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용의 광고키워드] 광고와 '공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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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생각꺼리

[남인용의 광고키워드] 광고와 '공익'


위 광고는 진시황릉과 병마용으로 유명한
중국의 시안에서 필자가 발견한 외국어 교육 광고다.
이제 중국인들은 영어 외에
일본어와 한국어도 열심히 배운다. 



세상은 광고 천지다. 눈감고 귀닫고 살지 않으면 광고 없이 살기 어렵다.

사회주의 국가라는 중국이나 러시아도 광고는 예외 없이 도시 전경을 장악한다. 광고는 공기와 같다. 공기나 날씨에 대해 누구나 한마디 할 수 있듯이, 광고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은 무척 많다.

광고에 대한 이중 반응.

“맞아 광고 참 재밌어” 또는 “광고, 그거 우리 돈 빼 가려는 거지?”.

자기 이해관계와 별개로 광고를 보고 즐기는 동안에는 광고에 대해 한없는 애정을 표현하던 사람들이라도 막상 자기에게 확 다가오는 광고 메시지에는 거부감을 나타낸다.

광고에 대해 가르친다고 하면 사정이 더 달라진다. 광고를 배워야 하나요?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아니, 광고 일을 하면서 돈독이 오르는 것도 모자라 그걸 학교에서 가르치기까지 한다는 거냐는 반응이다.

이러한 반응들은 대체로 추상적인 개념인 ‘광고’와 구체적인 대상물인 ‘광고물’을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온다.
우리가 하는 정보 공유의 활동 대부분이 광고에 해당되지만, 그 활동이 모두 ‘광고물’로 표현되지는 않기 때문에, 광고를 배우고 가르친다고 하면 개수로 헤아릴 수 있는 ‘광고물’을 연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학교에서 광고를 가르치고 배운다고 하면 단순히 개별 광고의 제작에 관련되는 것이 아니라 광고를 중심에 두고 세상의 각 영역인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영역과의 관련성을 살피는 것이다.

그런데, ‘광고물’에 집착하는 이들은 이런 설명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다. 광고회사 근무 경력이 없는 어떤 연구자는 교수 공채 면접에서 총장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다고 한다.

“광고회사 근무 경력이 없으시니 가르치는 학생마다 불량품이겠네요”.

대학에서 교육 전반을 총장님마저도 이런 생각을 갖고 계시니 일반인들은 더 말할 것도 없겠다. 이런 이유로 우리 광고 교육은 도구적이고, 기능적인 면에 치우쳐 있다. 광고교수는 광고를 만들 줄 알아야하고, 광고를 배운 학생 또한 광고를 만들 줄 알아야 한다는 논리다.

그 뭐 못 만드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학문 영역의 고유성을 망각한 결과라고 본다. 교육은 원리를 전달하는 것이어야 할 텐데 단순 기술의 전수를 요구한다. 이러다 보니 광고의 공익적 가치는 간과되기 일쑤다.

광고를 대학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가장 큰 이유는 '광고의 공익적 가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광고가 단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광고주의 이익에 봉사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이익을 준다. 광고가 없었다면 자동차, 가전제품, 휴대전화기 등 모든 상품은 몇몇 특권층의 전유물이 되었을 것이다. 광고를 통해 수요가 늘어나야 가격이 저렴해 진다.

많은 사람들은 ‘공익광고’만이 공익에 기여한다고 여긴다. 줄 잘 서라, 침 뱉지 마라, 약한 사람을 돌봐 줘라... 등등. 높으신 분들이 잘 안 하시는 이런 일들을 일반인들이 열심히 하면 정말 공익이 커지는가? 진짜 공익광고는 작은 ‘규칙’이 아니라 큰 ‘원칙’을 널리 알리는 광고일 것이다.

좀 더 생각해 보면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대개의 공익광고보다 공익에 더 기여하는 광고는 기업의 상품을 소개하는, 말하자면 ‘사익광고’이다. 요즘같이 번잡한 세상에 광고가 없다면 무슨 수로 좋은 상품을 척척 찾아내서 싼 값에 이용할 수 있을까. 우리 생활에 실제로 보탬이 되는 광고는 겉보기에 광고주에게만 득이 될 것 같은 보통 광고들이다.

세상에는 공익광고나 상품광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나 정부부처와 같은 공공기관이 홍보용 광고를 많이 내보내고 있다. 왠지 기업체의 광고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진다. 기억도 잘 안 나고 그리 끌리지도 않는다. 하기 싫은 발표하는 학생 같은 광고들이다. 아직 공공기관의 광고를 전문으로 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광고 품질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든 광고 활동은 공익에 기여할 수 있다. 공익광고, 상품광고, 공공기관광고 등 광고의 유형은 다르지만 공익에 기여하는 광고의 사회적 가치는 공통된다.

광고가 사회에 제대로 기여하도록 이끌어가는 일은 광고 연구 및 교육자, 광고실무자, 일반 소비자 모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