(한국명 쇠돌이)가 머릿속에 앉아 마징가Z를 조종한다는 설정 자체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가슴의 V자 장치에서 나오는 강력한 빛과 로켓 주먹으로 악의 과학자인 헬 박사와 기계수(機械獸) 무리에 맞서 싸우는 마징가Z의 활약상은 어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마징가Z>는 1975년 한국에 수입돼 MBC에서 25회까지 방영됐다. TV보급률이 낮았던 당시 <마징가Z>가 방영될 때면 친구집이나 만화 가게를 찾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마징가Z>는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김청기 감독이 1976년 선보인 <로버트 태권V>는 <마징가Z>를 본떠 만든 작품이다. 마징가Z가 악당들을 물리칠 때 흘러나왔던 ‘기운 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사람 인조인간 로보트 마징가Z’로 시작하는 주제가는 동요 아닌 동요로 오랫동안 불려졌다. 가사에 나오는 ‘인조인간’은 홍콩의 핸슨 로봇틱스가 개발한 인공지능(AI)로봇 ‘소비아’의 탄생을 예견한 듯하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세계 최초로 시민권을 획득한 소비아는 62가지 감정을 얼굴로 표현하고, 인간과 실시간 대화가 가능하다.
나가이 고의 데뷔 50주년을 맞아 제작된 <마징가Z 인피니티>가 지난 주말 일본 전역의 극장에서 개봉됐다. 주인공 가부토를 비롯해 헬 박사와 아수라 백작, 기계수 등이 부활해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 AI시대에 개봉된 <마징가Z 인피니티>가 문화산업계에 어떤 파급 효과를 가져올지 자못 궁금하다.
<박구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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