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성장한 ‘제3의 시민세력’ 소셜테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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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생각꺼리

SNS로 성장한 ‘제3의 시민세력’ 소셜테이너

소셜테이너가 ‘제3의 시민세력’이라 불릴 정도로 영향력이 커진 것은 두 가지 요소가 결합해 작용한 덕분이다. 먼저 트위터, 블로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을 꼽을 수 있다. 시민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도 소셜테이터의 영향력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한국사회는 이미 상당 부분 탈정치화한 상태다. 한나라당, 민주당의 굳은 양당 구도에 포섭되지 않은 ‘부동층’이 폭넓게 존재해왔다. 소셜테이너는 사회의 비정파적 욕망에 부합했다. 기존 정치 집단과는 달랐으며, 재미있고 새로운 방식의 운동을 시작했다.

소셜테이너가 부각한 현안들은 홍익대 청소노동자, 반값 등록금, 한진중공업 사태 등 이념을 떠나 인간적인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문제들이다. 소셜테이너들은 언론이 크게 다루지 않는 이 문제들을 부각시키면서 자신들도 사회적 영향력을 얻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사실상 사회의 공론장에서는 의제화하지 못한 것을 연예인들이 적극적으로 부활시키는, ‘의제의 패자부활’을 선도했다”고 짚었다.

SNS는 훌륭한 도구가 됐다. 사적 성격을 띤 데다 열려 있고, 쉽고 빨랐다. 류석진 서강대 교수는 “예전엔 정치를 ‘권력을 가진 정치가-순응적 존재인 시민’이라는 수직적 구도에서 생각했다면, 지금은 수평적 소통을 하게 되면서 시민들이 피동적인 존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셜테이너는 참여에 목마른 익명의 개인들을 연결하는 거점, 행동하게 하는 촉매제가 됐다. 반응은 즉각적이다. 지난 1월 홍대 청소노동자 사태 때 김여진씨가 ‘청소노동자를 위한 광고를 조선일보에 싣자’고 제안한 뒤 돈을 모으고 광고를 싣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엿새였다.

흥미로운 건 트위터 사용자들이 전파하는 것이 대개 감정이라는 사실이다. 김씨가 처음 주목을 끈 것도 청소노동자들과 밥 한 끼를 함께 먹고 이것을 트위터에 글로 올리면서였다. 김제동·박혜경씨가 화제가 된 것 역시 반값 등록금 집회에서 햄버거를 나누거나 맨발로 노래를 부르면서 많은 이들이 정서적인 공감을 하게 되면서였다. 세계적 온라인 마케팅 전문가 조엘 컴은 트위터를 ‘그리움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라고 말했다. 비슷한 성향과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인간 본연의 그리움을 이어주는 매개체라는 것이다. 파편화한 사람들은 감정노동을 특성으로 하는 연예인에게 공감하고 그들과의 유대감을 갖는다.

장덕진 서울대 교수는 “정치적으로 고립돼 있던 개인이 SNS를 통해 연결망을 형성하고, 이것이 공동체로 살아났다”고 설명한다. 이른바 ‘공동체의 귀환’이다.

전문가들은 소셜테이너의 등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형태의 시민사회가 나타났다는 데는 대부분 공감하지만 한계도 인정하고 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노동·시민 대 권력의 고전적 대결 구도에서 말랑말랑한 인도주의로 프레임이 이동했다는 점에서 양날의 칼을 이야기한다. 그는 “예전처럼 ‘국가를 뒤엎고 다시 만들자’는 게 아니라 ‘정상국가’를 만들자는 가치다. 1980년대에 비하면 후퇴한 내용이지만 합리화라는 점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리 사회가 미국적 자유주의, 유럽 사민주의로 가고 있다는 징후라고 볼 수 있다. 나쁜 건 아니지만, 결국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치의 이해관계로 내려가야 하는데 순진한 인도주의가 얼마나 실질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약이면서 독이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김호기 교수는 보다 긍정적이다. 담론의 중심이 전문지식인에서 SNS를 적극 활용하는 대중지식인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한다. 시민들이 다양한 정보에 접근해 의견을 펼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소수의 권력을 다수가 함께 공유하는 방향으로 민주주의가 진전되고 있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 김준기 경제부 차장, 이로사 엔터테인먼트부·정희완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