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장수 선임기자
영화진흥위원회 차기 위원장 후보가 5명으로 압축됐다. 김의석 감독(현 영진위 위원장 대행), 김진해 경성대 교수, 이강복 동국대 교수(전 CJ엔터테인먼트 대표), 지명혁 국민대 교수(현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 황기성 황기성사단 대표(전 서울영상위원회 위원장)다.
그러나 영화계에선 이들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최근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를 인식하고 있음을 표명했다. “선입견 없이 많은 인사를 만나고 있는데 객관적으로 누가 봐도 위원장으로 일했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은 뒤로 빠지고, 열심히 하겠다고 지원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어 고민”이라면서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어디에서 이런 문제가 야기됐는지 잘 인식하고 의견을 잘 수렴해 임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이 밝혔듯 차기 영진위 위원장은 5명 가운데 선임될 전망이다. 전임 위원장들이 줄줄이 중간에 물러난 데에서 알 수 있듯 최선의 인사로도 풀기 어려운 영화계의 숙제를 ‘탐탁지 않은 인물’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
영진위는 그간 진보·보수 간의 이념 대립과 신·구세대 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이런 가운데 정권 실세의 지원 아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두 인사 역시 진보·보수로 분류되는가 하면 특정 직업 불가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은 영화계의 거품을 주도한 당사자로서 편향 지원이 우려되고, 교수 후보에 대해서는 현 기관장으로 임기가 남아 있다는 점을 든다. 이와 관련, 재공모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경향신문DB)
정 장관은 내년 4월 총선 출마가 예상된다. 출마하려면 총선 100일 전에 문화부 장관에서 물러나야 한다. 만약 차기 영진위 위원장이 전임들의 전철을 되밟는다면 정 장관은 이 문제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영화계의 문제는 궁극적으로 영화인들의 몫이지만 영화인들의 반목으로 인해 한국영화산업이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위원장을 잘못 뽑은 장관에게 그 책임이 전가될 수 있다.
정 장관의 발언은 솔직하다는 점에서 인간적이지만 차후에 불거질지 모를 사태에 대한 면피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현실적으로 차선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정 장관이 과연 누구를 차기 영진위 위원장으로 임명할 것인지 주목된다.
'대중문화 생각꺼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 체제, 새 공간 변화의 기로에 선 부산국제영화제 (0) | 2011.03.01 |
---|---|
]‘최고은 논쟁’, 논쟁의 무용성 선례 안되길 (0) | 2011.02.20 |
‘하땅사’ ‘웃찾사’는 누가 죽였나 (0) | 2011.02.14 |
영진위원장 공모 벌써부터 ‘잡음’ (0) | 2011.02.08 |
‘외화내빈’ 3D영화 (0) | 2011.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