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보기=====/임진모 칼럼 썸네일형 리스트형 자기 이야기를 담은 음악이 없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는 2011년 스물일곱 한창 나이에 세상을 떠난 영국 여가수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행적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다. 그의 음악은 2000년대에 들어 막강 트렌드가 된 ‘빈티지 솔’이란 이름의 복고 흐름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평을 받는다. 2008년 그래미상의 주요 4개 부문 가운데 셋을 싹쓸이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가 남긴 앨범 은 21세기 최고라는 높은 판매량과 평단의 찬사 등 모든 영예를 누렸다. 하지만 성공은 영원한 자유, 외로움 없는 사랑을 갈망한 그를 더욱 옥죄었다. 운명이나 다름없었던 남자와의 결혼이 파탄 나면서 음악팬들 상당수는 그가 머지않아 자살할 것으로 예측했다. 영화는 “만약 나의 재능을 거둬 평범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거야”라는 대사와 함께 깊은 여운을 남긴다. 열.. 더보기 갈수록 퇴색하는 ‘빌보드 차트’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음악팬들은 가요보다는 미국과 영국의 팝송을 더 많이 들었다. 서태지, 신승훈, 김건모, 신해철 등 강자들이 우글거렸던 1990년대에는 팝과 가요의 시장 지분이 역전되었다고 해도 팝의 위력은 여전했다. 우리 가수뿐 아니라 마이클 볼튼, 마이클 잭슨, 보이즈 투 멘, 에이스 오브 베이스, 머라이어 캐리와 같은 외국 가수들도 음반 밀리언셀러를 기록했으니까. 여기에는 “영미 팝은 세계 음악 유행의 첨병과 선봉이므로 우리는 팝을 따라가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 정서가 작용했다. 트렌드를 견인하는 서구 팝을 챙겨야 우리 가요의 발전도 꾀할 수 있다는 사고였다고 할까. 돌이켜보면 빌보드 차트에 등장한 영미 팝은 꽤 배울 게 많았던 것 같다. 음악의 전성기라 할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더보기 밴드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춤추는 아이돌 가수가 판세를 장악하면서 TV프로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밴드의 모습은 보기 어려워졌다. ‘텔 미’와 ‘노바디’로 걸그룹 시대를 연 ‘원더걸스’의 최근 컴백이 화제를 모은 데는 반주에 맞춰 춤추지 않고 악기를 연주하는 광경이 주는 어색함 혹은 생소함이 작용했다. “악기들이 몸에 비해 너무 커서 전체적으로 버거워 보였다”는 한 방송작가의 소감은 아이돌이 악기를 연주하는 모양새와 그 음악이 주는 낯섦과 관련할 것이다. “보면서 그냥 즐겨야 하는데 괜히 내가 떨리고 긴장되더라고요.” 원더걸스는 밴드라는 새로운 정체성에 설득력을 불어넣기 위해 박진영이 작곡한 타이틀곡 ‘아이 필 유’를 제외하곤 앨범의 상당수 곡을 멤버 스스로가 썼다. 록이든 재즈든 밴드와 직결되는 개념은 자가발전과 독자성이다.. 더보기 대중가요가 있긴 한가 돌아온 인기 걸그룹 ‘소녀시대’의 신곡 ‘파티’는 음원차트에서 지난 8일 딱 하루 1위를 차지하더니 다음날 신예 힙합 뮤지션 ‘크러시’의 곡 ‘오아시스’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국가대표 격인 존재감에다 컴백 특수를 전제하면 정상 점령기가 너무 짧은 것 같지만 근래 음원차트 현실을 보면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 1일천하가 비일비재해서 이제는 뉴스거리조차 되지 않는다. 샤이니 종현의 ‘데자뷰’, 에릭남의 ‘괜찮아 괜찮아’, 빈지노의 ‘어쩌라구’, 레드 벨벳의 ‘아이스크림 케이크’, 이문세의 ‘봄바람’, 지누션의 ‘한 번 더 말해줘’ 등 상반기 상당수의 히트곡이 하루살이 1위에 머물렀다. 