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블라블라/정태춘의 붓으로 쓰는 노래' 카테고리의 글 목록 (3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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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블라블라/정태춘의 붓으로 쓰는 노래

추사 讀其冊間五六日(독기책간오륙일)不可執筆一(불가집필일) 그 책 읽는 오륙일간 붓 한 번 잡을 수가 없었네. 欲買史詩記目錄(욕매사시기목록)何久不作詩(하구부작시) 추사의 시집을 사려고 목록을 적어두니 또 얼마나 오래 시도 짓지 못할 것인가. 秋史弘濬兩先生(추사홍준양선생)歲外舞亦嘆(세외무역탄) 추사와 홍준 두 선생이 세월의 바깥에서 춤추고 탄식하고. 勿自言老去途遠(물자언로거도원)爽朝孫登校(상조손등교) 스스로 늙었다 말하지 마라, 갈 길이 멀다. 상쾌한 아침녁 손주는 학교엘 가고. 유홍준 선생이 쓴 를 보고 있다. 다 보고 책을 접기도 전에 감흥이 너무 많아 못난 씨로나마 한마디 안 할 수 없다. 두 분께 감사하다고. 배접도 안 한 씨를 사진 찍어 올린다. 더보기
‘마포한담’ 저녁 강변에 나가지 마오 勿出夕江邊(물출석강변) 저녁 강변에 나가지 마오 傷心月與風(상심월여풍) 달빛 바람에 마음 다쳐요 亦問草與波(역문초여파) 풀과 물결이 또 묻겠지요 何獨銀河塞(하독은하새) 은하의 변두리에 왜 혼자냐고요 콘서트를 하면서 우린 객석을 잘 볼 수가 없다. 핀라이트가 늘 우릴 조준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반주자들이 객석을 더 잘 본다. 코러스 멤버가 말했다. “공연 중에 우는 분들이 참 많아요.” 왜 그럴까? 이제 늙어버린 노래에 대한, 그렇게 자신들도 나이가 들었다는 것에 대한 회한일까? 아니면, 청춘기의 뜨거운 열망들이 아프게 반추되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 열망으로 우린 결코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지 못했다는 자책감 때문일까? 사납고 악한 의지들이 시대를 뒤덮고 있다. 저녁 강변 쓸쓸하다. 더보기
붉은 노을 장엄하다 江邊秋蘆田(강변추로전) 강변엔 가을 갈대밭 西天熱火海(서천열화해) 서편 하늘엔 뜨거운 불바다 유소년 시절에도 시골의 고향 들판에서 노을은 수없이 보았을 것이다. 광활한 간척지와 거기 연이은 갯벌 너머로도 해는 날마다 졌을 테니까. 그런데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나이 들어 도시 살면서, 또 옥상 있는 집에 살면서 거기서 만나는 노을에 너무 많이 감격스러워한다. “오오… 저거 좀 봐아….” 아마도 노을 장관의 각별함이 나이와도 관련 있을 듯싶다. 그래서 어린 시절까지 떠올려 보는 것이다. 들판에서 무감하게 노을 바라보던 그때 그 소년은 지금의 내 모습을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감정 과잉과 한 편의 청승. 그 소년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더보기
