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미디어·자본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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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생각꺼리

“스타, 미디어·자본에서 벗어나야”

탁현민 | 성공회대 교수

 

소셜테이너란 사회적 발언을 주저하지 않는 스타를 일컫는 말이다. 스타가 사회적 발언을 하고 그것이 대중적 영향력을 갖는 것이다. 그간 무수한 스타들이 존재해왔고, 무수한 정치적 발언이 있었지만 대중적 파급력과 변화의 동력이 되지 못해왔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오늘날과 같은 스타의 탄생은 매스미디어 시스템의 완성으로부터 출발한다. 특히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보급이 스타 탄생의 결정적 배경이 되었다. 매스미디어가 없던 시절 누군가 특출한 ‘기예’를 가졌다고 한들 쉽사리 대중의 환호를 얻을 수는 없었다.

매스미디어와 함께 스타를 만들어 낸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자본이다. 자본은 그들을 미디어에 알리고 생산 가능한 공장으로 변모시켰으며, 때로는 그들을 직접 만들어 내기까지 했다. 아무리 유명한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라 해도, 아무리 훌륭한 감독의 작품일지라도 영화의 시작은 (자본을 투자한) 영화 제작사의 소개로부터 출발한다. 소녀시대가 부른 노래들이 소녀시대 것이 아니라 SM엔터테인먼트의 자산인 이유와 같다.

스타가 매스미디어와 자본으로부터 잉태된다는 사실은 소셜테이너가 부딪히는 가장 분명한 한계점이 된다. 체제유지를 지향하는 자본과 그들의 수족이 된 보수언론들은 사회적 문제제기와 나아가 새로운 체제를 요구하는 소셜테이너에 적대적일 수밖에 없다. 그들로부터 잉태된 스타들이 계속해서 사회·정치적 발언을 하며 영향력을 유지하기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에서 매스미디어의 외면과 자본으로부터 버림받은 스타가 살아남은 경우는 확인하기 어렵다. 반면에 국외에서 활발하게 자신의 사회적 의사를 개진하고 정치적 발언을 유지하는 스타는 여럿 볼 수 있다. 해외 스타들이 정치·사회적 신념을 거리낌 없이 주장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한국처럼 기업이나 매스미디어 중심으로 활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해외스타들은 매주 고정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광고모델 등으로 수익을 얻기보다는 음반판매나 공연출연료 등이 주요한 수익원이다. 

김여진과 김제동 같은 소셜테이너들에 대해 조선일보와 KBS가 보이는 태도는 충분하게 적대적이다. 이들에게는 이미 자본도 등을 돌린 상태다. 이들이 자신들의 발언을 철회하거나 희석하지 않고 소셜테이너로 분명한 자기입장을 견지하려면 매스미디어를 대신할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을 가져야 하며, 동시에 기업자본을 대체할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김제동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더 이상 방송 프로그램의 출연에 자신의 생계를 걸지 않는다. 오히려 ‘강연 + 공연’의 새로운 형식을 갖춘 자기브랜드의 상업공연을 성공시켰다. 여기에 트위터를 활용하면서 기존 매스미디어를 대체하는 새 활동영역을 만들어 냈다. 그 어느 나라보다 미디어와 자본의 구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국의 대중스타들이 자신의 발언을 유지하면서 활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만들어진 셈이다. 그것이 바로 이 땅의 소셜테이너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