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TV에서 흡연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흡연 관련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모습을 담은 금연광고를 종종 보게 된다. 최근 방영 중인 금연광고에서는 편의점에서 젊은 여성의 “후두암 1㎎ 주세요”라는 말에 종업원이 담배 한 갑을 건네는 장면이 나오는데, 충격적이다.
기존엔 술이나 담배 관련 공익광고에서 행위자 본인이나 주변인의 불행이 부각됐다. 그래서 국민건강을 명분으로 기호품 구입을 죄악시하고 소비자 인격을 침해하는 것이 정당한지가 논쟁이 됐다. 그런데 요즘엔 음주·흡연의 책임이 각 개인에게 있고 그를 일탈행위자라며 혐오 대상으로 만들면서 정작 사회구조적 원인이나 정부 정책의 실패에 대해서는 눈감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광고의 경우 과거와 달리 보는 이에게 흡연자뿐 아니라 담배 판매인에 대한 혐오감까지 유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자 담배가게 주인들은 이를 지적하며 법원에 금연광고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그들은 팔아선 안될 물건을 불법적으로 판매하듯 묘사된 것이 명예훼손이자 영업방해라고 주장했다.
국가가 국민건강이란 공익을 위해 지나친 흡연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는데 누가 이의를 제기하겠는가. 최근 금연광고의 쟁점 중 하나는 법리적으로 ‘국민건강이란 공익 목적이지만 정부의 광고행위에 의한 인격권 침해가 어디까지 허용되는가’이다. 정부의 광고에도 행정법상 일반원칙으로서 ‘비례의 원칙’이 적용되므로, 행정 목적인 국민건강과 그 실현 수단인 공익광고의 관계에서 수단은 그 목적의 실현에 적합하고(적합성원칙),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최소침해원칙)에 부합하는지가 중요하다.
적합성원칙과 관련해서는 ‘흡연과 질병 간의 인과관계 등에 관한 내용이 허위인지’, 최소침해원칙에 관해서는 ‘담배 판매인 인격권 등의 침해를 제거하거나 완화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지’도 검토됐을 것이다. 재판부는 국민건강에 버금갈 정도로 신청인들의 권익이 침해됐는지 고민했을 것인데,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인 신청인들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입증의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상황이 비슷한 주류상이나 정크푸드 판매상보다 담배 판매인이 왜 더 가혹하게 취급받아야 할까? 담배 판매인의 입장에서는 불법도 아닌 담배 판매가 왜 부정적인 낙인이 찍히고 영업손실까지 봐야 하는지 의문으로 남는다.
차제에 정부의 금연정책 방향이 적절한지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지난해 담뱃세 인상 후 7월까지 금연치료 사용금액은 책정 예산의 10%에 불과하고 TV 광고 등 운영비로 약 80%를 집행했다는 국회 발표가 있었다. 직접적인 흡연 예방, 금연치료보다는 보여주기식 홍보에 치중한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금연치료에 필요한 상담료, 약제비 등 예산을 충실히 집행하고 세밀한 치료 매뉴얼을 마련한 후, 이를 홍보하는 데 TV 광고를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이석재 | 법무법인 넥서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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