이러한 지나치게 짧은 유행 절기는 ‘멜론’ ‘지니’ ‘엠넷’ 등 디지털 음원차트가 정착한 수년 전부터 일상다반사가 돼버.. 더보기 너무 동떨어진 세대 갈등과 반목, 대치는 언제 어디서나 있기 마련이다. 지금도 우리는 남북분단, 동서갈등, 좌우충돌, 빈부 격차와 같은 커다란 대립 구도에 시달린다. 이 외에도 시급히 풀어야 할 대립과 부조화들이 얼마든지 있지만 앞으로 우리의 발목을 잡을 가장 커다란 갈등은 아마도 세대갈등이 아닐까 한다. 그럴 때마다 음악이 갖는 힘과 가치를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된다. 1970년대 중반 TV 프로그램 가운데 란 것이 있었다. 기성세대의 기억에 오롯이 남아 향수를 자극하는 이 프로는 당대의 음악경향이 청춘의 포크송이었고 주 시청자층도 젊은이들이었기 때문에 젊은 성향의 노래가 득세했다. 하지만 세대와 장르 측면에서 일방적으로 흐르지는 않았다. 젊은이들이 좋아한 김정호의 ‘하얀 나비’가 1위에 오르는가 하면 어른들이 좋아했던 .. 더보기 음악은 자기표현이다 음악은 누구를 위한 표현일까. 연인을 위한 노래,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의 노래들이 부지기수지만 무엇보다 음악은 작자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대중을 위한 노래에 앞서 자신을 드러내는 예술작업이다. 음악가들을 인터뷰하다 보면 “내 얘기를 진지하게 하고 싶어서 음악을 하게 됐다” “어떻게 하면 더 솔직한 ‘나’를 전달할 수 있을까 궁리 중”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내 상황, 내 현실, 내 취향 그리고 내 사고를 표현하기 위해 그리고 그것을 아름답게 빚어내기 위해 악보와 씨름하고 악기 연주를 연마하고 노래를 반복해 부르는 게 음악작업이다. 음악은 분명 1인칭 작업이다. 상대와 제3자를 위한 게 아니다. 상대와 제3자도 결국은 나와 ‘깊이’ 관련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대중음악을 먹여살.. 더보기 인디음악 20년 우리 대중음악의 대안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1990년대 중반 잉태한 인디음악이 올해로 어느덧 20년의 역사를 쌓았다. 답답하고 척박한 음악풍토에서 20년을 버텼다는 것만으로도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독립을 의미하는 인디는 자본에 찌든 주류 음악의 획일화에서 벗어나 뮤지션 자신만의 음악을 추구하는 흐름으로 출발했다. 농사로 치면 ‘자작농’이다. 막 싹이 텄을 때가 마침 기획사 주도의 아이돌 음악이 독과점을 행사하기 시작한 시점이어서 서울 홍대와 신촌 일대의 클럽에서 암약한 자작농 인디에 대한 일각의 기대는 컸다. 포크음악의 대부 이정선도 2002년 근래 어떤 음악에 주목하느냐는 질문에 주저함이 없이 “변화의 샘이라는 의미에서 인디에 기대를 건다”고 답한 바 있다. 주류 음악은 자본이 투하된 만큼 실적에 민감해.. 더보기 축제가 되지 못하는 음악시상식 미국 팝 음악계에서 근래 들어 가장 잘 나가는 여가수로 첫손에 꼽히는 인물이 케이티 페리다. 한 앨범에서 무려 다섯 곡의 차트 넘버원 송을 기록한 초대형 대박에다 2008년 이후 해마다 ‘파이어워크’, ‘다크호스’ 등 굵직한 히트곡을 내놓을 만큼 인기 행진은 가공할 기세를 자랑한다. 모든 것을 얻었지만 영예의 그래미상과 관련해서 그의 신세는 초라하다. 수년 전부터 후보에 올랐지만 모조리 수상에 실패했다. 음악전문가들은 케이티 페리가 슈퍼스타이긴 해도 가창력을 비롯한 음악적 역량이 아직 그래미 포상 감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시상식 자리에 몇 년째 어김없이 등장해 즐겁고 영광스러운 공연을 펼친다. 역시 트로피와 인연을 맺지 못한 올해에도 ‘가정폭력 반대’라는 시상식의 메시지에 맞춘 새..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