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500만원짜리 시건방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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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500만원짜리 시건방춤

월드스타 싸이(36)의 신곡 ‘젠틀맨’ 뮤직비디오가 공개 80시간 만인 지난 17일 새벽 5시 유튜브 조회수 1억건을 넘어섰다. 유튜브 사상 15억건의 최다 조회수를 기록 중인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1억건 돌파에 51일 걸린데 비하면 47일을 단축했다. 아이튠즈 순위도 42개 국가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매출이익이 수백억원 이고, 싸이의 경제효과가 1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K팝 황제 싸이의 폭풍질주다. 


‘젠틀맨’ 뮤직비디오에서 싸이는 사람을 골탕먹이는 망나니 연기와 하반신을 돌리는 야한 춤 등 ‘B급 정서’를 표현하며 자신을 격조있게 포장하려는 인간의 허세를 고발한다. ‘젠틀맨’의 인기코드는 5개의 포인트 춤이다. 양다리를 벌리고 엉거주춤 구부린 채 엉덩이를 흔들어야 하는 ‘시건방춤’을 비롯해 ‘꽃게춤’ ‘팔걸이춤’ ‘스텝춤’ ‘말이야춤’ 등 정신적 노력의 결과물인 ‘춤’이 최대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싸이의 '시건방춤' (경향DB)



 

싸이는 2009년 발표된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시건방춤’을 ‘젠틀맨’에 차용하면서 이 춤을 안무한 ‘야마앤핫칙스’에게 안무저작권 사용료를, ‘강남스타일’에 이어 ‘젠틀맨’을 안무한 이주선 안무단장에게 안무비를 지불했다. 안무를 리메이크하면서 안무 저작권 사용료를 지불한 경우가 거의 없어 이례적이다. 그런데 이들이 받은 춤값은 얼마나 될까. 절대비밀이라지만 취재기자의 말에 따르면 500만원 내외라고 한다. 가요 한 곡당 안무료는 300만~500만원 선이고 극소수는 1000만원 내외를 받는 게 시세라는 것이다. 노래가 히트해 수백억원을 벌어도 춤에 돌아가는 이익은 없다. 그동안 말춤과 엉덩이춤 등이 K팝을 이끌었지만, 너도나도 비슷한 춤을 따라하다 보면 원조 춤의 저작권을 인정받기 어렵고 저작권 사용료도 주장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은 걸그룹 시크릿의 ‘샤이보이’ 춤 안무가가 자신의 춤을 무단으로 가르친 방송댄스학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580여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안무가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아직은 안무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미미한 수준이다. 노래 저작권 사용료가 인정되듯 안무 저작권 사용료도 징수돼야 할 것이다. ‘젠틀맨’이 수백억원을 벌어들이면 ‘시건방춤’ ‘꽃게춤’ 안무가도 돈방석에 앉게 될까. 젠틀맨’의 이면에는 안무가들의 고민과 눈물이 담겨 있다.


유인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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