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은이 ‘제3한강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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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블라블라/노래의 탄생

혜은이 ‘제3한강교’



“강물은 흘러 갑니다. 제3한강교 밑을/ 당신과 나의 꿈을 싣고서 마음을 싣고서/ 젊음은 피어나는 꽃처럼 이 밤을 맴돌다가/ 새처럼 바람처럼 물처럼 흘러만 갑니다// 어제 다시 만나서 사랑을 하고/ 우리 둘은 맹세를 하였습니다/ 이 밤이 새면은 첫차를 타고/ 행복 어린 거리로 떠나갈 거예요.”


이 노래가 처음 발표됐을 때의 가사는 “어제 처음 만나서 사랑을 하고, 우리 둘은 하나가 되었답니다”였다. 그러나 공연윤리위원회가 퇴폐적이라는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1979년, 한국 경제가 수직상승하면서 제3한강교(지금의 한남대교) 남단인 신사동이 유흥가로 발돋움했다.       


길옥윤은 그 현상을 포착하여 노랫말로 만들었다. 그 이후 주현미의 ‘신사동 그 사람’이나 문희옥의 ‘사랑의 거리’ 등 신사동을 배경으로 하는 노래들이 줄을 이었다. 


혜은이에게도 중요한 노래지만 시대상을 반영한 대중가요로서도 빼놓을 수 없는 곡이다. 우스갯소리로 한강다리와 관련된 노래로 ‘제3한강교’를 떠올리면 기성세대이고,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를 떠올리면 신세대라고 했다.


패티김과 이별한 길옥윤은 미모와 가창력을 겸비한 혜은이에게 모든 걸 쏟아부었다. 그 결과 데뷔곡 ‘당신은 모르실거야’를 비롯하여 ‘감수광’ ‘새벽비’ 등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그를 ‘국민 여동생’ 반열에 올려놓았다. 요즘 혜은이가 1982년 부른 ‘천국은 나의 것’(이범희 곡)이 홍대 앞 클럽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좋아하는 시티팝으로 떠오르면서 선우정아가 다시 불렀다. ‘디스코의 시대’, 네온사인이 반짝이던 신사동을 호명하는 노래지만 지금 들어도 낡은 느낌이 없다.


<오광수 부국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