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용의 광고키워드] CEO광고의 성패: 천호식품 산수유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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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용의 광고키워드] CEO광고의 성패: 천호식품 산수유 광고

광고 중에서 기업이나 조직의 대표가 등장하는 광고가 있다. 대표가 직접 나오는 만큼 제품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신뢰성 또한 높이 평가된다.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일반 소비자는 유발하기 어려운 광고 효과가 기대되는 이유이다.

우리 광고를 보면 기업의 대표 중에서 흔히 말하는 오너들은 광고에 잘 나오지 않는다. 선대 경영자인 이병철 회장이나 정주영 회장이 나오기는 하지만 현직의 회장 또는 사장이 직접 광고에 나오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기업의 사장이 직접 광고에 나오는 경우는 대개 두 가지 경우 중 하나다. 대기업의 전문 경영인이 나오거나 중소기업의 창업자가 직접 나오는 경우다. 대우전자 광고의 배순훈 사장이나 LG 패션 광고의 신홍순 사장은 전자이고, 천호식품 광고의 김영식 회장은 후자이다.



전문 경영인이 나오는 대기업 광고를 A급 광고라고 한다면 중소기업의 창업자가 직접 출연하는 광고는 대개 B급 광고로 불린다. 제품이 B급이거나 모델이 B급인 것은 아니다. 다만 광고 스타일이 고급스럽지 않다는 점에서 B급이다.

전문경영인이 나오는 대기업 광고가 A급 광고인 이유는 광고 영상이 세련되고 정보의 전달이 은근하다는 점 때문이다. 무릇 품격이란 있어 보이는 데서 오는데 광고 제작비가 많이 드는 만큼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준다. 

흔히 말하는 B급 광고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광고가 바로 천호식품의 김영식 회장인 직접 나오는 산수유 광고다.

중소기업의 창업자가 직접 나오는 광고는 대기업 광고에 비해 제작비가 훨씬 적다. 당연히 조명도 신통찮고 대사도 어눌하다. 정보의 전달은 직설적일 수밖에 없는데 대기업 광고처럼 우아하게 말해서는 소비자의 주목을 끌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영식 회장의 천호식품 산수유 광고는 “남자한테 좋은데, 정말 좋은데,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라는 카피로 대 히트를 했다. 말 안한 거 같은데 사실은 다 말한 그런 내용이다. 특히 김영식 사장의 뭔가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표정이 절실한 호소력을 발휘했다.

케이블방송을 도배하다시피 했고, 이 광고를 보완하는 신문광고도 전면광고로 등장했다. 원래 방송 광고는 제품 정보를 상세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인포머셜이라고 해서 제품 정보를 상세하게 설명하는 긴 광고가 있기도 하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방송 광고는 길어야 1분정도다. 그래서 방송광고로 운을 떼고 자세한 정보는 신문광고로 보완하는 것이 매체 전략의 기본이다. 





이런 유형의 광고는 파스퇴르유업 최명재 회장의 광고가 유명했다. 빨갛고 파란 글짜가 빽빽하게 들어찬 광고, 직접 카피를 쓰신다는 소문대로 제품의 장점을 세세하게 설명했던 광고였다. 특히 파스퇴르유업의 이 광고는 신문의 1면 하단을 차지해서 주목도를 한껏 높였다.

김영식 회장이 직접 출연한 천호식품의 산수유 광고는 공전의 대히트를 했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모델만 김창완, 이순재 등 유명 연예인으로 바꾸고 카피는 동일하게 한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회장이 출연한 광고의 성공에서 얻은 자신감이 유명 연예인의 기용으로 이어졌다.

 


사장이 출연하여 효과적이었던 동일한 메시지를 유명 연예인이 사용하니 메시지와 모델이 조화되지 않는다. 산수유 광고는 시청률이 높지 않는 케이블 광고에 적합한 광고였다. 흘깃 보다가 자꾸 보니 기억나고 좋아하게 되는 그런 광고. 그런데 그런 광고 메시지에 주목도가 높은 유명 연예인을 기용하니 원래의 효과가 반감된다.



욕심의 절제는 광고에도 해당된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조금 유명세를 타면 유명 연예인을 광고에 활용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모든 일은 때와 순서가 있는 법. 대기업 반열에 오르고 나서 해도 늦지 않은 일이 유명 연예인 광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