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픽사가 제작한 단편 ‘아웃’(Out) 예고편에 등장하는 동성커플 그렉과 마누엘의 사진. 디즈니 유튜브 화면 갈무리
백설공주, 피노키오, 인어공주, 겨울왕국, 주토피아. 누구나 줄거리를 아는 디즈니의 대표 애니메이션들이다. 디즈니는 1937년 첫 장편 <백설공주>를 시작으로 수많은 히트작을 만들었다. 기발한 상상력,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화려한 그림체는 전 세계 어린이 팬들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안티 디즈니’ 운동도 힘을 얻었다. 시대를 좇아가지 못하는 낡은 가치관이 문제였다. 비현실적 몸매의 여린 공주가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공주 이야기’에 대한 반감이 커진 것이다.
디즈니도 결국 시대의 변화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인기를 유지하려면 캐릭터의 다양화를 통해 시대에 맞는 가치관을 반영하는 노력이 불가피했다. 남녀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인종적 편견을 허무는 작품들이 속속 등장했다. 1992년 <알라딘>에서 처음으로 유색인종 공주가 등장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인어공주> 실사판의 주인공으로 흑인 배우를 캐스팅했다. 여성의 역할도 주체적으로 바뀌었다. 2013년작 <겨울왕국>에서 위기의 공주를 구한 것은 왕자도 사랑하는 남자도 아닌 자매간의 사랑과 신뢰였다. 디즈니의 이런 노력은 성·인종·종교를 아우르는 다양한 수요자의 이해를 충족시킴으로써 상업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디즈니가 성소수자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디즈니 계열사인 픽사는 지난 22일 신작 애니메이션 <아웃(OUT)>을 새로운 스트리밍 플랫폼인 디즈니플러스에 발표했다. 성소수자 남성인 그레그와 그의 남성 파트너인 마누엘의 이야기다. 다른 작품들에서도 성소수자들은 등장했다. 지난해 발표한 <토이스토리4>에서는 주인공 우디의 주인이 처음 학교에 간 날 레즈비언 부부가 아이를 데려오는 장면이 나온다. <겨울왕국>에서도 게이 커플 가족이 등장한다. 하지만 성소수자가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성소수자 단체 글라드는 “어린이와 가족 프로그램의 포용성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고 찬사를 보냈다. 성적지향의 다양성을 담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대한 한국 사회의 반응이 궁금하다. <아웃>을 자녀와 함께 보며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가족의 풍경을 기대해볼 수 있을까.
<박영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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