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중독자의 야간비행]윌리엄 버로스 문학의 증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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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중독자의 야간비행]윌리엄 버로스 문학의 증인들

191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사업가 집안에서 탄생. 1936년 하버드대학 문학부 졸업. 소설창작으로 비트세대의 주역으로 등장. 작가, 배우, 미술가, 음악가로 활동. 1974년 뉴욕 시립대학에서 문예창작 교수 역임. 1983년 미국 예술원 회원으로 추대. 앤디 워홀, 수전 손택, 톰 웨이츠와 교류. 소개하는 인물은 윌리엄 버로스이다. 얼핏 보면 미국을 대표하는 20세기 지식인의 외양을 하고 있다.

 

마약중독자. 장물과 모르핀 주사기 밀거래. 뉴욕 지하철역 권총강도. 텍사스에서 마리화나 재배. 마약 소지 혐의로 미국에서 추방. 1950년 총기 오발사고 살인범으로 구속 수감. 1953년 마약을 소재로 한 자전소설 <정키> 발표. 이후 사디즘, 섹스, 폭력, 퀴어, 마약을 소재로 한 연작소설 출간. 금기와 범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건사고의 주인공 역시 동일인물이다.

 

문학의 본령이 추함을 제거한 제한적인 미의 추구라면 윌리엄 버로스는 저주받은 작가에 해당한다. 그는 소설을 통해 2차 대전 이후 풍요와 기회의 땅으로 알려진 미국의 두 얼굴을 분해한다. 예상대로 그의 문학세계는 극단적인 평가를 받는다. 금욕, 교리, 순종을 강조하는 청교도문화에 반하는 젊은 작가의 반문화 정신은 다양한 문학적 증인들을 양산한다.

 

먼저 그의 작품을 비판하는 증인들이다. 영화로도 제작했던 문제작 <네이키드 런치>는 1962년 미국에서 출간 즉시 외설문학이라는 이유로 판금조치를 당한다. 작가는 카나비스라는 환각제를 복용하면서 글을 완성한다. 대법원은 <네이키드 런치>의 주제가 성에 대한 음란한 관심에 호소하며, 동시대 공동의 기준을 침해하는 동시에, 사회적 가치를 고양시켜주는 면이 전혀 없다는 이유로 외설물로 분류한다.

 

“처음 읽었을 때 이 책이 대단히 수준 높은 작품이라고 느꼈는데, 다시 읽으면서 이 책이 훨씬 더 대단한 문학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작가는 매우 특출한 재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마 미국에서 가장 재능있는 작가일 겁니다.” 퓰리처상 수상작가 노먼 메일러의 <네이키드 런치>에 관한 법정 지지발언이다. 그는 <네이키드 런치>가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보다 더 복잡한 구조를 가진 작품이라 평한다.

 

두번째로 등장하는 증인들은 동시대 작가군이었다. 앨런 긴즈버그 역시 법정에서 <네이키드 런치>는 타인의 영혼을 통제하려는 열망과 허영에 사로잡힌 군상에 대한 극적인 묘사가 나타난 소설이라고 증언한다. 또한 현대 독재제도와 경찰국가에 대한 작가의 과학적인 설명이 제시되어 있다고 언급한다. 증인은 윌리엄 버로스는 사실주의자이지 급진주의자는 아니라고 강변한다.

 

마지막으로 독자의 관점에서 그의 문학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당연히 문학에는 정답이 없다. 지금도 그의 작품은 양비론에 휩싸여 극단적인 독자평이 오간다. 비판과 지지가 엇갈리는 가운데 윌리엄 버로스의 소설은 여전히 출판시장에서 소비되고 있다. 저자의 문학적 실험이 전 세계 독자에게 다양한 의미를 시사한다는 방증이다. 그의 소설은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올라섰다.

 

괴테는 “소설가란 경험하지 못한 것은 쓰지 않으며 경험한 대로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괴테의 기준에 의하면 윌리엄 버로스 문학은 절반의 평가를 받을 것이다. 작가를 포함한 예술가는 경험을 창작의 절대기준으로 적용할 수 없다. 작가란 당연한 현실에 질문을 던지는 존재이지 경험만을 나열하는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윌리엄 버로스는 기승전결에 입각한 서사 자체를 뒤집는 새로운 글쓰기를 시도한다.  

 

1966년 매사추세츠주 대법원은 <네이키드 런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다. 출간 당시 음란물이라 혹평했던 문학비평가들의 주장을 무색하게 하는 판결이었다. 윌리엄 버로스는 대중음악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비틀스 음반의 표지모델로 등장하는가 하면, 그의 소설내용을 근거로 소프트 머신과 스틸리 댄이라는 그룹명이 탄생한다. 그는 8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봉호 대중문화평론가·<음란한 인문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