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경향신문 자료사진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책 판매를 위한 광고문구가 아니다. 카피라이터가 고안한 독서 슬로건도 아니다. 교보문고 입구에 새겨놓은 글로, 교보생명 창업주 대산 신용호의 좌우명이다. 독학으로 공부한 신용호는 젊은 시절 1000일 동안 열흘에 책 한 권을 읽겠다는 ‘천일독서’를 통해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뒷날 사업가의 길로 들어선 그는 ‘책을 통해 사람을 만들어보겠다’는 꿈을 키웠다고 한다. (정인영,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며 간다>)
‘책은 한 권 한 권이 하나의 세계다’(워즈워스), ‘책은 꿈꾸는 것을 가르쳐 주는 진짜 선생이다’(바슐라르). 책과 독서에 대한 명언은 차고 넘친다. 선인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책읽기를 강조한 것은 책이 정신활동의 중요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창조와 사유의 힘은 책읽기에서 시작된다. 다른 한편 책읽기 명언이 쏟아지는 것은 그만큼 책을 읽지 않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독서진흥 캠페인이 넘치는 것도 같은 이치다. 1988년 일본에서는 매일 아침 학생들이 수업 전 10분 동안 자유롭게 책을 읽는 ‘아침독서운동’을 시작했다. 지방의 한 학교에서 시작한 이 운동은 일본의 초·중·고교로 확대됐다. ‘한 도시 한 책(One City One Book)’은 미국을 대표하는 책읽기 캠페인이다. 1998년 미국 시애틀 공공도서관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미국 전역과 캐나다, 영국, 호주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북스타트 운동’은 1992년 영국 버밍엄에서 시작됐다. 아이가 태어나면 일정기간 그림책과 부모 가이드북을 무료로 제공해 독서습관을 기르도록 하는 책읽기 운동이다.
책읽기 운동으로 주민이 신간을 구입해 읽은 뒤 해당 지자체에 반납하면 책값을 돌려받는 ‘북페이백(book payback·책값반환제)’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서울 서초구가 처음 ‘서초 북페이백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오는 7월에는 울산시가 ‘북페이백’에 가세한다. 이 독서운동은 지역서점에서 책을 구입해 읽고 일정기간(3주~한 달) 내에 반납해야 한다는 단서가 있다. 주민 독서활동을 지원하고 동네 중소서점도 살리자는 일석이조 운동이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시도해 봄직한 책읽기 캠페인이다.
<조운찬 논설위원 sid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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