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와 동행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이들이 ‘매니저’입니다. 안무팀, 스타일리스트 등도 곁을 지킵니다.
현장에서 만나는 댄서들이나, 스타일리스트들은 대개 어립니다. 20대 초반이 대부분이고, 많아야 20대 중반입니다.
따지고보니 스타일리스트들은 생각보다 알려진 게 많지 않습니다. 요즘 들어 ‘매니저’나 ‘안무가’들은 왕왕 관심을 이끌어냅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춤이 부상한 이후 ‘안무가’에 대한 관심이 커진 적이 있지요.
‘스타일리스트’는 가요계에서, 특히 여성 스태프들이 많이 종사합니다. 요즘에는 ‘스타일리스트’가 많지만,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코디’가 현장을 채웠습니다. ‘코디’는 ‘코디네이터(coordinator)’의 준말입니다. 의상, 화장, 액세서리, 구두 등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꾸미는 일을 하는 사람을 부르는 말입니다. 코디가 하는 일은 의상, 헤어스타일, 화장 이 세 가지로 압축됩니다.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지고, 어울리는 옷을 입히지요.
MBC 무한도전 캠쳐 장면.
스타일리스트는 코디의 역할 3개 중 의상 쪽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입니다. 요즘 가수들은 아침에 눈뜨면 서울 강남구 청담동 헤어숍을 가서 머리와 화장을 한 뒤 현장으로 나갑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코디가 아니라, 패션 쪽을 전담하는 ‘스타일리스트’가 가수들과 동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가수로부터 의뢰를 받은 스타일리스트들은 그 음반 활동 기간 가수가 입게 될 의상을 책임집니다. 우선 음악을 들어보고 어떤 모양의 의상이 잘 어울릴지 아이디어를 냅니다. 가수와 제작자 등이 스타일리스트 의견을 놓고 최종안을 결정하지요.
스타일리스트들도 팀 단위로 움직일 때가 있습니다. ‘메인’이라고 불리는 ‘언니’뻘 스타일리스트가 있고, 밑에서 일을 배우는 2~3명의 인턴식 스타일리스트들이 있지요. 비용은 통상 월급제, 혹은 수당제 등 2가지 방식 중 하나로 받습니다. 월급제는 팀당 400만~500만원 정도인데, 메인 스타일리스트가 받아 동생들과 나눠 생활합니다. 수당제는 건당 돈을 받습니다. 스타일링 일을 도울 때마다 10만원 내외를 벌게 됩니다. 현장에서 만나는 스타일리스트들의 손놀림은 정말 빠릅니다. 방송사 무대를 앞두고 ‘치마가 짧다’ ‘너무 야하다’ 등 지적이 나오면 정말 순식간에 의상을 뜯어 고칩니다. ‘리폼’ 기술도 화려합니다. 천을 덧대거나 꿰매는 솜씨가 빠르고도 정확합니다.
무대에서 옷이 뜯어져서 노출 사고라도 일어나면 난리가 납니다. 좀 오래된 이야기지만, 생방송 도중 어느 가수의 의상이 무대에서 흘러내린 적이 있지요. 제작자는 스타일리스트를 죽어라고 몰아 세우더군요. 타박은 기본이고, 욕설까지 횡행하였습니다. 몸도 그렇겠지만, 정신은 더욱 힘들 겁니다. 그저 일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가수들 성미를 맞추는 일도 이들의 숨겨진 몫입니다.
일정은 사실 가수와 비슷합니니다. 새벽에 스케줄이 시작되면 이들도 새벽부터 움직여야 합니다. 밤샘 촬영이 진행되면 이들도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모두 청춘이니까 가능할 겁니다. 대체로 찬물로 세수 한번하고, 또 씩씩하게 걸어가는 이들입니다. 늘 푸르다해서 우리는 이들을 ‘청춘’이라 부릅니다.
시간을 내서 길게 스타일리스트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주연과 조연, 그 두 가지를 나누는 가혹의 시대에 살고 있지 않나 반문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노래며 가수는 사실 주변의 총합이 빚어낸 결과일 것입니다. 가수가 좋았던 이유는 그가 입은 의상 스타일이 좋아서이기도 할 것입니다.
어느 이가 모든 영광을 독식하고 있을 때에도, 때론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들을 떠올릴 수 있는 깊고 넓은 시야의 소유자가 되고 싶습니다. 열심히 보좌해주는 ‘인턴’을 ‘가이드’라 폄훼해 부르고, 추행을 마다치 않았던 그 어느 ‘분’ 만큼은 되지 말아야겠습니다.
기자회견하는 윤창중 전 대변인 (경향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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