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진, 김제동, 박혜경.. 한국의 소셜테이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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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생각꺼리

김여진, 김제동, 박혜경.. 한국의 소셜테이너들

소셜테이너들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중요한 사안임에도 주목받지 못하던 사회적 현안에 목소리를 내 시민과 정치권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사태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들이 목소리를 내는 통로는 트위터나 블로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경향신문은 SNS 분석 서비스인 ‘트렌드시크’를 활용해 소셜테이너 김여진(39), 김제동(37), 박혜경(37), 김미화(47)씨의 트위터 영향력을 계량화해 분석했다. 국내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시도한 분석이다.

트위터의 글(트윗)을 받아보는 팔로어 수는 7월29일 현재 분석대상 4명의 소셜테이너 중 김제동씨가 52만36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김여진씨가 10만2786명, 김미화씨 13만8052명, 박혜경씨 2만805명 등이었다.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52·22만8853명),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59·10만9865명), 손학규 민주당 대표(64·2만7095명)도 팔로어가 많은 ‘소셜네트워크 강자’들이다.

▲ 소셜테이너란? 
사회적 현안에 대해 소신 발언을 하고, 때로는 적극적으로 개입해 활동하는 연예인을 뜻한다. 미니홈피나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활동한다.

▲ 어떻게 분석했나
올 1~7월 김여진·김제동·박혜경씨 등 소셜테이너 3명이 올린 모든 트위터 글과 해당 글에 대한 리트윗 수를 전수 조사했다. 이 조사결과를 유시민·김문수·박근혜 등 정치인과, 소설가 이외수씨 등 트위터를 이용하는 인사들의 ‘리트윗 실적’과 비교 분석했다. 또 소셜테이너가 트위터에 글을 올린 뒤 사회적으로 어떤 반향이 있었는지도 언론보도 등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다음소프트와 미디컴이 공동운영하는 소셜네트워크 분석 서비스 ‘트렌드시크’를 이용했다.

소셜테이너들의 힘은 팔로어보다 리트윗에서 더 확인된다. 리트윗이란 트위터를 하는 다른 사람이 다른 이의 글을 받아 재전송해 확산시키는 행위다. 리트윗이 많을수록 이들의 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올 1~7월 김여진씨의 트위터 글은 총 6만2304개의 리트윗을 기록했다. 김씨보다 팔로어가 많은 유시민 대표(7884개)나 박근혜 전 대표(2382개)의 8~26배 수준이다. 김제동, 김미화씨의 리트윗 수도 2만개를 넘었다. 트위터상에서는 유력 대권 주자들보다 소셜테이너들의 영향력이 훨씬 더 큰 것이다.

김여진씨의 글 중 리트윗 순위 10위 안에는 ‘반값 등록금’ 관련 글이 3개, ‘한진중공업 사태’ 관련 글이 4개 들어 있다. 김제동씨는 반값 등록금 관련 글이, 박혜경씨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관련 글이, 김미화씨는 불공정 방송에 대한 글이 수백건씩 리트윗됐다.

사회 현안에 대한 소셜테이너들의 주장은 여론과 정치권을 움직여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김여진씨는 지난 1월 트위터에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글을 올리고, 파업현장을 직접 찾아 힘을 보탰다. 청소노동자들의 요구에 무관심하던 학교 측은 김씨의 활동으로 여론의 비판이 커지자 결국 노사협상을 타결시켰다. 

김제동씨는 김여진씨와 함께 지난 6월2일 반값 등록금 집회에 참석했다. 반값 등록금 집회는 이들의 합류로 힘을 얻었고, 6월10일 열린 국민 촛불대회는 참석자가 2만여명으로 늘어났다. 여야 정치권도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일제히 내놓았다.

/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배우 김여진

배우 김여진씨(39)는 가장 활발한 소셜테이너다. 김씨가 본격적으로 소셜테이너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월 홍익대 청소노동자 파업 때부터다. 홍대 청소노동자 170명은 학교와 용역업체 간의 계약연장 불발로 1월2일 해고되자 고용승계와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학교 본관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이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대체인력을 고용하고, 총학생회조차 학습권을 주장하며 농성을 반대했다.

김씨는 1월3일부터 홍대 청소노동자들의 복직을 주장하는 내용의 트위터 글을 올렸고, 트위터 사용자들은 이를 리트윗해 전파했다. 김씨는 같은 달 7일에는 밑반찬을 들고 청소노동자들이 농성 중인 홍대 본관을 찾아 함께 밥을 해먹었다. 그는 이날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을 반대하는 총학생회장과 만난 일을 블로그와 트위터로 알렸다. 이 트위터는 398개의 리트윗을 기록했다. 언론도 이를 보도했다.

 

김씨는 청소노동자들의 소식을 꾸준히 트위터로 알리고, 이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신문광고를 내고 바자회를 여는 등 활동을 지속했다. 그 결과 홍대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고조되자 정치권이 나섰다. 1월13일에는 김상희(민주당)·권영길(민주노동당) 등 국회 교육과학위원회 소속 의원 8명이 기자회견을 열어 홍대를 비판했다. 결국 2월20일 용역업체는 고용승계와 임금인상 등의 노사협상안에 합의했다. 이후 이화여대, 연세대, 고려대 등 다른 대학의 청소노동자 문제도 비교적 순조롭게 해결됐다.

김씨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정리해고에 반대해 크레인 위에서 장기농성을 하고 있는 한진중공업 사태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한진중 노조는 사측의 정리해고 방침에 반발해 지난해 12월20일 파업을 시작했고 김진숙 위원은 올 1월6일 크레인에서 고공시위에 돌입했다. 그러나 사측은 1월12일 노동자 290명을 정리해고했다. 

