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찬 기자
‘글로벌 휴먼 코미디’는 심형래가 연출하고 주연을 맡은 <라스트 갓파더>의 홍보 문구였다. 이 1980년대풍 슬랩스틱 코미디 영화에 ‘글로벌’이란 수식어가 어울리는지는 의심스러웠으나, 아무튼 이 영화에는 순제작비 150억원이 투입됐다.
지난해 말 한국 개봉 당시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현 CJ E&M 영화사업부문)는 <라스트 갓파더>가 심형래의 전작 <디 워>처럼 미국 개봉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 알려진 미국 배급사부터가 불안했다. <라스트 갓파더>의 미국 마케팅 및 배급사 로드사이드는 중견 배급사인 라이온스게이트의 계열사 중 하나였다. 워너브러더스, 소니 등 유명한 대형 배급사가 아닌 중견 배급사, 그것도 그 계열사가 배급한다는 건 미국 현지에서도 <라스트 갓파더>의 흥행 가능성을 낮게 점친다는 뜻이었다.
영화 라스트 갓파더 (경향신문DB)
<라스트 갓파더>는 1일 미 전역 58개관 스크린에서 소규모 개봉했다. CJ는 “현지반응 및 추이를 살펴본 뒤 상영관을 늘려갈 방침”이라고 했지만, 관객과 평단의 반응은 싸늘했다. 영화흥행 집계사이트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라스트 갓파더>는 개봉 보름간 불과 16만달러(약 1억7000만원)의 흥행 수익만을 올린 채 퇴장을 준비 중이다.
일찌감치 ‘글로벌’을 외쳐온 CJ는 여러 편의 ‘글로벌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순제작비 260억원이 투입되는 강제규 감독의 <마이 웨이>는 한국 영화 최초로 칸국제영화제에서 제작 보고회를 연다. 순제작비 100억원대로 가수 비(정지훈)가 출연하는 <레드 머플러>(가제) 역시 해외 시장에 기대를 갖고 있다.
정체 상태인 내수시장에 한계를 느낀 대기업이 세계시장을 겨냥한 전략을 짜는 건 당연하다.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한국 영화와 연예인들이 인기를 끌고 있기에 시기도 적절하다.
그러나 이 ‘글로벌 프로젝트’에는 비관적일 정도의 냉철한 전략이 필요하다. 상업영화의 목표는 이익 창출, 그 다음은 작품성이다. 이 큰 두 가지 목표에 무관한 요인이 끼어들어 작품 선택에 영향을 준다면 큰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특히 <라스트 갓파더>와 <레드 머플러>의 제작에는 내부에서조차 반대 의견이 많았다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온다.
한국영화계가 향후 선보일 글로벌 프로젝트가 진정 ‘글로벌’이란 단어에 어울리는지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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