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을 듣다]윤디‘라이브 인 베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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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을 듣다]윤디‘라이브 인 베이징’

백승찬 기자

ㆍ손가락 끝 쇼팽의 부활

윤디가 가진 ‘쇼팽 스페셜리스트’로서의 면모는 일찌감치 증명됐다. 윤디는 18세의 나이에 2000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중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당시 윤디는 15년 만에 배출된 우승자였다. 
 
<라이브 인 베이징>은 윤디의 첫번째 라이브 음반이다. 2010년 5월15일 베이징 국립 퍼포밍 센터에서 열린 공연 실황이다. 랑랑과 함께 21세기 중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로 성장한 윤디는 쇼팽 탄생 200주년을 맞아 열린 이 공연에서 자신의 특기인 쇼팽의 피아노 곡들을 연주했다. 

윤디의 쇼팽은 어느 피아니스트와 비교해도 감성적이고 낭만적이다. 대중에게 인기 많은 ‘야상곡’은 물론이거니와, 부드러움과 격정의 진가를 보여주는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이즈’에서도 마찬가지다.

70대 여성인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연주와 비교해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아르헤리치가 특유의 격한 타건으로 쇼팽의 열정을 드러낸다면, 윤디는 곡 중간에 감춰진 멜로디를 찾아내 전면에 부각시킨다. 특히 피아노 소나타 2번은 그동안 윤디가 한 번도 연주하지 않았던 곡이다. 쇼팽의 장례식에서 연주됐다는 3악장 때문에 ‘장송 행진곡’ 소나타라고도 불리는 이 곡에서 윤디는 섬세한 테크닉과 그에 따른 자신감을 내비친다. 

 

CD와 DVD가 함께 들어있다. DVD로 확인한 중국 관객의 박수 매너는 다소 당황스럽다. 연주자가 건반에서 손을 떼지 않았는데도 성급히 쳐서 잔향을 묻히게 하는가 하면, 소나타의 악장과 악장 사이에도 우레같은 박수를 친다. 다음 악장을 준비하다가 당황한 윤디가 손을 들어 박수를 제지할 정도다. 엔지니어의 수고 덕에 CD에선 박수 소리가 다소 편집됐지만, 끊어진 잔향을 잇지는 못했다.

EMI Classics 발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