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BTS의 유엔 연설
본문 바로가기

대중음악 블라블라

[여적]BTS의 유엔 연설

목소리는 사람이 말하는 소리를 의미한다. 그러나 의견이나 주장, 또는 세계를 보는 독특하면서도 인정되어야 하는 표현이라는 뜻도 있다. ‘가치로서의 목소리’다. 자본주의에서 목소리의 크기는 자본이 결정한다. 자본이 없으면 목소리도 없다. 노동자가 스스로 목소리를 내려면 노동조합을 통하는 방법밖에 없다. 자본의 힘이 거셀수록 노동자, 청년 등 비주류나 동성애자 등 소수자의 목소리는 무시되기 일쑤다. 자본이 삶의 구석구석에 파고든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열린 유니세프 청소년 지원 프로그램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Generation Unlimited)’ 파트너십 출범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영국 언론학자 닉 콜드리는 <왜 목소리가 중요한가>에서 목소리를 가치로서 다루는 일은 인간이 삶을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방식을 지지한다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또 그것은 목소리를 부정하거나 약화시키는 사회 체제에 반대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콜드리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문화와 정치를 분석한 이 책에서 개인의 가치를 ‘말할 수 없게 되는’ 지점과 사례를 분석하고 자기 목소리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지난 24일 방탄소년단(BTS)의 뉴욕 유엔본부 연설이 화제다. 한국 가수 최초로 연설했기 때문만도, 유엔 사무총장, 유니세프 총재, 세계은행 총재 등 세계 지도자들 앞에서 연설했기 때문만도 아니다. 메시지와 전달 방식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대표로 연설한 리더 김남준(RM)은 개인 경험을 담아 젊은 세대를 향해 “나를 사랑한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자”고 말했다. 또 “국가, 인종, 성 정체성 등에 상관없이 자신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신의 이름과 목소리를 찾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BTS는 꾸준히 자기의 목소리를 내온 ‘자율형 아이돌’이다. 대형기획사에 속하지 않고, 자신들의 성장 서사를 음악으로 만들며 젊은이의 고민, 사회문제 등의 메시지를 담아냈다. “사회적 편견과 억압의 ‘총알’을 막아내겠다”는 ‘방탄’이라는 이름 그대로다. BTS는 유엔 연설에서 ‘소통과 공감’이라는 자신들의 음악적 주제를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했다. ‘나 자신을 사랑하자’는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자’는 스피크 유어셀프(Speak yourself)로. ‘빌보드 HOT 200 차트 1위’ 못지않은 한국 가요계의 쾌거다.

 

<조운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