한가을 자주 국화 작년 봄 강원도의 어느 지인께서 보내주신 국화 모종들이 그 가을 옥상 텃밭가에 화알짝, 오오래 피워주었었다. 더러는 다른 작물들 사이에서도 어느날 갑자기 꽃이 맺히고…. “호오, 거기에도 네가 있었구나.” 그 국화들이 올가을 또 꽃을 피우고 있다. 올봄부터 데뷔 40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프로그램들이 있었고 여름에 잠깐 쉬고 이제 가을일정에 들어가야 한다. 10월, 11월 두 달 동안 10개 지역 콘서트를 돌아야 한다. 40여명의 스태프들과 함께. 내 텃밭가의 국화 무더기들, 자주 보아주는 이 없이도 거기 옥상에서 저희들끼리 만발할 것이다. 감사한 가을이다 더보기
태풍은 썩은 나무를 부러뜨리고 颱風折腐樹 後陽輝健葉(태풍절부수 후양휘건엽) “태풍은 썩은 나무를 부러뜨리고 그 뒤의 햇살이 건강한 잎사귀 위에 빛난다” 초가을 태풍이 지나갔다. 그동안 긴장과 우려를 동반했고 결국 많은 상처를 남겼다. 썩고 허약한 나무들 거리에 쓰러졌고 나뭇잎과 잔가지들 도로 위에 나뒹굴었다. 거리가 볼썽사나웠다. 그러나, 그 태풍을 묵묵히 감내한 가로수 잎사귀들 건강하게 한가을로 간다. 그 위로 드문드문 맑은 햇살이 빛난다. 더보기
해는 다른 세계로 넘어가고 日越向異世 吾欲從去之 (일월향이세 오욕종거지) 靑夜疑悲歌 陋巷酒燈愁 (청야의비가 누항주등수) “해는 다른 세계로 넘어가고 나 거기 따라가고 싶어라 푸른 밤 슬픈 노래 들릴 듯하고 누추한 뒷골목 술집 등불 쓸쓸해라” 일종의 정신 질환일까? 나는 늘 다른 세계를 꿈꾼다. 비난받아도 싸다. 진보는 도덕적 책임을 무기로 싸워왔다. 그게 무너지면 끝이다. 물론 한국의 보수에게선 그런 것을 본 적이 없다. 성장률이 답보하고 있는 유럽이나 미·일·중·러의 주변국들…그리고 북한…. 불안하다. 그리고 국내 상황…. 우울하다. 결벽하고 진정성 있는 진보와 그들의 낙관적 전망과 메시지가 없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쓸쓸하다. 더보기
팔월 밭둑 뽕나무, 숨이 막힌다 강촌의 늙은 내외 가랑비 좀 뿌린다고 고추밭 고랑에서 나오지 않는다 장대비 좀 쏟아져라 푹푹 찌는 마른장마 원주 남한강변의 펜션은 그 마을의 수익 사업의 일환으로 지어졌는데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 오랫동안 비어 있었다. 그래서 내게 기회가 온 것이었다. 장기 임대. 난 저렴한 작업 공간(사실은 스스로의 유배 공간?)을 얻었고 마을은 건물 관리자를 얻은 셈이었다. 그러나 내가 봄여름 건물 주위의 무성한 풀들을 감당하는 일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예초기를 마련해서 직접 풀을 베고 치우기도 하지만 자주 가 있지 못할 때에는 감당키 어려울 만큼 자라 있어서 돈을 내고 마을에 부탁해야 했다. 그러면 이장이 직접 오거나 마을 노인회장님과 총무님이 오기도 했다. 이장은 좀 젊은 분이지만 회장님과 총무님은 나보다 훨씬.. 더보기
일촉즉발 산업전쟁 세기말의 세계화, 관세 철폐, 자유무역…, 그리고 지금 저 사나운 얼굴들. 탐욕과 오만의 무례한 언사들. 소위 21세기 신문명을 이끌고 가는 이들의 대화…. 자국의 이익과 패권을 추구한다. 이웃과의 호혜와 선린은 구 문명의 낙후한 단어가 되어버렸다. 자국 국민의 삶이 기아선상에 놓이기라도 했다는 듯이 비장하다. 이익이 침해당하면 언제든, 얼마든 보복하겠다고 공언을 한다. 군함과 전투기로 시위를 한다. 차별과 좌절이 분노를 만들고 그 분노가 자기 내부의 성찰로 가지 않고 이웃과 경쟁자들을 향한다. 트럼프, 아베, 푸틴, 시진핑의 얘기가 아니다. 거기 공동체 시민들 얘기다. 그런 야만에까지 왔다.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다를까. 얼마나 더 성장을 해야 하는 걸까. 왜 선한 분배와 공존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