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가요계 터닝포인트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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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생각꺼리

‘나는 가수다’ 가요계 터닝포인트 되길

박경은 기자
 
지난 20일 방송 후 재도전 논란으로 엄청난 비난과 파장을 불렀던 MBC 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가 1주일 만에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번엔 정반대의 이유에서다.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의 모습을 담아낸 165분간의 방송은 수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감동과 희망으로 물들게 했다. 7명의 가수들이 서로의 노래를 바꿔 부르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방송은 ‘서바이벌’이라는 잔인한 형태를 넘어선, 소통과 교감의 장이었다. ‘가수는 노래하고 싶고, 사람들은 그 노래를 듣고 싶다’. 프로그램이 출발 당시 가졌던 선의의 취지를 그대로 보여준 무대였다.
덕분에 인터넷을 달구던 논란은 덮어졌고, 왜 성급하게 프로그램을 재단하면서 PD경질 및 방송중단 사태까지 이르게 했느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들린다.

MBC 나는 가수다 (경향신문DB)


기획단계부터 뜨거웠던 찬반논란, 제작·출연진에게 남겨진 깊은 상처. 현재와 같은 서바이벌 형식이 지속되는 한 불편한 논란은 앞으로도 지속될 지 모른다. 그렇지만 모든 논란을 감수하고서도 이 프로그램이 가진 최고의 미덕은 대중의 이목을 음악에 집중시킨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음악을 하는지 보여드리고 싶다”던 가수 박정현의 말처럼, 사람들은 두 손을 모아 쥐고 떨리는 마음으로 숨죽이며 가수들의 노래에 귀기울였다.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의 얼굴이 화면에 잡히는 모습을 보면서, 왜 지금까지 대중들은 저런 무대를 발견하지 못했나 하는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그 7인의 가수들뿐 아니라 수많은 가수들. 그들이 언제는 노래를 진심으로, 절실하게 부르지 않았던가. 곡 하나하나에 자신이 가진 많은 것을 담아냈고, 어떤 무대에서든 최선을 다해 진정성을 쏟아내려 노력했을 것이다. 그들은 그동안 설 무대가 없었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을 뿐이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에 남아 있는 음악 프로그램의 숫자와 방송시간, 개편 때마다 사라지는 음악 프로그램의 수명은 이 같은 현실을 고스란히 웅변하고 있다. 때문에 “저렇게 감동적인 무대는 처음 본다”는 일각의 환호는 오히려 씁쓸하다.

어쩌면 <나는 가수다>가 가져온 이번 소동은 가요계와 이를 다루는 방송 풍토에 터닝 포인트로 작용할지 모른다. 무대를 향한 가수들의 열정과 대중들의 갈증이 드러났다는 점에서다. 당분간 방송중단을 선언한 채 재정비에 나선 제작진이 가장 염두에 둬야 할 포인트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