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사용이 급증하면서 SNS가 선거에 미치는 힘도 커지고 있다. SNS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소셜테이너들이 내년 대통령선거와 총선에 어떤 영향력을 미칠지 주목되는 이유다. 이들은 SNS를 통해 시민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거나 쟁점 사안에 대한 관심을 높여 선거의 질을 한층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정파성’이 핵심이자 무기인 소셜테이너가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데는 다소의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소셜 선거’의 도래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 4·27 재·보선 분당을 선거에서 투표와 관련된 단어가 들어간 트윗이 늘어날수록 민주당 손학규 후보의 득표율도 함께 높아졌다.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의 득표율 변화는 트윗 개수와 별다른 관계가 없었다.
당시 손 후보는 1만8000여명의 팔로어를 가지고 있었고 강 후보는 팔로어가 300명에 불과했다. 손 후보의 트위터 영향력이 강 후보보다 컸고, 트위터가 활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손 후보의 득표율이 올라간 것이다.
당시 손 후보는 1만8000여명의 팔로어를 가지고 있었고 강 후보는 팔로어가 300명에 불과했다. 손 후보의 트위터 영향력이 강 후보보다 컸고, 트위터가 활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손 후보의 득표율이 올라간 것이다.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인지도의 열세를 뒤집고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를 누르고 당선될 수 있었던 것도 트위터의 힘이 컸다. 최 후보는 당시 4만명에 가까운 팔로어가 있었고, 엄 후보는 8000여명과 관계를 맺고 있었다. 여기에 엄 후보 측의 ‘불법 콜센터’ 적발 소식이 트위터를 타고 급속도로 퍼진 것도 최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탤런트 권해효씨가 2008년 7월 서울 광화문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도 정치에 비교적 무관심한 20대가 트위터로 실시간 의견을 주고받고, 투표를 했다는 ‘인증샷’을 찍어 올리며 지방선거로는 15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54.5%)을 기록하기도 했다.
스마트폰 보급 증가와 함께 SNS 사용자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7월 스마트폰 가입자는 1500만명을 넘어섰다. 트위터 사용자도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때 63만명에서 올 7월 말 현재 420만명으로 급증했다.
장덕진 교수는 “SNS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SNS 사용자의 목소리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내년 선거에서는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당들도 SNS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선거에서 소셜테이너들의 역할
내년 선거에서 소셜테이너들은 우선 투표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소셜테이너들이 시민 주권이 어떻게 올바로 실현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춰 투표 참여의 중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 김여진씨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행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셜테이너들은 선거의 쟁점 사안에 대해서도 시민들의 관심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내년 선거는 ‘복지’와 ‘노동’ 등이 최대 화두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이 크다. 현재 소셜테이너의 활동도 반값 등록금이나 한진중공업 사태 등 복지·노동 분야에 집중돼 있다. 소셜테이너들이 선거 쟁점의 ‘의제 설정’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다.
특히 소셜테이너들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사안을 시민들에게 알기 쉽게 풀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반값 등록금 문제 등에 대해 각 정당이 다양한 공약을 내놓으면 소셜테이너들은 이를 대학생이나 학부모의 입장에서 해석해 시민들의 공감을 유도할 있다는 얘기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소셜테이너들이 중심이 돼 모아진 시민들의 요구를 정당들이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반값 등록금 문제 등에 대해 각 정당이 다양한 공약을 내놓으면 소셜테이너들은 이를 대학생이나 학부모의 입장에서 해석해 시민들의 공감을 유도할 있다는 얘기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소셜테이너들이 중심이 돼 모아진 시민들의 요구를 정당들이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셜테이너들에게 후보 선택 등 선거판을 뒤흔들 만큼의 영향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는 소셜테이너의 특성인 ‘비정파성’과 맞물려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소셜테이너들의 활동은 각자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천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고, 그래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이라며 “이들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할 경우 그동안 쌓아온 신뢰가 무너지고 유권자들에게 외면받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소셜테이너들의 활동은 각자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천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고, 그래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이라며 “이들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할 경우 그동안 쌓아온 신뢰가 무너지고 유권자들에게 외면받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소셜테이너를 중심으로 형성된 시민권력은 새로운 민주주의의 토대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소셜테이너들의 활동은 대의 민주주의와 참여 민주주의를 생산적으로 결합해 일반 시민들이 정치적 의사결정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정치체제를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 김준기 경제부 차장, 이로사 엔터테인먼트부·정희완 사회부 기자
소셜테이너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방송사와 국가 권력의 견제도 심해지고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선거 때가 되면 소셜테이너의 활동을 좌파로 규정하고 규제하려는 세력이 있을 것”이라며 “MBC 출연금지 조항은 이런 흐름의 시작이 될 수 있겠지만, 결국 모호한 규정에 부합하는 연예인이 일파만파로 늘어나 방송사 측에도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사들, 선거때 통제 가능성
소셜테이너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방송사와 국가 권력의 견제도 심해지고 있다.
MBC는 지난달 13일 이사회를 열어 ‘소셜테이너 출연금지’ 사규를 만들었다.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에 대해 특정인이나 특정단체 의견을 공개적으로 지지 또는 반대한 인사는 고정 출연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7월18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토론 패널로 참여할 예정이던 배우 김여진씨의 출연은 무산됐다.
파장은 커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7월19일 발행한 특보에서 “이 사규는 개인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인정한 헌법에 위배되는 반인권, 공안심의 강령”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오는 8일 ‘사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공지영(소설가)·고재열(시사IN 기자)씨 등 사회 저명인사 21명도 MBC 출연을 거부키로 했다.
KBS는 지난해 11월 방송인 김미화씨에게 명예훼손 소송을 냈다가 소를 취하하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해 7월 자신의 트위터에 “출연자 금지문건(블랙리스트) 때문에 KBS에 출연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썼다. 2009년 김제동씨가 KBS2 <스타 골든벨> <윤도현의 러브레터> 등에서, 윤도현씨가 <윤도현의 러브레터>와 라디오 <윤도현의 뮤직쇼> 등에서 연이어 하차한 것 등과 관련한 이야기다. KBS 측은 “근거 없는 얘기”라며 소송을 제기해 4개월여간 법적 공방을 벌였다.
김씨는 지난해 7월 자신의 트위터에 “출연자 금지문건(블랙리스트) 때문에 KBS에 출연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썼다. 2009년 김제동씨가 KBS2 <스타 골든벨> <윤도현의 러브레터> 등에서, 윤도현씨가 <윤도현의 러브레터>와 라디오 <윤도현의 뮤직쇼> 등에서 연이어 하차한 것 등과 관련한 이야기다. KBS 측은 “근거 없는 얘기”라며 소송을 제기해 4개월여간 법적 공방을 벌였다.
김미화씨는 지난 4월 8년간 진행해오던 MBC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서도 자진 하차했다. MBC 노조는 이후 “김씨의 하차는 회사 측의 압박 때문”이라며 “김재철 사장이 김미화씨에게 프로그램을 떠나도록 직접 말한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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