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들에 불을 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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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블라블라/정태춘의 붓으로 쓰는 노래

저 들에 불을 놓아

‘저 들에 불을 놓아’ 가사 중에서 _ 1200×340㎜ _ 모조지에 먹 _ 2019

한 십여년 전의 일이다. 어느 공연장에서 ‘윈디시티’라는 밴드와 함께 공연한 적이 있었다. 그들의 경쾌한 레게 리듬이 나를 무대 옆으로 이끌었고 기분 좋게 그들의 연주를 들었다. 그런데, 노래 사이에 드럼 연주자가 느닷없이 “농사를 지어, 농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화들짝 놀랐다. 그 얼마 뒤에 다시 그를 만났다. 나는 그가 정말 농사를 짓는가 물었고, 그는 충청도 어디선가 농사지으며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다시 한번 놀랐고 그가 존경스러워졌다.

 

요즘 도연명의 시를 읽고 있다. 그는 41세에 귀향하여 남은 생을 농사를 지으며, 시를 쓰며 안빈낙도의 삶을 살았다. 귀향, 귀촌한다는 일은 그런 것이다. 세상의 허명에 연연하지 않고, 시장에서 이익을 구하지 않고 흙 가까운 곳에서 소박하고 자유롭게 산다는 것이다.

 

남겨진 작품들로 보아 도연명은 힘들지만 자족한 여생을 지냈던 것 같다. 부디 윈디시티의 저 김 반장도 아직 거기서 잘살고 있고, 음악과 더불어 농사일로도 행복하길 기원한다.

 

나도 평택… 늘 그 들판과 물가를 몽상한다.

 

<정태춘 싱어송라이터·시인 jtcs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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