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TV에서 방영 중인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방송은 단연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다. 스타와 명사, 특정 분야 전문가 등 선별된 여러 명의 출연자들이 자신만의 콘텐츠를 직접 기획·연출해 인터넷 개인방송 대결을 벌이는 모습을 담은 이 예능 프로그램은 지난 2월 파일럿 방영 당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가 최근 정규 편성되며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는 TV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다 담겨 있다. 즉 올드미디어가 된 TV가 뉴미디어를 끌어안으며 현재의 침체 상황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려는 프로그램이다. 지금 TV는 위기에 빠져 있다. 우선은 급변하는 매체 환경 탓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매해 발표하는 ‘방송매체 이용행태’에 따르면 TV를 대체하는 매체로 스마트폰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이미 10~30대의 젊은층에서는 절반 이상이 스마트폰을 필수적인 매체로 인식하는 반면, 이 연령대의 TV 시청률은 한 자릿수로 떨어진 지 오래다. 이러한 외부적 요인보다 더 큰 원인은 방송국 자체에 있다. 시청률 지상주의에 빠져 소위 막장드라마나 복제 예능과 같은 콘텐츠를 쏟아내면서 TV 바깥의 신선하고 다양한 콘텐츠들과의 경쟁에 뒤처진 탓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이러한 상황에서 지상파가 내놓은 치열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일단 보수적인 지상파가 기존 시청자뿐만 아니라 뉴미디어의 적극적인 이용층을 끌어들여 소통의 확대를 꾀하고, 출연자에게 연출권을 나눠줌으로써 권위를 다소 내려놓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가령 이 프로그램 안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 중인 ‘슈가보이’ 백종원의 요리 방송은 시청자들과의 쌍방향 소통이 실시간으로 자유롭게 이뤄지는 인터넷 방송 포맷에 힘입은 바 크다. 완벽하게 세팅된 스튜디오에서 제작진의 기획대로 진행되는 기존 지상파 포맷이었다면 지금처럼 큰 화제를 모으는 데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좀 더 들여다보면 오히려 인터넷 방송에 대한 지상파의 자부심이 엿보인다. 개인방송 콘텐츠의 재미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큰 재미는 그 모든 콘텐츠를 예능의 포맷으로 정리하고 아우르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인물들을 담아내는 카메라의 다양한 각도, 방과 방 사이를 오가는 편집, 적재적소에서 웃음을 극대화하는 자막과 컴퓨터 그래픽의 활용 등은 지상파가 오랫동안 축적해온 역량과 탄탄한 인프라의 힘을 증명한다. 신선한 출연자의 발굴과 섭외에도 지상파의 힘이 작용함은 물론이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은 음식사업가이자 셰프인 백종원씨 (출처 : 경향DB)
그렇기에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한계 또한 지상파의 한계와 닿아 있다. 시청자 수에 따라 순위가 급변하고 탈락이 결정되는 이 프로그램은 결국 지상파의 시청률 지상주의를 더 강화시킨 극한 서바이벌 방송에 다름 아니다. 실시간 시청률은 분단위에서 초단위로 더 잘게 쪼개지고 출연자들은 조금이라도 지루하면 곧바로 퇴장하거나 개인기를 요구하는 시청자들 앞에서 끊임없이 변신하며 최후의 에너지까지 쥐어짜내야 한다.
요컨대 프로그램이 추구한다는 소통은 실은 일방향적인 인스턴트 소통이며, 콘텐츠의 다양성은 말초적인 다양성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진행자인 서유리가 “주인님”이라 부르며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궁극의 시선은 광고주가 아닌가 의심이 간다. 결국 그 안에서 다시금 확인하게 되는 것은 지극히 작고 작은 TV의 세계다.
김선영 |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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