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은 공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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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생각꺼리

연예인은 공인일까?

연예인은 공인일까? 사전적 의미에서 공인은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봤을 때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다. 그러나 연예인이 대중에게 큰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공인으로서의 삶을 요구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의무와 책임감, 도덕성은 마땅히 갖춰야 하는 이유다.

최근 연예인의 도덕성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학력위조, 표절 등에 이어 병역기피, 주식 ‘먹튀’, 뺑소니, 도박, 치정에 이르기까지 사건의 종류도 다양하다.

도박설에 연루돼 방송을 무단 펑크낸 신정환 사건에 이어 이달 말이면 많은 시청자들은 더 씁쓸하고 황당한 구경거리를 갖게 생겼다. 주식먹튀 논란에 아직도 휩싸여 있고 뺑소니로 물의를 빚은 ‘톱스타’ 비와 권상우 중 누구를 볼까 하는 고민이 그것이다.
이달 말 방송되는 <도망자>, 다음달 초 방송되는 <대물>은 매주 수·목요일 같은 시간대에 이들을 앞세워 경쟁을 벌인다.






사건발생 후 이렇다 할 사과나 입장표명 없이 촬영에 매진하고 있는 이들은 ‘작품으로 말하겠다’는 속셈인 듯하다. 어쩌면 이것은 비난을 하다가도 작품이 잘되면 금방 잊어버리는 대중의 속성을 파악한 효과적인 전략인지도 모른다.
대중은 배우가 특정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직업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해당 캐릭터를 자연인 배우와 동일시해 환상을 키우게 마련이다.
이들이 맡은 역할도 각각 미스터리한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유능한 탐정, 정의를 위해 싸우는 검사다. 잘만 하면 작품을 통해 이들이 원하는 대로 이미지 반전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

연예인의 사회적 권력이 높아질수록 이들이 던지는 사회적 충격파의 정도와 빈도는 점점 강해진다. 시청률 때문에 스타라면 사족을 못 쓰는 방송사의 태도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연예인 당사자의 책임감 결여 탓이다. 흔히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은 “누구나 한 번쯤 할 수 있는 실수”라는 항변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주식먹튀, 뺑소니, 병역기피, 학력위조 등은 수많은 소시민에겐 꿈도 꾸기 힘든 일이다.

대중적 이미지가 생존의 기반이자 존재의 이유인 연예인은 자연인으로서의 모습과 보여지는 이미지가 분리되기 힘들다. 이는 연예인이 되면서 주어지는 축복인 동시에 천형이다. 많은 연예인, 그리고 수많은 연예지망생이라면 이 같은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