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찬 기자
아시아의 중심 영화제로 성장한 부산국제영화제가 큰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최근 열린 정기총회는 부산영화제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밑그림을 보여줬다.
그동안 ‘PIFF’로 표기되던 부산영화제의 영문 약칭은 이번 정기총회를 통해 BIFF로 변경됐다. 2000년 개정된 로마자 표기법에 따라 부산은 ‘Pusan’에서 ‘Busan’으로 바뀌었으나, 영화제는 그동안 쌓아온 국제적 인지도를 감안해 PIFF로 표기돼왔다. 영화제 조직위원회는 “개최도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국제영화제인 만큼 개최도시 마케팅에도 기여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PIFF로 표기되던 부산영화제 영문 약칭. (경향신문DB)
올해 9월 준공 예정인 영화제 전용관 두레라움의 모습도 공개됐다. 총 4개 상영관, 4000석 규모의 야외극장, 시네마테크 부산 등으로 구성된 두레라움은 영화제 기간엔 전용관으로, 영화제 이외 기간엔 복합문화공간으로 사용된다. 올해 10월 열리는 제16회 영화제부터는 두레라움에서 영화팬들을 맞이한다.
이번 정기총회는 새로 부임한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첫 국내 공식행사이기도 했다. 그는 13회 영화제부터 김동호 전 집행위원장과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아 ‘후계자 수업’을 받아왔다. 부산영화제의 기틀을 닦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김 위원장이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물러남에 따라, 앞으로 ‘이용관 체제’가 자리 잡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이용관 집행위원장. (경향신문DB)
부산영화제는 한국 최초의 국제영화제로 출발해 이후 숱한 지자체 중심 국제영화제의 벤치마킹 대상이자, 아시아 영화인이라면 누구나 참가하고 싶은 행사가 됐다.
영화제를 안착시킨 가장 큰 공로는 열정적인 관객에게 돌아가야 마땅하다. 영화제가 출범하던 1990년대 중반은 한국의 시네필 문화가 폭발하던 시기였다. 영화제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새 영화에 목말라하던 그들은 남는 표 한 장을 구하기 위해 남포동의 허름한 극장가 앞에 밤새 줄을 섰다.
그러나 영화제가 행사의 중심을 남포동에서 해운대 쪽으로 옮기면서 분위기는 조금 달라졌다. 영화제는 덩치를 키웠고, 영화제 상업화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과도기였다고는 하지만, 센텀시티의 초대형 백화점 안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열린 최근 몇 차례의 영화제에서는 초창기의 열정적 분위기를 찾기 힘들었다.
이제 영화제는 새 체제, 새 공간을 마련했다. 과도기의 어수선한 분위기는 잊고 영화제 초창기의 열정을 되살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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