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모 ‘눈이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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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블라블라/노래의 탄생

아다모 ‘눈이 내리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전파상이나 음반매장이 동네 골목에도 있었다. 이런 계절이면 그곳에서 울려퍼지는 크리스마스캐럴을 들으면서 괜스레 마음이 설렜다. 곧 눈이라도 내릴 것처럼 을씨년스러운 날씨에는 빠지지 않고 나오던 노래도 있었다. 살바토레 아다모의 ‘눈이 내리네’(통브 라 네즈: Tombe La Neige)가 그것이다. 아재개그로 말하면 아내들이 제일 좋아하는 노래다. 그 발음이 ‘돈 벌어 나줘’에 가깝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샹송곡으로 손꼽히는 노래로 김추자, 이숙, 이선희 등 여가수들이 번안하여 불렀다. 


아다모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출신으로 벨기에에서 광부의 아들로 자랐다. 빅토르 위고, 자크 프레베르를 좋아하던 그는 14세 때 직접 만든 노래로 지역 노래자랑에서 1등을 차지했다. 그는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와 5개 국어를 구사하는 언어감각으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눈이 내리네’는 아다모가 스무살 때인 1963년에 발표한 곡이다. 눈 내리는 겨울밤, 돌아오지 않는 연인을 그리워하는 노래다. 한국인들에게 이 노래가 유독 사랑받은 이유는 마치 ‘뽕짝 발라드’에 가까운 멜로디 때문이다. 그 인기로 아다모는 모두 3차례 내한공연(1978년, 84년, 94년)을 펼친다. 1978년 공연 때는 이 노래를 정확한 우리말로 불러서 관객들을 감동시켰다. 내한공연을 주관했던 동양방송(TBC)은 1980년 11월, 신군부에 의해 문을 닫을 때 고별방송을 통해 이 노래를 내보냈다. 시청자들에게는 강제로 문을 닫아야 했던 방송사의 심경을 대변하는 노래로 들렸을 것이다. 아다모가 부른 ‘여름의 왈츠’(Valse D’ete), ‘밤’(La nuit), ‘상 투아 마 미’(Sans toi Ma Mie) 등도 올드팬들에게 친숙한 노래다.


그는 협심증으로 심장시술을 받았지만 유니세프 홍보대사를 맡아 베트남, 레바논, 보스니아, 코소보,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자선공연을 펼치며 말년의 삶을 보내고 있다. 그가 조국으로 여기는 벨기에에서 작위도 받았다. 유독 눈이 오지 않는 이 계절에 눈도, 노래도 그립다.


<오광수 부국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