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강원도 부론의 남한강 강변에 내 작업실을 마련했었다.
서울 작업실을 옮겨 거기서 고요히 지내면서 그저 이대로 소진되면 참으로 최고의 여생이겠다 싶었다. 난 참 복이 많은 사람
이라고 내게 허풍을 떨었다. 그런데 거기서 오래 그러질 못하고 서울로 다시 오게 되었다.
오늘이 바로 일생(강촌농무), 450×350, 화선지에 먹, 2017, 정태춘
<강촌농무>는 거기서 며칠씩 지내면서 쓴 글들의 시리즈이다.
환절기 아침 안개가 참 좋았다. 글로 쓰고 싶은 좋은 말들도 툭툭 튀어나오고.
설사 말장난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스스로의 말에 마음 닦을 시간도 조금씩 생겼더랬다.
깊이야 어떠하든 존재 자체에 관한 생각, 존재의 근간인 집착의 문제, 부끄럽다 아니다 뭐 날 평가할 것도 없이 그냥 나를
놓아버리는 그런 시간. 인적도 드물어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내게 온전히 보여지는 시간들.
돌이켜보면 소중한 날들이었다. 그럴 때 그냥 오늘이 일생이고 오늘 하루 고요하게 존재하자, 일생도 그러하다. 부산 떨지 마
라… 생각했으나
그것도 지나간 일이 돼 버렸다.
<정태춘 싱어송라이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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