지난 6월12일 김진숙 위원을 지원하는 1차 ‘희망의 버스’가 한진중을 방문하게 됐다. 시인 송경동씨의 제안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김여진씨는 희망의 버스가 출발하기 전인 6월10일과 11일 “조남호 (한진중) 회장님 제발 같이 얘기 좀 해요”(리트윗 67개), “한진을 지켜주세요. 저희 내일 갑니다”(리트윗 207개), “네이버, 다음에 한진중이라고 쳐주세요. 사람들에게 알려주세요”(리트윗 433개) 등의 글을 트위터에 올려 큰 호응을 받았다. 김씨는 희망의 버스를 타고 한진중에 갔고 경찰에 연행됐다. 김씨는 연행 상황도 트위터에 올려 658건의 리트윗이 발생했다. 김씨의 일거수일투족이 트위터를 통해 생중계되면서 한진중 사태는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다.

김씨가 활약한 1차 희망의 버스 이후 그동안 한진중 사태에 침묵하던 정부와 정치권도 사태해결에 나섰다. 6월16일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이 한진중을 전격 방문했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2일 한진중 사태 관련 청문회 개최를 의결했다. 한진중 문제를 정치·사회적 의제로 부각시킨 것이다.

김씨는 이후에도 “지금 한진은 사제 감옥입니다”(6월28일, 리트윗 609개), “85호 크레인에 밥 넣어, 물 넣어, 전기 넣어”(6월29일, 리트윗 641개) 등 지속적으로 김진숙 위원에 대한 소식과 한진중 사측에 대한 항의의 글을 올려 꾸준한 반향을 얻고 있다. 

 

방송인 김제동

방송인 김제동씨(37)가 소셜테이너로 분류되는 것은 지난 6월 있었던 반값 등록금 집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반값 등록금 문제는 지난 4월12일 시민단체 회원들을 중심으로 1인 릴레위 시위가 시작되면서 제기됐다. 그러나 일반 여론은 물론 정부와 정치권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대학생 300여명이 5월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기습시위를 벌였고, 이 중 70여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김씨는 다음날 트위터에 “죄없이 잡아간 우리 학생들 다 내놔. 어쩔 수 없이 목을 잡아야만 했던 그 착한 사람들 양심의 가책까지 다 풀어줘. 나와 우리가 나서기 전에”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319개의 리트윗이 되면서 퍼져나갔다.

 

이어 김씨는 6월2일 열린 반값 등록금 집회에 배우 김여진, 권해효씨 등과 함께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500만원을 내 대학생과 전경에게 피자와 치킨을 제공하기도 했다.
김씨 등 소셜테이너들이 집회에 참여하면서 등록금 문제는 대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생 자녀가 있는 50~60대 학부모, 향후 대학생 학부모가 될 30~40대 직장인 등 전 국민이 관심을 갖는 문제로 확대됐다. 이후 6월10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국민 촛불대회’에는 대학생뿐만 아니라 야당 인사와 기성세대 등 2만여명(경찰 추산 5000여명)이 참가했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의 움직임도 급박해졌다. 한나라당의 황우여 원내대표는 4·27 재·보선의 참패를 만회하기 위해 5월20일 반값 등록금 정책의 추진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재원 문제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고 논의는 진전되지 않았다.

그러다 6월 들어 반값 등록금 집회가 확산되자 정부와 여당은 당·정·청 회의나 등록금태스크포스,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 등 각종 채널을 통해 여러 방안을 제기했다. 대학 등록금 실태 전면 감사와 대학구조조정 방안 등도 잇따라 발표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도 6월7일 반값 등록금 당론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여야 모두 각종 정책을 쏟아냈다.


가수 박혜경

가수 박혜경씨(37)는 ‘동정심 많은 착한 언니형’ 소셜테이너다.

그가 소셜테이너로 주목받은 것은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가족들을 도우면서부터다. 그러나 그의 트위터를 보면 사회문제에 대한 발언뿐만 아니라 불치병에 걸린 아이들을 도와달라는 내용도 눈에 많이 띈다. 가엾은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싶은 순수한 마음이 민감한 사회문제인 쌍용차 해고 노동자 돕기로 연결된 것이다.

 

박씨가 쌍용차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2월26일 해고 노동자 임무창씨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돌연사한 것이 계기다. 그의 아내는 이미 지난해 4월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살했고, 임씨마저 세상을 등지면서 중·고등학생 자녀 둘만 남게 됐다.
이 사실을 접한 박씨는 2월28일 트위터에 “(3월)2일 만나러 갑니다. 그 두 아이. 눈물을 보인 그 친구들 아프지 않게 상처받지 않게. 조심히 천천히. 다가갈래요”라는 글을 올렸다. 그리고 3월 초부터 매주 토요일 아이들과 만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노력했다.

박씨는 쌍용차 해고자들을 위한 바자회나 미니콘서트를 열고 각종 집회에도 참석했다. 그가 해고자들을 돕는 것이 알려지면서 2009년 파업사태 종료 후 사람들에게 잊혀져 가고 있던 쌍용차 문제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쌍용차 해고자들의 고통을 아는 박씨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대해서도 발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6월27일 트위터에 “쌍용차 가족들에게 일어났던 무시무시한 일이 지금 한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어린아이 입에서 ‘자살하면 돼’라는 말이 농담처럼 나오는 그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절대 안된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181명이 리트윗을 했다. 박씨는 6월7일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반값 등록금 집회에도 참석해 지지 발언 후 노래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