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말하기]몸짓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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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생각꺼리

[몸으로 말하기]몸짓의 힘

남정호 솔로 ‘흉내’. 2007년 아르코 소극장. ⓒ 요이치 쓰카다(Youichi-Tsukada)


최근 몸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 같다.


몸을 안다는 것은 넓은 의미에서 사람을 안다는 것이다. 사람을 아는 것을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은 마음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마음은 몸이 있어야 비로소 성립되기 때문이다.


몸 중에서도 얼굴은 가장 두드러지게 그 사람을 드러낸다.


지금부터 150여년 전에 미국인 링컨은 “남자는 마흔 살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라”는 명언을 했다. 이 말은 남자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여자에게도 적용될 수밖에 없다.


남자건 여자건 나이를 먹으면 자신의 삶의 역사를 보여주는 얼굴, 이 반갑지 않은 보고서에 당황하게 된다. 미간에 깊숙이 파인 주름은 그동안 매사에 불만스러워 늘 찌푸린 표정을 해 왔던 옹졸함의, 처진 눈꺼풀은 그동안 타인을 성의 있게 응시하지 않은 습관의 산물이다. 다행히도 화장이 일시적이나마 세월을 조금 덜어주었는데 때맞추어 나온 성형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나의 얼굴을 바꿀 수도 있게 되었다.


멋진 세상인가?


아니 무서운 세상이다!


얼굴뿐만이 아니다. 몸도 다이어트나 여러 운동을 통해 개조되고 세상의 다양한 언어들이 사라지는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다양한 몸들이 사라지고 있다. 자신도 현대사회의 일원임을 증명하기 위해 지구촌의 모든 이들이 서구 지향적인 획일적 신체를 가지는 것에 집착하고 있다. 


그런데 몸짓은 아직 개체적, 지역적, 민족적 다양함을 유지하고 있다. 각기 다른 문화권에서 형성되어 온 독특한 몸짓이야말로 쉽게 바꾸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말은 거짓을 교묘하게 구사하지만 몸짓은 거짓이 서투르다. 조금만 주의해서 보면 몸짓에 내포된 속내를 감지할 수 있다. 거만하지 않고 비굴하지도 않은 적절한 몸짓을 잘 구사하면 성형이나 다이어트에 의존하는 것보다 더 멋진 매력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럼 그런 몸짓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몸짓이 풍요로운 무용공연을 자주 접하도록 하시지요.


대부분의 안무가는 이런 몸짓들을 기반으로 하여 움직임의 언어를 재창조한다. 따라서 무용 관객 3년이 되어 그 움직임들을 따라가다 보면 당구풍월(堂狗風月)이 되어 어느새 그 매력적인 몸짓들을 공유하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이 은연중에 하는 사소한 몸짓의 의미도 해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남정호 현대무용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